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공정위의 기업결합 사례분석
전환기 공정위의 기업결합 사례분석
  • 기사출고 2009.07.1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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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연 변호사]
작년 하반기로부터 시작된 경기하강이 올해에는 과연 지속될지 반전될지 논란이 많지만, 부디 불경기가 호경기로 전환되기를 희망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사례를 소개함에 있어서 이즈음의 시기를 '전환기'라고 표현해 보려 한다.

◇김경연 변호사
본 기고는 지난 2009년 6월26일 필자가 근무하는 법인에서 개최한 세미나의 한 주제와 관련하여 짧은 시간에 대략 정리한 것으로서, 법인의 입장으로서 정리된 것이라기보다는 개인의 글에 불과하다. 또 세밀하고 정치한 분석에 의한 제대로 된 글이 되기에는 크게 부족함을 밝히고, 양해를 구한다.

M&A 보다 범위 넓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 따라, (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 (기업결합일 전후로 계열회사 관계에 있는 회사의 합산)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2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200억원인 회사에 대해서(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역시 공정거래법에 정한 일정한 요건을 갖추는 기업결합을 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를 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업결합'은 합병, 주식인수, 영업양수도 등을 포괄하며, 더 나아가 대상회사의 임원을 겸임함으로써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게 되는 경우도 별도의 신고유형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거래계에서 말하는 M&A 보다 다소 범위가 넓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경영권을 취득하는 통상의 M&A에서 인적지배는 필수적으로 동반되므로, 넓은 시각에서는 결국 같은 테두리 안에 있다고 보겠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신고된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을 심사하여 처분(승인, 불허, 시정조치 등)을 내려왔고, 이를 통해 M&A에 있어서 당사자들 못지않게 거래의 성사에 실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결합에 대해 본격적 심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IMF 구제금융 직후 1999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의 사건들을 대체적으로 보면,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판단과 관련해서 가령 불경기에는 기업의 입장을 고려하여 다소 완화되었고, 호경기에는 강화되었다는 식으로 경기와 직접 연관되거나 소위 정권의 변화와 연동된 어떠한 일관된 '경향성'이 발견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일관된 '경향' 발견되지 않아

한마디로 사건마다 다르다(case by case)는 것인데, 적어도 경쟁제한성 판단에 있어서 과거보다는 공정거래법 규정 자체를 좀 더 보완하는 경제학적 분석이나 해외 경쟁당국의 입장을 고려하게 되었고, 기업결합사건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의 이해도와 수준 역시 높아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과거보다는 다소 자세하고 다방면을 숙고한 의결이 나오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기업결합 심결의 예를 통해서 몇 가지 시사점을 굳이 생각해본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영창악기 인수 이후 불허조치 없어

첫째, 과거에 기업결합을 불허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경우가 간혹 있었던 것에 비하여 최근에는 가급적 조건부 승인 즉, 시정조치를 통해서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을 통제하고자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대표적인 불허 사례는 무학의 대선주조 인수(2002) 및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2004)이며, 두 사건 모두에서 공정위는 인수인이 취득한 주식의 전량을 매각할 것을 명하였으며, 그 이후에는 이와 같은 불허조치는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시정조치 중에서도 소위 구조적 시정조치(일부 자산의 매각 등) 보다는 행태적 시정조치(특정한 행위의 금지 및 통제)가 보다 자주 사용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지리적으로 전국적 시장은 물론 지역적 시장도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 유통산업(마트 등)의 경우, 가령 이랜드의 까르푸 인수(2006)나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2006)의 경우처럼 한 유통산업체의 다른 유통산업체의 인수시에 동일 · 인근 지역에 복수로 존재하게 되는 점포를 매각하는 명령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

다소 과장하여 말하자면, 이러한 유통사업의 경우 외에는 최근 들어 이렇다 할 구조적 시정조치의 예를 찾기가 어렵다. 2007년 구조적 시정조치를 명했다가 이듬 해 행태적 시정조치로 바꾼 오웬스코닝 사례 정도이다.

