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탐방]경희 로스쿨

"소통 잘하는 글로벌 기업법무 전문가 길러낼 것"통상 · 금융 · 기업조세 · IT&IP법무 4개 트랙 집중 육성국제법무대학원 운영 경험…첨단시설 전국서 벤치마킹

2008-08-27     여은미


내년 3월 문을 여는 전국의 여러 로스쿨이 국제법무, 기업법무를 특성화 주제로 제시하고 있다. 경희대 로스쿨도 그 중 한 곳이다. 경희 로스쿨은 '글로벌 기업법무'를 특성화 분야로 내걸고 있다. 경희 로스쿨은 "글로벌 시대를 선도하며 국가 사회에 봉사하는 우수한 법률가를 양성하겠다"는 교육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왜 '글로벌 기업법무이냐'에 대해선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화(globalization)는 이미 하나의 뚜렷한 시대흐름이 돼 버렸다. 기업법무도 갈수록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일본 중앙대와 자매결연

경희대는 특히 오래전부터 국제화, 세계화를 추구해 온 선구자적인 대학으로 유명하다. 창학정신부터 국제화, 세계화에 맞닿아 있다. 경희 로스쿨 취재를 위해 서울 회기동의 고황산 자락에 자리잡은 서울캠퍼스에 들어서니 '文化世界의 창조를 위하여'라는 교시(敎示)를 새겨넣은 교시탑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경희대의 한 관계자는 "문화세계의 창조를 통한 홍익인간의 이념 구현이 창학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다짐은 이후 경희대가 세계대학총장회 결성을 주도하는 등 교육의 세계화 추진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얼마전 서울에서 '로스쿨 심포지엄'을 연 일본 중앙대와 자매결연을 맺는 등 경희대가 교류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외국 대학이 200여 곳에 이른다.



법학 분야만 하더라도 1996년 국제법무대학원을 설립해 국제법무전문가의 양성에 앞장서 왔다. 야간으로 운영되는 국제법무대학원은 2008년 후기 모집의 경우 ▲중국법무학과 ▲통상법무학과 ▲지적재산권법무학과 ▲조세법무학과 ▲인터넷법무학과 ▲미국법무학과 등 6개학과로 나눠 석사과정 신입생을 뽑고 있다. 입학생 대부분이 직장인들로 이루어진 게 국제법무대학원의 특징. 그 중엔 기성 법조인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실무 위주로 가르치는 특수전문대학원이다. 경희대 법대의 한 관계자는 "정부, 법조계, 기업체 등 각 분야에서 국제법무전문가의 수요가 커가고 있지만, 국내엔 이 분야의 전문가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며, "국제법무대학원의 운영 경험 등이 글로벌 기업법무를 특성화 목표로 내건 경희 로스쿨의 교육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성화 이수증서 수여 계획

경희 로스쿨은 특히 '글로벌 기업법무'의 특성화 분야를 ▲글로벌 통상법무 ▲글로벌 금융법무 ▲글로벌 기업조세법무 ▲글로벌 IT&IP법무 등 4개의 트랙(track)으로 나눠 더욱 깊이있는 교육을 다짐하고 있다. 경희 로스쿨이 마련한 강의 계획에 따르면, 4개 트랙별로 기초과목 2과목과 심화과목 1과목으로 나눠 강좌를 준비하고 있다. 또 영미법, 유럽공동체법, 독일법, 프랑스법, 중국법 등의 비교법학과목을 트랙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1과목씩 수강하도록 편성해 놓았다. 여기에다 특성화 자유과목으로 분류된 3과목을 포함해 모두 7과목을 들어야 특성화 과정을 이수한 것으로 된다. 국제법무전공 지도교수로 있는 박훤일 교수는 "로스쿨 졸업장과 함께 특성화 전공을 이수했다는 이수증서를 수여해 가급적 많은 학생들이 특성화 과목을 이수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런 특성화 교육을 통해 경희 로스쿨이 집중적으로 양성하려고 하는 법률가는 물론 글로벌 기업법무전문가다. 경희 로스쿨이 펴낸 안내 팸플릿에 보면, ▲국적을 달리하는 기업간에 이루어지는 거래에서 발생하는 법률적 문제를 사후 내지 사전에 해결할 수 있는 변호사 ▲기업의 재무구조와 재무활동은 물론 자본시장과 파생금융시장의 운용에 관련된 법률에 정통한 금융법 전문가 ▲기업조세분야의 전문인력 ▲전자상거래 또는 지적재산권 분야의 전문변호사 등을 길러 내겠다고 경희 로스쿨 출신 법률가의 구체적인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또 ▲국내외 기업의 사내변호사 ▲다국적 기업의 대리인(agent) ▲은행, 증권, 보험회사 등 각 금융사의 사내변호사 ▲일반기업체의 재무관련 법무를 다루는 사내변호사 ▲공기업, 증권·금융회사, 일반기업 등에서 활약하는 조세법 전문가 등을 육성하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특히 경희대 법대의 교수들은 경희 로스쿨의 교육목표와 관련, 글로벌 마인드와 개방적 자세를 갖춘 법률가 양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경희대 법대의 이상정 학장은 "변호사라면 무엇보다도 의뢰인과 잘 소통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학생 선발과정에서부터 이른바 소통 능력을 갖춘 법학도를 가려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서보학 교수는 또 "단순지식만 많아서는 로스쿨의 이념에 부합하는 법률가 재목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인성(人性)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형법학을 가르치는 서 교수는 법학전공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60년간 300명 법조인 배출

