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위 합의 이후
사개위 합의 이후
  • 기사출고 2004.11.05 11: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법개혁위원회의 사법개혁 추진 작업이 쾌도난마처럼 진척되고 있다.

◇김진원 기자
지난 여름 일찌감치 경력변호사중에서 법관을 뽑는 법조일원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해 대법원장에게 건의한 데 이어 얼마전엔 2008년부터 로스쿨을 열어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하겠다고 해 대학가와 서울 신림동의 고시촌이 들끓고 있다.

최근엔 배심제와 참심제를 혼합한 완화된 수준의 국민사법참여제도를 2007년부터 시행하기로 하는 한편 5년 뒤인 2012년엔 우리 실정에 맞는 완성된 형태의 국민사법참여제도를 본격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사개위가 당초 내건 논의 과제엔 이외에도 '대법원의 기능과 구성' 등 이미 논의가 종결된 주제들 못지않은 커다란 주제들이 남아 있긴 하나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와 합의 내용만 보아도 사개위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정부들에서 사법개혁에 관련된 논의가 많이 정리되고 축적된 덕도 없지 않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개혁에 관한 강한 공감대 속에 밑그림이 하나씩 완성돼 왔다고 풀이하고 싶다.

자연스럽게 관심의 초점은 사개위 합의 이후로 옮겨가고 있다.

사개위 합의로 정책이 확정되고 때가 되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에의 건의를 거쳐 대통령과 행정부가 이후의 절차를 추진해 마무리해야 함은 물론 입법사항은 마땅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일부에선 사개위 합의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대로 될까'하는 회의적인 전망도 없지 않은 게 현실이다.

법조인 양성과 선발제도의 혁명적 전환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과 사법시험 폐지안만 해도 대학과 신림동 수험가에선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없지 않다고 한다.

여기엔 물론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거나 정부가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이전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경우를 종종 보아온 전례가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또 사안별로 현실화되기 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는 장기과제라는 점도 관련 당사자들의 실감을 반감시키는 요인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반론을 들어 사개위 합의 내용의 이후 추진과 마무리를 걱정한다면 그것은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

우선 사개위를 대법원장의 단순한 자문기구로만 볼 게 아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에 공감대를 이뤄 공동 추진을 위한 논의기구로 발족시켰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최종영 대법원장의 사법 개혁 의지는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으며, 대법원장에의 건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사개위 합의 내용은 최소한 행정부 단계에선 그대로 추진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대법원이 사개의 건의대로 경력변호사중에서 법관을 뽑는 법조일원화를 지향, 2006년 20~30명의 법관을 변호사중에서 선발하기로 하는 대신 여기에 맞춰 내년도 예비판사 임용을 줄이기로 하는 등 이미 시행 단계에 들어선 대목도 없지 않다.

사법부와 행정부의 이런 긴밀한 협조를 떠나 무엇보다도 사법개혁에 대해 국민들의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많은 사람들의 지적을 잊어선 안된다.

정치권에서도 더하면 더했지 사법개혁에 대해선 별다른 이론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이렇다고 하여 사개위 합의대로 일사천리로 추진된다고 할 것은 아니며, 입법과정이나 세부 추진과정에서도 잘못된 게 있으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다만, 대법원장 산하의 위원회 차원의 결론에 불과하다고 치부해 버리거나, 워낙 큰 변화가 수반되는 내용이어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식의 논리로 그 실현 가능성을 과소평가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행여 사개위 합의를 가볍게 생각한 나머지 다른 의사결정때 이를 간과하기라도 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