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의 판단기준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의 판단기준
  • 기사출고 2009.09.02 08: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범희 변호사]
지난 7월23일부터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고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 폐지됨에 따라, 다른 저작물과 마찬가지로 컴퓨터프로그램도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를 받게 되었다.

◇지평지성_김범희 변호사
IT 산업뿐만 아니라 전 산업분야에서 컴퓨터프로그램이 기업의 핵심적인 영업비밀이 됨에 따라 이에 관한 분쟁 또한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인데, 최근 서울고법은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의 판단기준에 관한 중요한 내용을 판시했다. (2009년 5월27일 선고 2006나113835, 113842 병합 판결)

어문저작물+기능적 저작물

컴퓨터프로그램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ㆍ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로 정의된다. 기본적으로는 어문저작물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나, 특정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작성되어 다양한 표현의 여지가 적은 기능적 저작물로서의 특징도 가지고 있다.

또한, 컴퓨터프로그램의 기초가 되는 규약이나 해법 등도 보호되지 않고, 프로그래밍 언어가 다양하므로 외형상 틀려 보이는 코드라도 실질적으로는 같은 내용을 담고 있을 수도 있어 그 유사 여부에 대한 감정은 일반 어문저작물에 비해 매우 어려워, 한국저작권위원회 등 감정기관이 행한 감정 결과에 대해서도 정량적 분석뿐만 아니라 정성적 분석까지도 필요하게 된다.

위 서울고법의 판결은 은행업무 전산프로그램 간의 침해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 관한 것이다.

이 판결은 프로그래밍 언어가 같거나 유사하여 소스코드 등의 언어적 표현을 직접 비교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에는 표현을 한줄 한줄 비교하여 복제 등에 따른 침해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나, 프로그래밍 언어가 서로 달라 그 언어적 표현을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때에는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을 따져보아야 할 것이라고 한 다음, 그 판단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했다.

접근가능성 등 따져야

첫째 의거성 인정을 위하여는 소위 접근가능성 및 침해자가 원 프로그램의 일련의 지시ㆍ명령의 상당 부분을 이용하여 컴퓨터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인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접근가능성은 침해자의 원 프로그램의 소지 여부, 코드의 공개 여부 및 비공개된 코드에의 접근 가능성, 원 프로그램에 포함된 개별 파일의 수집 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둘째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기 위하여는 사상과 표현도구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창작적 표현형식만을 추출하여 비교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추상화 및 여과 과정을 거친 후에 남는 구체적 표현인 소스코드 혹은 목적코드를 개별적으로 비교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비교대상 컴퓨터프로그램들의 기능을 추상화하여 그 유사성을 살피고, 다음으로 컴퓨터프로그램을 둘러싼 주변 요소들 중 사상의 영역과 표현을 위해 사용되는 수단적 요소들을 제거하여 여과한 다음, 남는 부분들을 비교ㆍ검토하여 유사성 여부를 가리게 된다는 것이다.

투입된 노력, 시간, 비용도 고려해야

거기에 덧붙여 컴퓨터프로그램은 표현이 제약되는 기능적 저작물이므로 명령과 입력에 따라 개별파일을 호출하는 방식의 유사도, 모듈 사이의 기능적 분배의 유사도, 분석 결과를 수행하기 위한 논리적 구조 계통, 그와 같은 구조와 개별 파일들의 상관관계에 따른 전체적인 저작물 제작에 어느 정도 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이 투입되는지 여부도 함께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의 판단에 관한 기존의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실제 사안에서 적용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한편 POS 프로그램의 침해 여부가 문제된 지난 4월3일의 서울중앙지법 판결(2006가합92887)은 시간적으로 뒤에 만들어진 저작물이 먼저 만들어진 저작물의 변경 내지 변형에 해당한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소위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이 모두 인정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은 소위 기능적 저작물로서 그 속성상 표현이 제한되어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기능적 저작물에서 장치의 구성 등이 달라져 어쩔 수 없이 표현이 변경되는 부분은 창작성이 없으며, 이와 같이 창작성이 없는 부분은 의거성을 판단할 때와는 달리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할 때는 참작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다음,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원고가 대비 대상인 프로그램과의 실질적 유사성을 입증하기 위하여는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창작적인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을 특정하고 이 부분만을 대비 대상인 프로그램과 대비하는 주장과 입증(감정 등)을 하였어야 한다고 하면서 감정결과 상당히 높은 유사도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높은 유사도 불구 침해 불인정

일반적으로 상용프로그램의 소스코드는 그 분량이 방대하고 전체 구성요소가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하므로, 원고가 자신의 프로그램 중에서 창작적인 부분을 별도로 분리하는 작업 자체가 상당히 힘들 수 있고, 나아가 피고 프로그램의 구조나 프로그래밍 언어가 원고의 것과 다른 경우에는 그 중에서 원고의 프로그램에서 창작적인 부분에 대응하는 부분을 찾아 감정 대상으로 특정하기가 더욱 힘들 것이기는 하지만, 만약 이 사건의 상소심에서도 위와 같은 원심의 입장이 유지된다면, 이는 향후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 등 기능적 저작물의 침해 분쟁에서 원고나 소송대리인이 주장이나 입증을 할 때 매우 유념하고 주의할 부분이라고 하겠다.

김범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지성, bhkim@js-horizon.com)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