1949년 발족한 신흥대학 법정과를 모태로 하는 경희대 법대는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그동안 약 300명의 법조인이 배출돼 법조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약 90명의 사시 합격자를 내는 등 사시 합격에 있어 전국 대학 중 10위 이내의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변호사, 이태훈 전 형사정책연구원장, 유철균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 고조흥 전 국회의원, 현재 경희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정진섭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행정고시에 합격해 건설교통부 기획관리실장,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역임한 권오창 법학박사 등이 경희대 법대 출신이다. 또 헌법학계의 원로인 허 영 교수가 경희대 법대 출신이며,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도 경희대 법대를 다녔다.

특히 경희대 법대는 조영식 학원장의 각별한 관심 아래 괄목할 성장을 이어왔다. 오래전부터 양진당(養進堂)이라는 이름의 고시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양진당 운영은 로스쿨 이후에도 계속된다. 또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용철 전 대법원장도 경희 로스쿨의 개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희대 법대의 한 관계자는 "법대를 넘어 전 대학 차원에서 경희 로스쿨 개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로스쿨 개원이 경희대의 법학교육 발전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올 초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예비인가 받은 입학정원은 60명. 120명의 입학정원을 신청했으나, 절반의 인가로 그쳤다. 그러나 '준비된 로스쿨'이라는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 전혀 과장이 아닐 만큼 여러 측면에서 착실하게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취재 때 만난 교수들도 '성공적인 로스쿨 교육에 자신있다'는 여유있는 모습들이었다.

우선 입학정원 대비 교수요원의 비율이다. 로스쿨 전임교원이 31명으로, 한 학년에 60명씩 전체 로스쿨 학생 180명을 기준으로 할 때 교수 1명당 학생 6명 꼴이 채 안된다. 여기에다 당분간 존치될 법학부 교원 12명을 더하면 경희대 로스쿨과 법대의 교수진은 모두 43명으로 늘어난다. 교수들은 국내외 주요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각 분야의 권위자들이며, 판, 검사를 역임했거나 변호사, 미국변호사, 정부출연연구기관, 국책 금융기관 등에서 경력을 쌓은 실무교수 12명이 함께 강의에 나서고 있다.

로스쿨 전임교원만 31명

경희 로스쿨은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교수진을 십분 활용, 약 20명 단위의 적은 인원으로 학급을 편성해 밀착수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고시반 지도교수인 박수곤 교수는 "경희대 법대는 지금도 엄격한 학사관리로 이름이 높다"며, "로스쿨에서의 소수 정예식의 밀착강의가 변호사시험 준비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장선상에서 헌법, 민법, 형법 등 기본법 과목의 경우 과목마다 여러 명의 교수가 포진하고 있는 것도 경희 로스쿨의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판사 출신으로, 민법을 가르치는 김종국 교수는 "반을 나눠 가르치는 과목의 경우 7월부터 교수별로 강의안을 작성한 후 교수 워크샵을 통해 과목별 교수내용을 맞춰갈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이를 통해 같은 법과목에 대한 교수별 강의내용의 균질화를 도모하고, 더욱 질 높은 강의가 이뤄지도록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6월 중순 5명의 교수가 커리큘럼 및 교수방법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한 곳도 일본의 나고야, 지바, 상지대 로스쿨 등 규모가 경희 로스쿨과 비슷한 로스쿨들이다. 박수곤 교수는 "일본에서도 높은 사법시험 합격률로 유명한 로스쿨들"이라고 설명했다.

