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전화 한 번에 "700만원 물어내라"
장난전화 한 번에 "700만원 물어내라"
  • 기사출고 2009.07.3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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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폭파" 10代 2명 첫 거액 손해배상 판결
항공기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협박성 장난 전화를 건 10대 청소년들이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지난 2월 대한항공이 국내 최초로 항공기 폭파 협박범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결과다. 더 이상 치기 어린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는 폭파 협박 전화에 법원이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항공기뿐 아니라 대형 빌딩과 지하철 등 다른 다중이용시설을 상대로한 장난 전화 대응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단독 이은희 판사는 29일 대한항공이 지난 1월 자사 항공기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협박한 A(15)군과 B(17)군, 이들의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 B군 측이 각각 700만원을 항공사에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냈다.

이 판사는 결정서에서 "피고들이 허위 전화를 함으로써 항공기운항과 관련한 손해가 발생한 것이 충분히 인정되고, 피고를 감독할 의무가 있는 부모들은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A, B군 측이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조정은 성립됐다.

같은 달 두 차례에 걸쳐 대한항공에 장난 전화를 건 C(14)군 역시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받았으나 이의를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폭파 협박전화로 인한 피해가 매우 커 적극 법적 대응에 나섰다"며 "협박범이 미성년자인 데다 결국은 장난 전화로 판명됐지만 부모까지 피고로 해 배상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협박성 장난 전화의 폐해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폭파 협박 전화가 걸려 올 경우 경찰 등 공항 관계 기관은 비행기 정밀 수색과 탑승객 보안 검문을 진행한다. 따라서 검사가 끝날 때까지 공항 업무가 마비되고 승객의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항공사들은 "협박 전화가 있을 때마다 항공권 환불, 운항 지연에 따른 조업비 증가 등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어 왔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판결로 항공사들의 손배소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인천공항취항 53개 항공사 모임인 인천공항항공사운영위원회(AOC)는 "협박범에 대해 강력한 형사적 처벌을 요구하고, 항공사들이 입은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도 보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버들 기자[oiseau@munhwa.com] 2009/07/29 13: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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