개성공업지구 법규 및 제도해설/법무법인 태평양/로앤비
개성공업지구 법규 및 제도해설/법무법인 태평양/로앤비
  • 기사출고 2005.02.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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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의 전문변호사들이 펴 낸 개성특구 투자안내서
[서평]이태 전 북한은 신의주에 특구를 설치한다고 발표하면서 초대 특구장관에 양빈이라는 30대 중국인을 임명하였다.

◇개성공업지구 법규 및 제도해..
당시 북한은 체제붕괴까지 몰고 올 수 있는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신의주특구기본법을 대외에 공표하였다.

우리처럼 법률의 공포제도가 없는 북한으로서는 법률을 공표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는 다분히 남한을 포함한 서방세계에 대한 메시지였는데, 2년씩이나 준비하였다는 법률치고는 다소 거친 구석이 없지 않았으나, 북한 원화를 결제화폐로 삼았던 나진 · 선봉의 실패를 거울삼아 외화(달라)를 통용하게 하는 등, 전에 비하여 나름대로 전진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남한의 언론은 하루하루 거침없이 뱉어내는 양빈의 입과 그의 거취만을 따라다녔을 뿐, 특구기본법을 상세히 분석하는 일에 소홀히 하였다.

이는 정부나 학계도 크게 다르지 아니하였다.

중국 단둥과 이웃하고 있는 신의주와 달리 개성은 애초부터 남한의 자본을 의식하고 만든 특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개성이 성공할 경우, 남북화해협력의 실질적인 열매가 가능하고, 북한은 보다 실질적인 개혁개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 여느 특구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한편, 공단이 설치되기 위해서는 도로와 항만만 닦여 있어서는 안 된다.

체제와 이념이 다른 국가, 특히 남한의 자본이 투자되기 위해서는 안전한 활동과 투자자본의 회수책이 보장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얼마나 확실히 보장되느냐에 투자자본 모집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것인데, 이는 결국 법제도를 통해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 점에서 금번 “개성공업지구 법규 및 제도해설”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나진 · 선봉과 신의주의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투자활성화와 안정적 경제활동을 위해 개성특구와 관련된 법전반을 고찰하는 일을 누가 감당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정부 주도하에 할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자본의 논리에 충실한 미국과 영국의 로펌들이 한다면 잘하기야 하겠지만, 과거 열강에게 당한 기억이 있어 썩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결국, 남한의 민간분야 중 종합적이고도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담당하는 로펌이 제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간이 곧 돈인 로펌변호사들이 이와 같은 공익적 성격의 일에 나서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거의 무망한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법무법인 태평양의 각 분야별 우수한 전문인력이 팀을 이루어 지난 2년간 작업한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은 남북간 경제협력 중 법률분야에서 실로 해방 60년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기업설립 및 해산, 출입국, 노동, 지적재산, 외화규정, 조세, 분쟁해결절차 등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고, 비록 간단하나마 “외국자본 유치활성화를 위한 제언”까지 말미에 언급하고 있다.

보험과 해상에 관해서는 추후 보완하겠다고 하니 기대된다.

책의 서문에서 표현하고 있듯이 이제 첫 삽을 떴을 뿐이라고 하지만, 그 첫 삽이 결코 작지 않은 것은 이제 이 책을 발판으로 하여 더 깊은 연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대표집필자인 유욱 변호사가 평양에 다녀온 후 어린 자녀들과 식사를 하면서, 마침 그날따라 오징어 요리가 있었던 모양인데, 평양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로 알고 있다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유 변호사 부인은 아이들이 그때까지도 오징어를 값비싼 낙지로, 낙지를 값싼 오징어로 알고 있다고 하면서 남편의 말을 막았다고 한다.

이를테면 유 변호사 아이들은 오징어와 낙지를 북녘 사람들처럼 알고 있었던 게다.

오징어면 어떻고 낙지면 어떤가?

오징어를 닭고기라고 하지 않는 바에야. 2차대전 중에 풍전등화에 처한 영국을 구하고자 어떻게 해서든 미국의 참전을 유도하려고, 조국을 위해서라면, 자신은 루스벨트 앞에 무릎을 꿇을 수도 있다고 했던 처칠의 말이 기억난다.

민족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궁극적으로는 통일될 수만 있다면, 까짓 오징어를 낙지로 부른들 무슨 상관이 있으리요.

시간을 먹고사는 로펌변호사들이 정부로부터 용역을 받았을 때, 대단한 보수를 받았을 것 같지는 않다.

뜻을 한데 모아 과외시간을 이용하여 역작을 이룬 저들의 수고뿐만 아니라, 공익활동의 차원에서 이를 도운 태평양 집행부 모두에게 마음의 박수를 힘껏 보내드린다.

남형두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hdn@lee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