강의실과 법학도서관 등 물적 시설도 경희 로스쿨이 자신있게 얘기하는 자랑거리다. 경희대 법대의 한 관계자는 "예비인가 심사때 시설 부문에선 거의 만점을 받았다"며, "여러 법과대학에서 직접 방문해 참고해 갔다"고 귀띔했다. 리모델링을 거쳐 증축된 제1법학관과 새로 지은 제2, 제3법학관의 3개 동이 로스쿨의 법학교육을 담당할 주요 공간이다. 또 64명 수용 면적의 전용 기숙사가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법학도서관은 1법학관의 5, 6, 7층에 자리잡고 있다. 7층엔 사법시험 준비생들을 위한 양진당이 들어서 있으며, 개가식 서가가 비치된 5, 6층은 내부 계단을 통해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된 복층 구조다. 6월말 현재 비치하고 있는 도서는 약 7만권. 올 연말쯤엔 8만권으로 장서가 늘어난다. 도서관의 한 관계자는 "올해 법학 분야의 도서구입비로 6억원이 책정돼 있다"고 말했다.

법학도서관 8만권 장서 자랑

약 300석 규모의 다양한 열람석도 뛰어난 시설을 자랑한다. 개가식 서가 옆에 모두 13개가 확보된 캐럴(carrel)은 일종의 개인열람실이다. 교수연구실 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는 독립된 공간으로 구획돼 대학원생의 논문 준비 장소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스터디 그룹 멤버들이 함께 모여 간단한 토론을 할 수 있는 공동 회의실 등의 공간이 도서관 열람실 내 여러 곳에 마련돼 학생들이 많이 이용한다.

모의법정은 1법학관 2, 3층에 민사 모의법정과 형사 모의법정으로 각각 나뉘어 자리잡고 있다. 실제 법정과 똑같은 모양으로 설계돼 있으며, 경희대 법대를 찾는 방문객이 꼭 둘러보고 가는 명소가 되었다. 빔 프로젝터 등을 써가며 디지털 재판을 할 수 있는 첨단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교수에 따라서는 실감나는 강의를 위해 종종 모의법정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모의법정을 관리하는 직원이 얘기했다. 이 외에 100석, 150석, 200석 등으로 크기를 다양화해 마련한 빼어난 시설의 극장식 대강의실과 국제회의실 등 외국 로스쿨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곳이 경희 로스쿨이다.

김&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태평양, 율촌, 아주, 경희법무법인, 유미 특허법인 등 주요 법률회사와 실무교육협약을 맺고 있는 경희 로스쿨은 밝은사회국제클럽, 한국납세자연합회,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사회봉사단체들과도 비슷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평화복지대학원, NGO대학원 등을 운영하는 경희대의 전통을 살려 로스쿨 교육에서도 공공봉사에의 관심을 강조하려고 한다고 박훤일 교수가 말했다.

또 아시아나항공, 하나은행, 국민은행, 유한킴벌리, 경희의료원, 롯데호텔, KTF 등과도 익스턴십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 경희 로스쿨 학생들이 실무수습을 체험할 공공기관으로는 법제처, 대한상사중재원, 한국법제연구원, 방송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과 협력관계를 체결했다.

글로벌 기업법무를 중점 교육하려는 로스쿨답게 해외 대학들과도 폭넓은 교류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중국 정법대학, 중국 인민대학, 일본 긴끼대학, 독일 트리어대학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로스쿨이 문을 열면 이들 대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해외 연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학생들의 해외연수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경희대 법대 관계자가 말했다.

10명중 4명이 장학금 받아

학내적으론 로스쿨의 J.D.과정과 함께 법학박사 학위 과정을 함께 운영한다. 3년의 석 ·박사 통합과정을 마치면, 법학박사 학위(SJD)를 수여하며, 석사학위가 있는 사람은 2년 박사과정으로 운영된다.

로스쿨 입학생들의 관심사항인 장학제도도 두텁게 마련돼 있다. 성적우수자와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장학금을 합쳐 로스쿨 180명의 10%에 해당하는 18명이 전액장학금을, 30%인 54명이 반액 장학금을 받게 된다. 이상정 학장은 "우수인재 배출을 위한 최적의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며, "경희 로스쿨이 로스쿨 교육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글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ㅣ 사진 지정훈 기자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