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상황과 외교문제 등 종합적 반영한듯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지난 2006년 8월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기술을 유출했다는 쌍용차노조의 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미 지난해 말께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서도 발표 시기를 계속 늦춰왔다. 이는 당시 쌍용차의 대내외적 상황과 외교적인 민감성, 외국인 대상 수사의 어려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사에 깊이 관여한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말 수사를 사실상 종결짓고 중국 상하이차 임원 1명을 포함해 관련자를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당시 쌍용차를 둘러싼 주변 상황은 상당히 급박했다.
2005년 초 상하이차에 인수된 이후 다시 찾아온 경기침체로 최대 주주인 상하이차의 지원이 없으면 부도가 불가피할 정도의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던 것.
게다가 쌍용차 노조는 상하이차의 핵심 기술 유출을 문제삼아 모기업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한편 상하이차의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에 이를 '방패막이'로 삼으며 사측과 첨예하게 대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상하이차의 '기술 빼가기'를 공식화한다면 쌍용차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하이차로서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구제자금 지원과 쌍용차의 구조조정에 대한 요구는 명분을 잃을 것이 뻔했다.
또한 쌍용차 노조와 한국 정부는 상하이차와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하이차가 중국 3대 자동차 생산 기업이자 국영기업이란 점을 감안하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인한 외교적 마찰 또한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때 검찰로서도 판단이 쉽지 않았으리라는 점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반대로 검찰이 핵심 기술 유출이 없었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면 상하이차는 기술유출 의혹에서 면죄부를 받게 되고 이에 따라 쌍용차 노조는 거대 상하이차와 맞설 수 있는 '회심의 카드'를 잃게 될 국면이었다. 이 경우 상하이차의 구조조정 요구는 더 힘을 얻게 될 것이고 한국 정부도 구제자금 지원 공세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자국 국민의 대량 해고 사태를 용인하는 상황을 맞이할 개연성이 컸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에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수사가 마무리됐지만 정부 관계 기관의 '조언'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며 "그처럼 예민한 시기에는 어떤 수사결과를 내놨더라도 어느 한쪽이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후 상하이차는 올해 1월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손을 완전히 뗐으며 쌍용차는 지난 여름 노조원들의 장기농성 사태를 겪었지만 최근 회생계획안이 나오면서 재기가 적극 모색되는 시점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쌍용차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의미에서 수사발표 시기를 최종 확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외적 요인 말고도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상하이차 소속 임원 J씨(기소중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수사 결과 발표가 지연된 이유 중 하나다.
중국 본사의 지시를 받고 기술유출을 주도한 J씨는 출국정지 상태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지난해 12월 신병치료를 한다며 출국정지 해제를 요청, 중국으로 갔다가 올해 1월9일 재입국해 수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다시 1월 말 같은 이유로 출국정지 해제를 요청해 중국으로 돌아간 뒤 아직 한국으로 오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출국정지 해제 뒤 재입국한 사례가 있어 돌아올 줄 알았고 외국인에 대해 장기간 출국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며 "중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돼 있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민을 인도한 적은 없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강훈상 기자[hskang@yna.co.kr] 2009/11/11 15: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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