'유통업체 점포 매각하라'

그 대신 행태적 시정조치, 즉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으로 탄생할 강력한 시장사업자가 자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 행위 자체를 예방적으로 억제하는 시정명령이 자주 활용되고 있다. 자세하고 강력한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했던 하이트 컨소시엄의 진로 인수(2005)를 비롯한 다수의 사례는 물론,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의 인수(2008)나 E-Bay의 G마켓 인수(2009)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셋째, 시장 및 경쟁의 역동성을 감안한 결정이 역시 두드러지고 있는 것 같다. 시장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사업자의 수가 3~5개를 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경쟁사업자간 기업결합이 이루어지게 될 경우, 단순 시장점유율 합산이나 HHI 지수에 의한 분석에 있어서 당해 기업결합이 결코 경쟁제한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었다. 그런데 올해 있었던 2건의 공정위 판단 모두 단순한 시장점유율의 합산보다는 당해 시장의 실질적인 유효경쟁상황이 더 중요하게 고려된 것이라 흥미롭다. 물론 이러한 동태적 경쟁여하를 공정위가 이전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즉, 2008년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사건에서 공정위는, 거대한 SK텔레콤의 영업망과 전국적인 하나로텔레콤의 영업망을 합쳤을 때 이들이 판매할 결합상품의 시장장악력이 막대해질 것을 크게 우려했고, 결국 이로 인해 당해 기업결합은 경쟁제한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행태적 시정조치(결합상품 판매시의 일정한 행위 제한 및 800MHz 주파수 공동사용 허용)를 내린 바 있다.

그런데 그 이듬해인 올해, 비록 공식적으로는 경쟁제한성 판단이 사실상 면제되는 간이심사대상에 불과했던 KT의 KT프리텔 합병 건에 대해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에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 여부에 대해서 의견을 진술함에 있어 공정위는, 이미 SK군과 LG군이 관련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으므로 KT라는 유선통신시장의 절대강자와 KT프리텔이 결합한다고 해서 시장에서의 경쟁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며, 역시 이 합병은 경쟁제한적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11번가' 급부상 고려

또한 E-Bay 사건에서는 본래 인터넷오픈마켓시장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고 시장구도의 급변 가능성이 존재하며, 사업체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보다는 가격이 얼마나 싼지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비록 이 건 기업결합으로 옥션과 G마켓이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것은 맞지만 최근 '11번가'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경쟁제한성을 인정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해소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이라고 보았다. 결국 동태적 시장에서의 당장의 시장점유율은 그렇게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이해된다.

물론, 이러한 시장상황 자체의 고려에만 의지하여 '경쟁제한성이 있다 또는 없다' 라고 과감한 결론을 내렸다고까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차피 KT와 KT프리텔의 합병은 법적으로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간주되는 기업결합이었고, E-Bay사건에서는 유사한 요소를 고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론은 경쟁제한적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승인된 한신정의 한신평정 인수(2009)에서도 유사한 요소(KCB라는 유력한 경쟁사업자의 존재 등)가 고려되었다는 것은 여전히 공정위의 판단경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정거래법은 비록 그 기업결합이 경쟁제한적이라고 하더라도, 만일 그 경쟁제한성을 극복할 수 있는 효율성이 있다거나(소위 '효율성 항변'), 부실회사를 불가피하게 인수하는 경우로서 부실회사의 설비가 계속 활용되는 것이 시장에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소위 '부실회사 항변')에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공정거래법 제7조 제2항).

1999년 이래 효율성이 있다고 인정한 예는 무수히 많지만, 경쟁제한성을 능가한다고까지 인정된 예는 과거 일부 사례(창원특수강의 삼미특수강 인수 건 등)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더군다나 부실회사 항변은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 인수(1999) 이외에는 사실상 한 번도 인정된 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환기'가 결국 '극심한 불경기'로 판명되는 불행한 상황을 전제하면, 그 때는 혹시 부실회사 항변이 '좀더 쉽게' 인정될 여지가 있을지 의문을 가져본다. 물론 경험칙에 의거할 때 여전히 쉽게 인정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기아차 인수 부실회사 항변 인정

이처럼 항변은 여전히 인색하게 인정되는 상황임을 전제할 때 M&A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일단 경쟁제한적일 것으로 가판단된 M&A의 구제를 위하여 항변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역시 시장의 획정과 그 특성의 파악, 시장에서의 경쟁의 동태적인 측면을 상세하고 현명하게 분석해 내어 애초에 경쟁제한성 자체가 그다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 입증하는 것에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여 (구조적 또는 행태적) 시정조치가 내려졌을 때 당해 M&A를 그대로 진행할 것인지, 그로 인한 당사자간의 경제적 손실의 분석과 책임의 배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당사자간의 계약을 통해 분명히 해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경연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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