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꽂힌 차' 옮기다 사고 …차주 20% 책임

[서울고법] "남이 운전하다 사고낼 가능성 염두에 둬야"

2004-09-20     김진원
열쇠를 꽂아 놓은 채 주차장 통로에 세워놓은 차를 다른 사람이 주차장내 소통 원활을 위해 이동시키다가 사고를 낸 경우 열쇠를 꽂아 놓은 차주에게 20%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이는 주차장 내에서의 차량 이동중 사고에 대해 현장에 없던 차주의 책임을 인정한 취지의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 9부(재판장 박해성 부장판사)는 9월14일 사고를 낸 자동차의 보험사로서 3억원의 배상액을 지급한 삼성화재해상보험(주)가 사고를 낸 운전자 신모씨와 신씨의 소속사 및 롯데쇼핑(주)를 상대로 낸 구상금청구소송 항소심(2004나16510)에서 차주에게 20%의 책임을 인정한 후, 나머지에 대해서만 구상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고를 낸 신씨에게 55%의 책임을 물었으며, 주차장내에 주차관리 요원 등을 배치하지 않은 주차장측에 25%의 과실을 인정했다.

피고 신씨는 제품 진열을 위해 회사 소유 프레지오 승합차를 운전해 2003년 2월14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백화점 지하 3층의 경품장 주차장에 이 승합차를 세워 놓았으며, 김씨는 약1시간후쯤 이 백화점 매장에 의류를 납품하기 위해 자신의 소유인 1t 화물트럭을 몰고 이 주차장에 도착해 주차공간에 빈자리가 없자 신씨가 승합차를 주차한 바로 앞 통로에 자신의 차를 세운 후 열쇠를 꽂아 두었다.

그후 신씨가 업무를 마치고 주차장에 돌아와 자신이 몰고 온 승합차를 빼내기 위해 김씨의 화물트럭을 후진시키다가 액셀레이터 조작을 잘못해 주차장 북쪽 끝에 있는자재창고와 충돌하고도 계속 진행하여 그 안에서 작업중이던 이모씨를 치어 사망케하는 사고를 내자 김씨 트럭이 보험에 든 원고 보험회사가 피해를 배상한 후 신씨 등을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동차 열쇠를 꽂아둔 채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누구라도 이 차를 운전할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며, 자동차를 조작 및 운전함에 있어 해당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조작방법 내지 운전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특성을 모르거나 그 차에 익숙하지 않은 제3자가 이를 조작 내지 운전한다면 실수로 교통사고를 낼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것"이라며, "차량을 정차 내지 주차하는 차량 보유자로서는 차량의 열쇠를 차에 꽂아 두는 경우 운전 내지는 차량의 조작방법에 미숙한 사람이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차량의 열쇠를 차에 꽂아 두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고, 이 점에서 김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