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과 로펌
로스쿨과 로펌
  • 기사출고 2004.10.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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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위원회가 2008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로스쿨 제도는 곧 미국식 법조인 양성제도의 도입을 의미한다.

◇김진원 기자
일본도 로스쿨이 설립돼 올해부터 신입생 선발에 들어갔지만 미국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보통 '일본식 로스쿨'이라고 부른다.

사개위가 강조한 대로 로스쿨 입학시험은 사법시험과는 전혀 성격이 다를 전망이며, 다양한 전공의 학부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쳐야 로스쿨 입학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로스쿨 학생의 대부분이 변호사 자격 시험을 통과해 법률가로 탄생할 것으로 예상돼 과거시험 보는 식의 사법시험제도 때와는 변호사가 되는 과정 자체가 판이하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법조인 양성에 관한한 미국을 많이 따라가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다 비록 실현되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사개위가 이미 의결해 대법원장에게 건의한대로 법조일원화가 전면 실시된다면 변호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법관이 될 수 없게 된다.

법관으로 있다가 변호사로 다시 나서는 경우도 법관의 임기가 다한 경우 등 극소수로 줄어들 지 모른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런 변화가 변호사업계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점이다.

성급한 추측일지 모르나 개인변호사 사무실의 위상은 더욱 약해지고, 법무법인 등 대형 법률회사로의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관 출신의 개업이 줄어드는 가운데 로스쿨 졸업생의 단독 개업이 여의치 않을 전망이라면, 변호사업계는 더욱 법인 위주로 판세가 짜여질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개위의 로스쿨 도입 방침이 확정된 직후 만난 로펌의 한 변호사는 "미국처럼 로스쿨 2학년말이나 3학년 여름 방학의 인턴십 과정때 신입 변호사 후보를 낙점하게 될 것"이라며, "법조일원화가 실시돼 전원이 일단 변호사로 나서게 되면 법률회사로서는 신입 변호사를 채용하는 데 보다 유리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로스쿨 도입이 로펌에도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변호사업계엔 이미 오래전부터 로펌 등 법무법인이 설립되기 시작해 갈수록 규모와 전문성을 더해가고 있다.

젊은 변호사들도 몇명씩 모여 법인을 구성하고 있으며, 대형 법률회사 등 그 이름이 뿌리를 내린 법인들도 상당수 된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10월14일 현재 전국에서 운영중인 법무법인은 모두 285곳. 이곳에 소속된 변호사만도 2431명에 이른다. 또 전국 72개의 공증인가합동법률사무소에 302명의 변호사가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전체 개업변호사 6297명중 절반 가량이 법인 등 소속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로펌은 미국에서 크게 발달한 법률사무소 형태인데, 장기적으로 국내 변호사업계도 미국의 그것처럼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하면 틀린 말일까.

로스쿨 보다 로펌 제도가 우리나라에 먼저 도입됐지만, 미국식 로스쿨의 도입은 로펌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또 법무부는 기존의 법무법인 이외에 변호사법인의 형태를 새로 도입하고, 미국 로펌들이 취하고 있는 책임제한조합(LLP)과 유사한 변호사조합의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법무법인 제도의 활성화를 내용으로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이미 국회에 내놓은 상태다.

각각 다른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미국식 로스쿨의 도입과 대형화와 전문화를 트레이드 마크로 하는 로펌 등 법무법인의 발전이란 큰 흐름속에서 재야 법조계가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로펌 등 법무법인의 설립과 발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로스쿨 제도의 도입 등 사법개혁의 방향이 국내 변호사업계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