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전문 김선수 변호사

사법시험 수석합격 후 17년째 노조, 근로자 변론 외길노동계 대표로 사개위 참여…노동법원 도입에 큰 관심

2004-09-11     김진원
사법개혁위원회(위원장 조준희 변호사)의 김선수 위원은 변호사이지만 노동계 대표로 사개위 위원이 된 사람이다.

2003년 10월 사개위를 구성하면서 청와대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의견을 들어 노동계 대표로 김 변호사를 추천한 결과라고 한다.

노동법 전문인 그는 그만큼 노동계에 이름이 높다.

1988년 3월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고 조영래 변호사가 이끌던 시민종합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7년째 노동전문변호사의 외길을 걷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용자측은 맡지 않고, 사용자와 대립되는 관계에 있는 근로자측 변호사를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대병원 노조, 한미은행 노조, 서울은행 노조, 진로 노조, 포스코 노조 등 주요 기업 노조와 노조원등 근로자들이 그의 단골 의뢰인들이다.

"기업에서 노동 사건 맡아 달라고 해도 수임 않는 게 방침"

“일반 민, 상사 소송은 몰라도 노동사건은 기업쪽에서 사건을 맡아 달라고 요청해 와도 수임하지 않는 것을 방침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이해관계충돌을 피하자는 생각이지요.”

그가 노동계에 이름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짐작케 한다.

1985년 27회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한 그가 판, 검사나 일류 로펌의 변호사를 지망하지 않고, 인권변호로 유명했던 시민종합법률사무소에서 노동전문변호사가 된 데도 사연이 없지 않다.

1979년 79학번으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그는 학내 시위에 연루돼 81년 군에 강제징집되는 바람에 대학 동기들이 졸업한 후인 83년 11월에야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게 된다.

“제대를 앞두고 진로를 놓고 고민이 없지 않았는데 법조쪽에서도 노동자들을 위해 활동할 여지가 있고 또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더군요. 선배 중에도 그런 충고를 하는 사람이 많았고, 학생운동을 같이했던 친구들도 동의를 해 주고 해서 제대하자마자 본격적으로 고시공부에 뛰어 들었습니다.”

2년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그후 노동 관련 사건에 특히 관심을 갖고 연구를 거듭, 이 분야의 새로운 법리를 많이 개척한 선구적인 변호사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서울중앙지법에 노동전담재판부가 생기는 계기가 된 1988년의 서울대병원 노조원 1000여명의 미지급수당 청구소송이 그가 변호사가 된 지 얼마 안돼 활약한 대표적인 초기 사건.

이후 1998년의 현대전자 채용내정 취소사건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주요 노동관련 사건마다 근로자를 대리한 그의 활약상이 주목을 받아 왔다.

근로자 관련된 노동 사건 중 그의 손 닿지 않은 곳 없을 정도



현대전자가 외환위기에서 초래된 이른바 IMF 사태를 맞아 입사예정자의 채용 내정을 취소한 이 사건에서 입사예정자들을 대리한 김 변호사는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끝에 “채용내정때 이미 근로계약이 성립됐으며, 채용 내정 취소는 해고여서 미지급임금을 주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이끌어 냈다.

또 최근엔 성남시 소속의 환경미화원, 도로보수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수로원, 상하수도 관리를 담당하는 준설원, 검침원 등 50여명의 근로자가 경기도노동조합 성남시청분회를 조직,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 성남시를 상대로 낸 가처분사건 항고심에서 이들 근로자들을 대리해 “성남시는 성실하게 단체교섭을 하여야 한다”는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해고무효 등 기타 불이익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소송 ▲미지급임금 및 퇴직금 청구소송 ▲부당해고 등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한 중앙노동위위원회의 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 ▲쟁의, 파업 등과 관련한 근로자의 형사사건 ▲임원선거 무효 확인 등 노동조합 내부의 분쟁 ▲조합원에 대한 징계에 대한 소송 등 근로자가 관련된 노동사건중 그가 관여하지 않는 게 거의 없을 정도다.

김 변호사는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초래되는 법률적 분쟁은 좀 줄어들었으나 개별적인 노사 관련 분쟁은 여전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말로 최근의 노사관계 분쟁의 현실을 진단했다.

최근 그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사개위에서도 간담회 등을 통해 본격적인 논의에 나서려고 하는 노동 전문 법원의 설립.

얼마전 그가 사개위에 제출한 “노동법원의 도입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1 , 2심에 노동법원을 도입해 전문성을 높이고, 재판부도 직업 법관 1명과 노사 양측을 대표하는 비법관 전문가 2명으로 구성해 노동 관련 사건 해결의 여러 특례를 마련하자는 내용으로 압축된다.

신속한 재판 진행과 인지대의 절감 및 면제, 화해 내지 조정 절차 경유 제도 등을 제안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 중앙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사단법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 등을 겸하고 있는 그는 2001년 시민종합에서 독립, 강기탁, 김진 변호사와 함께 여민(與民)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김 변호사의 고교 은사가 지어 주었다는 ‘여민’이란 이름이 근로자를 주로 대리하는 여민합동법률사무소의 방침과 잘 어울려 보인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