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침해소송 대응방안
미국 특허침해소송 대응방안
  • 기사출고 2010.03.0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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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모 변호사]
국제특허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법무법인 광장이 미국 로펌인 'Finnegan, Henderson, Farabow, Garrett & Dunner' 등과 함께 국제특허분쟁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2월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선 특히 우리 기업이 해외 특허소송에 당면했을 때의 대응방법, 영업비밀 관리전략, 해외세관 등 행정기관에서 특허분쟁이 발생했을 때의 유의점 등에 대한 발표와 질의응답이 오갔다. 권영모 변호사의 발표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1. 들어가며

◇권영모 변호사
자정이 넘은 깊은 밤, 10평 남짓한 회의실에는 한국, 미국 변호사 10여 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프로젝트 화면을 주시하고 있다. 변호사들 앞에 하나씩 놓여있는 노트북에는 미국 로펌에서 사용하고 있는 디스커버리용 전문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고, 프로젝트 화면에는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연결된 워싱턴 소재 미국 로펌 변호사의 컴퓨터 화면이 비춰지고 있다.



전산실 컴퓨터가 기업문서 포맷

변호사들은 테이블 가운데 놓인 고성능 스피커폰을 통해 미국 로펌의 변호사와 통화하면서, 프로젝트 화면에 보여진 증거문서의 처리 방향에 대하여 토론하고 있다. 회의실 한쪽 벽에는 '본사', '지점', '공장' 등으로 표시된 조직도와 각종 문서리스트가 빈틈없이 붙어있고, 나머지 세 벽을 둘러싸고 있는 화이트 보드에는 각종 주의사항과 기술적 내용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한편 회의실 바깥 복도에는 이미 리뷰가 완료되어 다음날 아침 미국으로 발송될 DHL 문서 박스 30여 개가 줄이어 기다리고 있다. 같은 층에 있는 전산실에서는 8대의 컴퓨터가 동시에 돌아가며, 기업으로부터 받아온 전자문서를 적절한 포맷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된 한국 기업에 대한 특허소송 준비를 위해 법무법인 광장의 한 회의실에서 일어난 풍경이다. 소송 준비라기보다는 기업의 전략회의 같은 이 모습은 사실 법무법인 광장이 미국 특허 전문 로펌인 피네간(Finnegan)과 실시간으로 업무협의를 하며 ITC 사건 상대방에게 제출할 디스커버리 절차 관련 문서를 리뷰하고 준비하는 장면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 소송에 제소되는 경우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선입견은, 소송은 변호사 혼자 서면을 작성하고 법원에 가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과 증거는 유리한 것만 골라서 내면 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점들 말고도 미국 소송절차와 한국 소송절차의 상이점은 많지만, 위 두 가지 점은 우리 기업들이 잘못 이해하는 경우 소송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크게 실수하여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부분이므로, 아래에서는 위 두 가지 측면, 즉 기업 내부의 대응체제 구축과 문서 제출 준비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2. 사내 대응체제의 구축

사건이 종료되기 전까지 사건의 진행 일정을 예측하기 어려운 한국 소송과 달리, 미국 소송은 초기에 미리 스케줄이 결정되고 각 단계별로 기간이 부여된다.

초기에 스케줄 미리 결정

또 방대한 자료의 수집, 정리 및 전달이 필요하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특징을 가지므로, 소송 초기에 일사불란한 대응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될 필요가 있다.



미국 소송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내부적 대응체제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①실질적인 의사 결정 권한을 갖는 책임멤버(사업부와 기술부의 의견이 모두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②사내 및 국내, 국외 대리인 사이의 정보 연락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주력멤버, 마지막으로 ③ 문서수집 및 해당 사건과 관련된 실질적 정보수집과 같은 방대한 작업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주력 멤버를 보조 하는 지원멤버이다.



영어 잘하면 효율적

이때 가장 중요한 주력멤버는 국내 1~2명, 미국 자회사 등에 1명 정도의 사람으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정보의 핵심을 추려내어 책임멤버에게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 사내 지원멤버와 기타 멤버의 매우 신속한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미국 대리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가급적 영어가 능통한 자로 선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3. 문서제출의 준비



이 지면을 통하여 문서제출 준비 전 과정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으나, 소송초기에 기업이 우선 취해야 할 대응은 사건과 관련성 있는 정보를 가진 부서, 구성원들에게 관련 정보의 변형 및 폐기 중단을 공지하는 절차, 즉 Litigation Hold Notice(문서보전공고)를 발송하는 것이다.



이메일도 보전 대상

문서보전공고는 향후 제출할 문서가 삭제, 변경 등으로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해당 사건과 관련성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구성원 또는 그 부서 전체를 대상으로 종이문서, 이메일, PC 내 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문서를 보전범위로 하여 발하여지는 것이 좋다.



일단 문서보전공고를 통하여 상태가 고정된 문서의 pool 가운데서 제출할 문서를 선별하여 제출한다고 보면 되므로, 문서보전공고는 해당 사건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문서보다 그 범위가 넓게 설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서제출 준비작업을 경험있는 한국 로펌의 도움을 받아 수행하면 미국 로펌에게 지불할 법률서비스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4. 소송에 제소되기 이전의 대비



가장 좋은 것은 소송에 연루되지 않는 것이지만, 어쩔 수 없이 피소되는 경우 위와 같은 절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 하는 준비를 미리 하는 것만으로도 소송의 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문서제출과 관련하여, 우선 기업은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 기업 내부에서 순환되는 수십만 장의 종이, 전자문서들이 고스란히 제출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서의 생성, 보존, 폐기에 대한 뚜렷한 정책이 없는 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임의로 문서를 만들고 임의로 보존하는 가운데 소송이 제기되면 그 문서들이 모두 제출되게 되는데, 그 중에 어떤 내용의 문서가 섞여 있을지 생각하면 바싹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불필요 문서 즉시 폐기 필요

따라서 기업은 문서의 생산, 보존, 폐기에 관한 정책을 결정하고 그에 맞는 문서만을 보존하고 불필요한 문서는 즉시 폐기하도록 하여, 항상 관리 영역 내에 있는 정보만을 보유하도록 노력할 필요성이 있다.



5. 맺음말



2009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국내 기업이 해외에 특허침해로 피소되는 경우가 50건이 넘었는데, 2006년의 경우 1년을 통틀어 약 10건 남짓했던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증가추세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09년 50건 피소

이는 우리 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하게 됨에 따라 외국 기업들이 우리 기업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해외 특허쟁송은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이 명백해 보인다. 따라서 이제 우리 기업도 성공적인 해외 진출의 길목에는 반드시 해외 특허쟁송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권영모 변호사(ymk@leeko.com, 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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