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 "혼인중이거나, 미성년 자녀 있으면 성전환자 성별정정 불가"
[호적] "혼인중이거나, 미성년 자녀 있으면 성전환자 성별정정 불가"
  • 기사출고 2011.09.0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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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체, "혼인해소, 자녀 어른 되면 가능"
자신의 성(性)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남성이 결혼해 아들을 낳은 뒤 결국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했다. 이후 부인과 이혼한 후 법원에 성별정정 신청을 했다면 이를 허용해야 할까.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대법관 박시환)는 9월 2일 미성년자 자녀를 둔 성전환자 A씨(37)가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해달라"며 낸 사건의 재항고심(2009스117)에서 A씨의 재항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현재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의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신청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 반면 과거 혼인한 사실이 있더라도 이혼 등으로 혼인이 해소되었거나 자녀가 성년이 되면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A씨도 현재 만 16세인 아들이 성년이 되면 다시 신청을 내 성별정정을 허가받을 수 있다.

다수의견은 이렇게 판단한 이유로 동성혼의 금지와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들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만약 현재 혼인 중에 있는 성전환자에 대하여 성별정정을 허용할 경우 법이 허용하지 않는 동성혼의 외관을 현출시켜 결과적으로 동성혼을 인정하는 셈이 되고, 이는 상대방 배우자의 신분관계 등 법적 · 사회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밝혔다. 현행 민법 규정과 오늘날의 사회통념상 현재 혼인 중에 있는 성전환자는 전환된 성을 법률적으로 그 사람의 성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그 결과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별정정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현재 혼인 중이 아니라면 과거 혼인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혼란을 야기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지 않으므로 성별정정을 불허할 사유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 친권자의 성(性)을 법률적으로 평가함에 있어서 미성년자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전제한 뒤,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음에도 성별정정을 허용한다면, 미성년자인 자녀의 입장에서는 법률적인 평가라는 이유로 부(父)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또는 모(母)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뒤바뀌는 상황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하므로, 이로 인한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수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성별정정을 허용하게 되면, 가족관계증명서의 '부(父)'란에 기재된 사람의 성별이 '여(女)'로, 또는 '모(母)'란에 기재된 사람의 성별이 '남(男)'으로 표시됨으로써 동성혼의 외관이 현출될 수밖에 없고, 미성년자인 자녀는 취학 등을 위해 가족관계증명서가 요구될 때마다 동성혼의 외관이 현출된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현실에 대한 적응능력이 성숙되지 아니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미성년자인 자녀를 이러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친권자로서 또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책무를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가족 간의 유대와 배려를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가족관에 비추어 볼 때, 미성년자인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친권자의 성별정정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현재의 우리 사회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하여 이성과 혼인하고 자녀를 출생시켜 가족을 이룬 사람에게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요청"이라고 덧붙였다.

2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A씨는 학창시절부터 여성복을 즐겨 입고 여성을 동성처럼 여기는 등 자신의 성정체성에 심한 혼란을 겪었다. 부모님의 권유로 여성을 만나 19세에 결혼해 2년만에 아들을 낳았으나 4년 남짓 결혼생활을 하다가 이혼했다. 가정형편과 성 정체성 장애가 이혼원인이었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A씨는 결국 32살 되던 해 태국으로 건너가 성전환수술을 받았고, 여성호르몬제를 지속적으로 투약하며 2009년 법원에 성별정정 신청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결정과 관련, "혼인 중에 있는 성전환자는 혼인 해소를 기다려서, 미성년자인 자녀를 둔 성전환자는 자녀가 성년이 되기를 기다려서 성별정정을 신청하면 허용된다는 것이며, 혼인 중인 성전환자와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신청을 무조건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성별정정의 기준을 제시한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배우자나 자녀와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경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성전환자가 성별정정신청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미정 기자(mjk@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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