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피의자 신문때 변호인 참여 제한 위헌"
"불구속피의자 신문때 변호인 참여 제한 위헌"
  • 기사출고 2004.09.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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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변호인 도움 받을 권리 구속여부 불문 헌법이 보장"김영일, 송인준, 주선회 재판관 등 3명은 합헌 반대 의견 내
불구속피의자라 하더라도 피의자 신문때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상담을 통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1992년 1월28일 구속피의자의 경우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을 통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 질서유지 · 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헌재가 결정한 이후 불구속피의자에 대해서도 같은 법리를 헌재가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얼마전 입법예고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참여를 전면 허용하고 있으며, 예외적인 경우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 재판관)는 9월23일 2000년 4월에 실시된 16대 총선에 앞서 이른바 낙선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최열 당시 총선시민연대 공동대표와 박원순 상임공동집행위원장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2000헌마138)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구속피의자에 대해 강조하기 위해 별도로 명시"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불구속피의자의 경우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우리 헌법에 나타난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원칙에서 인정되는 당연한 내용이고, 헌법 12조4항도 이를 전제로 특히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고 할 것"이라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변호인과 상담하고 조언을 구할 권리는 구속 여부를 불문하고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불구속피의자나 피고인의 경우 형사소송법상 특별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스스로 선임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하여 변호인을 옆에 두고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은 수사절차의 개시에서부터 재판절차의 종료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가능하다"며, "불구속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조언과 상담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변호인을 대동하기를 원한다면 수사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영일 재판관은 "변호인참여요구권은 절차적 권리로서 청구권적 기본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되려면 자유권적 기본권과는 달리 그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있다든가 관련 조항들의 유추에 의하여 그러한 권리가 인정된다는 해석이 가능한 경우라야만 한다"고 전제하고, "우리 헌법 12조4항의 명문 규정은 불구속피의자에 대하여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헌법적 차원에서는 보장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합헌 반대의견을 냈다.

"개인의 인권보장이란 목적론에 치우쳐 헌법의 체계적 해석 그르쳐선 안돼"

그는 "헌법 12조 4항을 불구속피의자에 대해서까지 함부로 유추할 수 없고, 불구속피의자에 대한 변호인참여권의 보장이 개인의 인권보장에 바람직하다는 목적론에 치우쳐 헌법의 체계적 해석을 그르쳐서는 아니된다"며, "불구속피의자의 변호인참여요구권이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송인준, 주선회 재판관은 "입법자가 불구속 피의자의 신문시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효율적 형사소추를 통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한 것이며,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의자가 달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효과적인 변호가 가능하고 이로써 피의자의 방어권과 공정한 절차가 보장될 수 있다고 판단되므로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합헌 반대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이 사건 행위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의 경우 검사가 수사의 합목적성을 근거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입법자의 합헌적인 결정에 부합하는 것이고, 그와 달리 청구인의 방어권 행사나 변호인의 효과적인 변호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등의 구체적 재량 행사의 잘못을 찾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청구인들은 2000년 4월 16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반대하는 후보자 명단을 공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또는 명예훼손)로 같은 해 2월 서울지검에 소환돼 검사로부터 피의자신문을 받기에 앞서 변호인들이 참여하여 조력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구두와 서면으로 요청하였으나 검사가 이를 거부한 채 신문을 하고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이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