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보완 기대되는 사회적 기업
틈새 보완 기대되는 사회적 기업
  • 기사출고 2009.07.0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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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전에 영국에 가봤던 사람은 TV에서 한 금발의 남자요리사가 떠들면서 요리를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상일
축구선수 베컴에 준하는 인기를 누린 그 요리사의 이름은 '제이미 올리버'. 그가 불우 청소년을 모아 만든 레스토랑 '피프틴(Fifteen)'은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의 전형으로 꼽힌다. 지난 2002년 런던 북쪽에 문을 연 피프틴은 청소년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이들이 올린 수익을 다시 청소년 자립 프로그램에 재투자한다.

2002년 런던서 문 열어

영국의 '빅 이슈'(The Big Issue)는 또 잡지 출판과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을 노숙자의 재립과 자립에 지원한다.

수익보다 불우한 청소년을 구제하는 등 '공익적 목적'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기업을 '사회적 기업'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정부가 나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노동부는 사회적 기업 홈페이지까지 운영한다. 그리고 언론에서도 사회적 기업을 집중 소개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노동부는 사회적 기업의 정의를 이렇게 쉽게 풀이했다.

'빵을 팔기 위해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 '좋은 일 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기업'. 쉽게 말해 빵가게로 돈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실업자들을 구제하기 위한일자리 제공으로 빵가게를 만든다는 것이다.

고용 위해 빵 파는 기업

사회적 기업은 일반기업과 목적이 다를 뿐아니라 남은 이익을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다. 일반기업들이 수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데 주력하는 반면 사회적 기업은 사업 자체나 지역공동체에 재투자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

또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도 일반기업은 사장과 임원들이 주도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주주, 근로자, 지역 사회인사와 서비스 수혜자들이 참여해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서구에서는 이익추구보다 사회봉사를 하는 '제3섹터'가 앞으로 발전할 분야로 꼽혀 왔다. 제3섹터란 정부나, 기업이 아닌 다른 분야를 뜻한다. 즉, 전적으로 공적인 분야도,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전적으로 사적인 분야도 아닌 분야가 제3섹터다. 이른바 사회적 기업과 사단법인, 재단법인 등이 제3섹터에 속한다.

성공 사례 '아름다운 가게'

국내에서 이미 이름이 잘 알려진 '아름다운 가게' 역시 사회적 기업으로 성공한 사례다. 아름다운 가게는 시민들로부터 쓰지 않는 물건을 기증받아 손질한 후 저렴하게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비영리 단체다.

또 하나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유)행복나눔푸드'는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건강한 도시락을 만드는 유한회사다. 지역의 생산물을 이용해 도시락을 생산함으로써 다른 도시락과 차별성을 꾀한다는 것이다.

'아가야'는 시간제 보육시설로서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들을 위한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마디로 사회적 기업은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기업들이 쉽게 제공하지 못하는 틈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틈새 서비스 제공

사회적 기업에 관한 한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언론과 대기업들의 관심까지 더해져 사회적 기업의 창업 열기는 앞으로 더해질 것 같다.

삼성 봉사단의 한 사장은 또 "대기업도 사회적인 책임과 역할을 하면 사회적 기업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말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요즈음 대기업들은 사회봉사나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고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오래 직장 생활을 하고 퇴직한 사람들이 사회봉사나 사회적 기업에 참여하는 경우도 간간이 눈에 띤다. 사회적 기업에는 정년이 없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정년 느낌 약한 사회적 기업

정부나 기업에서 나온 정년퇴직자들이 사회적 기업에서 봉사하면서 자신이 오래 직장에서 쌓은 경험을 활용하는 것도 의미있는 제2의 인생이 될 것이다. 사회적 기업의 발전이 정부나 기업이 못다한 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허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 내길 기대해 본다.

이상일 경제칼럼니스트(bruce59@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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