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위기와 기회
변호사의 위기와 기회
  • 기사출고 2005.01.1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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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서울 서초동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제법 기승을 부리는 동장군에도 아랑곳없이 재야법조의 새해는 바쁘게 시계바늘을 돌리고 있다.

◇김진원 기자
무엇보다도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대한변협 회장 추천 후보와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선거 열기가 모처럼 서초동을 후끈 달아 오르게 하고 있다.

후보들의 면면도 눈길을 끌기에 손색이 없지만 때가 때여서 인지 선거에 쏠리는 변호사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재야법조의 갖가지 과제가 수면위로 부각되고 있으며, 후보들마다 제대로 된 처방을 마련하느라 온갖 지혜를 짜내는 모습이 2년마다 정례행사처럼 치러지는 선거이지만 그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한다.

대한변협은 현재를 '변호사의 위기'로 진단, 좌담회를 열어 대응방안 모색에 나섰으며, 변호사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선배 변호사들의 고언도 각 지방변호사회의 회지 등을 통해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 장년의 젊은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새 변호사단체의 출범은 재야법조에 또 한번의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 될 수 있기에 더욱 관심이 간다.

한마디로 변화가 재야법조계의 올해 으뜸가는 화두일 것이라는 징표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변호사 업계는 많은 현안을 안고 있으며, 이들 현안중엔 또 사법개혁과 법률시장개방 등 외적 상황에 따라 가속도가 붙을 수 있는 민감한 내용들이 많다.

변호사 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를 종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변협이 얼마전 마련한 좌담회에서도 의견이 모아졌으며, 개개의 일선 변호사들에게서도 비슷한 내용이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그중 첫째는 부익부빈익빈으로 압축되는 변호사들의 생존에 관한 사항이다.

전문성으로 압축되는 뛰어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대형 법률회사와 전문변호사들이 있는가 하면 상당수의 개인변호사들은 사무실 유지조차 쉽지 않은 어려움속에 문을 닫아야겠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는 게 작금의 변호사업계의 현실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변호사라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품위있게 사무실을 유지해야 한다고 할 것은 아니지만 다중적 구조속에 변호사별로 계층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 상당수 변호사들이 당황해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연장선상에서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등 유사직역 종사자들과의 직역 조정 문제가 해묵은 논쟁을 거듭 일으키고 있으며, 로스쿨 도입, 법률시장개방 등의 이슈도 변호사들의 경기에 직, 간접으로 연결돼 있다.

변호사들은 또 변호사가 양산되고 있음에도 대법원은 사법보좌관제도를 강행하려 하고 있고, 행정부와 공기업의 관료들은 여전히 변호사들에게 배타적이라고 불만을 털어 놓고 있다.

변호사의 윤리, 재야 법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문제 등도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생존권에 관한 그것이 변호사의 위기의 핵심이요, 대부분 여기에서 연유하는 측면이 많다고 보는 게 순리일 것이다.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법률 등 지식서비스산업이야말로 그 자체로서 부가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일류기업을 키우는 핵심적인 인프라"라며, "이를 집중 육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법률가출신 대통령답게 법률비즈니스의 속성을 꿰뚫은 탁견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각론은 궁극적으로 변호사들 스스로가 책임지고 마련해야 할 재야법조의 주요 과제라고 하는 게 온당한 접근일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변협회장 추천 후보와 회장 선거가 얼마 안 남았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변호사의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한해를 꿈꿔본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