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재야, 대인 홍남순/홍남순 평전 간행위원회/나남출판
영원한 재야, 대인 홍남순/홍남순 평전 간행위원회/나남출판
  • 기사출고 2004.12.28 14: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와 예를 중시한 홍남순 변호사 평전
[서평]

이 책(사진)은 홍남순 변호사님의 평전이다.

홍 변호사님은 연세가 52세 되던 해인 1964년에 사회운동에 발을 담그셔서 68세가 되시던 1980년에 광주민중항쟁으로 인하여 옥고를 치르셨다. 홍 변호사님은 노태우 정부가 들어선 1988년 이후 즉, 76세가 넘으셔서는 거의 사회활동을 접으시고 간간히 변호사 활동만을 하셨다.

내가 초년변호사로서 서울에서 1년 동안 활동하다가 1989년 2월에 광주로 변호사 사무실을 옮겼을 때, 홍 변호사님은 이미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였다. 나는 가끔 홍 변호사님 댁에 세배를 가기도 했지만, 홍 변호사님과 본격적으로 일을 같이 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간간히 법정에 나오셔서 상대방의 대리인으로 뵙기도 하고, 시국사건에 관한 변론도 함께한 일도 있었다. 홍 변호사님에 관한 취재기사를 월간지 등을 통하여 읽어 봐서 대충은 짐작하였지만 이 분이 어떠한 분인가 늘 궁금했었다. 홍 변호사님께서 법정에 나오셔서 기다리거나 변호사 대기실에서 앉아 계실 때, 늘 이 분의 밝은 모습과 온화한 목소리를 보면서 이 분은 어떠한 점이 다를까 생각해 볼 때가 많았다.

기성법조인에 대한 인상을 떠올려 보면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겸손하지 못하고 명리(名利)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법조인들이 많다는 것이 나의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그런데 홍 변호사님을 여러 차례 만나본 나는 '이 분은 교만하지 않고 소박하시구나' 라는 점을 금방 알게 되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안에 피어나는 깨끗한 미소는 이 분의 마음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홍 변호사님의 성성한 백발은 광주민중항쟁으로 신군부(新軍府)에 의하여 형언할 수 없는 고초와 치욕을 받으신 결과였다. 또한, 홍변호사님은 몸에 예(禮)가 붙어 있다는 것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이 평전을 읽어보니 그 동안 틈틈이 주위사람들로부터 말로만 듣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늦게나마 체계적으로 알게 되었다. 아주 많은 이야기가 이 평전 속에 소개되어 있다.

"그의 일대기는 우리 현대사 자체"

홍 변호사님의 일대기가 우리나라의 현대사 그 자체이다. 이 평전을 보면서 내가 홍 변호사님에 대해서 생각했던 바가 별로 틀지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

그 가운데에서 나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대목은 이 분의 선비로서의 마음가짐 그리고 주위분들과 사귀는 모습이다. 견리사의(見利思義)하는 마음가짐과 예(禮)를 지키는 몸가짐은 이제는 40대 중반을 넘어선 나에게는 진한 감동으로 전해온다.

홍 변호사님은 의(義)와 예(禮)를 중시하는 옛날의 선비의 모습 그대로이다. 낮이면 밭에 나가 일을 하고 밤이면 글을 읽다가 나라의 잘못된 점이 있을 때에는 자신의 목을 자를 도끼를 메고 두려움 없이 군왕과 권신 앞에 나가며, 외적이 침입하면 의병에 참가하는 모습 그대로이다.

여러 고명하신 분들이 이 분을 '의인(義人)', '대로(大老)'라고 명하고 있다. 내가 이 분을 명명하기에는 어림도 없지만 그저 내 가슴 속으로는 이 분을 매운 겨울을 지나온 매화처럼 아름다운 선비라고 부르고 싶다.

◇대한변협신문에 실린 서평을 동의아래 전재합니다.

유남영 변호사 · 변협 재무이사(nyyoo@kcl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