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성전환자 성폭행하면 강간죄"
[형사] "성전환자 성폭행하면 강간죄"
  • 기사출고 2009.09.1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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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3년만에 강간죄 객체인 부녀로 인정 "사회통념상 여성…피고인도 여성으로 인식"
호적상 남자인 성전환자(transsexual)를 성폭행한 경우도 강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1996년 6월11일 선고한 96도791 판결에서 여성으로 성(性)을 바꾼 성전환자의 강간죄 대상을 부정했으나, 13년만에 태도를 바꿔 성전환자도 형법 297조가 규정한 강간죄의 대상인 부녀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9월10일 가정집에 침입해 돈을 훔치고 성전환자 P(58)씨를 흉기로 협박해 성폭행한 혐의(주거침입강간 등)로 기소된 신 모(29)씨에 대한 상고심(2009도3580)에서 강간죄를 인정,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성장기부터 남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여성으로의 귀속감을 나타내었고, 성인이 된 후 의사의 진단 아래 성전환수술을 받아 여성의 외부 성기와 신체 외관을 갖추었고, 수술 이후 30여 년간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현재도 여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하여 남성으로 재전환 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여성으로서 인식되어, 결국 사회통념상 여성으로 평가되는 성전환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인도 피해자를 여성으로 인식하여 강간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성전환자인 피해자를 법률상 여성으로 보고 강간죄의 객체가 된다고 한 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은 적법하고, 거기에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신씨는 2008년 8월31일 오전 8시10분쯤 부산에 있는 P씨의 집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방안에 있던 P씨의 가방에서 현금 10만원 상당을 훔치고, 부엌에서 가져 온 흉기로 잠에서 깨어 난 P씨를 위협해 강제로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당초 신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주거침입강제추행죄로 기소했으나, 주거침입강간 혐의를 주된 공소사실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1, 2심 재판을 맡은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이 신씨에게 강간죄를 인정했다.

아들 셋, 딸 셋인 형제 중 넷째인 P씨는 남자로 태어났으나,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치마 등 여성 옷을 입고 여자아이들과 주로 어울리고, 남자아이들은 멀리해 놀림을 받았다. 집에서도 이상한 아이로 여김을 받으면서 따돌림을 당했다.

사춘기에 이르러 여성이라는 분명한 성정체성이 형성되기 시작한 P씨는 1974년경 남성의 성기와 음낭을 제거하고 여성의 질 등 외부성기를 형성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상당기간 호르몬 요법의 시술을 받은 데 이어 가슴형성 및 보강수술과 질 확장술을 받았으며, 자신의 사정을 이해하는 남성과 10여년 동안 동거하며 아무 문제없이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영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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