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회 창립 97돌
서울변회 창립 97돌
  • 기사출고 2004.09.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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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변호사회가 창립 97돌을 맞았다.

◇김진원 기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어느 지방변호사회보다도 역사가 깊고, 대한변협보다도 창립이 빠른 우리나라 최초의 변호사 단체라고 할 수 있다.

사법제도와 법치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 제도의 역사가 1백년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서울변회 소속 회원이 4200명에 육박할 만큼 변호사 수도 몰라보게 많아졌다.

그만큼 변호사회의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헌정 사상 최초의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으며, 정부와 국회로 변호사들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이제 사법부에서만 변호사들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외형상의 달라진 모습만을 본다면 변호사와 변호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시절'을 맞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난 9월23일 서울 서초동의 변호사 회관에서 치러진 서울변회의 97주년 기념식은 그 의미가 적지 않은 자리였다.

사법개혁으로 상징되는 법조 안팎의 커다란 변화가 바야흐로 하나 둘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고 있는 요즈음이기에 더욱 그렇다.

로스쿨의 도입과 사법시험제도의 개편, 법조일원화, 법률시장 개방 추진 등 변호사들은 말 그대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변화의 한 가운데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변호사들의 생각은 꼭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97돌 기념사에서 로스쿨 도입과 법률시장 개방을 세금과 유사직역 문제와 함께 변호사와 변호사회가 직면한 4대 난제로 들은 서울지방변호사회 천기흥 회장의 지적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그는 로스쿨 도입은 특히 변호사의 대량 배출이라는 점에서 강력 반대한다는 입장과 함께 입법과정에서 적극 투쟁해 나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또 "법률시장 개방은 거대한 선진 외국자본이 우리 법률시장 전반을 교란하고, 상당부분 잠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의 협상에서 일본과 같이 후퇴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의 진단과 지적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문제가 변호사들의 호 · 불호로 결론날 사안이 아니라는 데 변호사들의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있는 것 같다.

반대만으로 해결되기에는 여러 이해관계와 훨씬 복잡한 변수가 이들 문제에 관련돼 있는 것이다.

오히려 논의의 촛점은 이후의 일정을 챙기고 그 과정에서 가급적 부작용을 줄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의 제도 개혁이 이뤄지도록 지혜를 발휘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옮아가고 있다.

또 가만히 앉아 이해득실의 주판만 튕기고 있을 게 아니라 한 발 앞선 경쟁력 확보로 변화의 물살을 기회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대처가 요망되는 분위기다.

이런 점에서 서울변회가 변호사 등을 대상으로 조세 및 특허 분야의 연수원을 연데 이어 지난해 증권금융 분야로까지 이를 확대 운영하고 나선 것은 의미가 적지않아 보인다.

변호사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일종의 변호사를 위한 전문분야 연수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등록 희망 인원이 정원을 훨씬 초과할만큼 연수원이 인기가 높다고 하지 않는가.

또 얼마전 대한변협이 "지나치게 엄격한 광고 활동의 제한 때문에 수요자에게 필요한 법률정보마저 차단된다는 지적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인터넷게시판 등에의 광고를 허용하겠다고 나선 것도 매우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그동안의 지나친 광고 제한을 푼다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달라지는 사회 환경에 탄력적으로 적응해가는 모습이 신선해 보이기 때문이다.

변해야 할 때 그렇게 하지 못해 낙오자로 전락한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다.

변호사도 예외일 수 없다.

항상 시대의 변화에 한 발 앞서 경쟁력을 갖추고, 변화를 선도해 가는 변호사에게만 정녕 '좋은 시절'이 열린다고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로스쿨 도입도, 법률시장 개방도 위기가 아닌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변회의 97년 역사는 변호사들에게 이런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