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임명
대법관 임명
  • 기사출고 2012.07.0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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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여러 책무 중 대법관을 지명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스티븐스 대법관과 같은 법의 거인을 승계할 사람을 지명하는 것은 특히 그렇습니다."

◇김진원 기자
오바마 미 대통령이 약 2년 전 하버드 로스쿨 원장을 역임한 엘레나 케이건 법무차관을 스티븐스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지명할 때 한 말이다. 실제로 9명으로 구성되는 미 연방대법원은 미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수적인 연방대법원은 또 종종 미 대통령으로서도 상대하기 어려운 버거운 상대였다.

최근 연방대법원의 막강한 위상과 대법관 임명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일이 미국에서 있었다. 연방대법원이 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법을 5대4의 한 표 차이로 합헌판결한 것이다.

미 언론들은 특히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돼 보수성향을 보여 온 로버츠 대법원장이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 편에 서면서 대법원의 추가 합헌 쪽으로 기울었다며, 로버츠의 선택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오바마는 상원의원 시절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된 로버츠에 대한 인준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일도 있어 로버츠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이번 판결의 배경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배경이 어떻든 공화당 정부에서 임명된 로버츠가 민주당 대통령의 개혁법안 추진에 물꼬를 터준 결과가 됐다.

우리 정부도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13명의 대법관 중 4명의 후임자를 뽑는 임명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사법권력의 약 3분의 1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개편이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임명 동의권을 가진 국회가 개원조차 못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수없이 송사가 일어나고, 주요 이슈마다 찬반의견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과 대치가 이어지는 우리 사회에서 최종적인 법적 판단기관인 대법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것이다. 헌법이 대법원장의 제청과 대통령의 지명, 국회 동의라는 3중의 절차를 거쳐 대법관을 임명하게 한 것도 사법부의 역할과 위상을 워낙 막중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과 동의절차가 진행되어 대법원의 재판업무에 한치의 공백도 없어야 한다. 또 엄중한 심사를 통해 앞으로 6년간 수많은 판결의 종지부를 찍을 적임자 여부를 가리는 게 국민의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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