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원생 폭행사고' 합의 후 무혐의…어린이집 운영자의 합의금 반환 청구 기각

[대구지법] "기소, 유죄판결이 합의 전제 아니야…합의 취소 불가"

2023-05-31     김덕성

어린이집에서 원생이 다른 원생들로부터 폭행당하는 사고가 발생, 어린이집 운영자가 피해 아동의 부모와 합의서를 작성하고 합의금을 지급했으나 이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합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

대구지법 민사3-1부(재판장 최서은 부장판사)는 5월 19일 대구 동구에 있는 어린이집의 운영자인 A씨가 합의 취소를 주장하며 피해 아동의 부모를 상대로 "합의금 중 3,000만원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2022나321526)에서 "원고에 대한 공소제기나 형사상 유죄판결 선고가 합의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다툼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신재가 피고들을 대리했다.

이 어린이집의 원생이던 B(당시 2세)양이 2021년 3월 2일 오전 10시 6분쯤부터 9분쯤까지 담임 보육교사 2명이 등원지도, 다른 원생 돌봄 등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같은 반의 다른 원생 3명으로부터 약 3분간 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사흘 후인 3월 5일 자신에 대한 합의금 3,000만원, 담임 보육교사 2명에 대한 합의금 각 500만원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향후 이 사고와 관련하여 민 ·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합의서를 B양의 부모와 작성하고, B양의 부모에게 4,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이 어린이집의 원장 C씨와 보육교사 2명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수사한 검사는, 고의적으로 피해 아동에 대한 폭행을 방치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2021년 10월 모두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했다. 이에 A씨가 "형사상 책임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 법률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착오를 한 나머지 이를 면하기 위해 B양의 부모와 합의를 하였는데, 이 사고와 관련하여 기소가 되지도 않았고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에 관하여도 '혐의없음' 처분이 이루어졌다"며 이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민법 733조 단서에 따라 합의를 취소한다며 소송을 냈다. 민법 733조는 "화해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하여 취소하지 못한다. 그러나 화해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지급한 합의금 중 자신 명의의 합의금 3,000만원의 반환만 요구했다.

재판부는 먼저 "민법 제733조 단서에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대법원 2003다32797 판결 참조)"고 전제하고, "나아가 화해계약의 의사표시에 있어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의 존재 및 이것이 당사자의 자격이나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관한 것이라는 점은 착오를 이유로 화해계약의 취소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다20353 판결 참조)"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합의는 피해 아동의 부모인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40,000,000원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향후 사고와 관련하여 민 ·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약정으로 민법 제731조의 화해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공소제기나 형사상 유죄판결 선고가 이 사건 합의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다툼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이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원고의 착오에 기한 합의의 취소 주장은 이유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는 어린이집의 실제 경영자로서 피해 아동이 폭행을 당한 직후부터 어린이집의 당시 원장이던 C와 통화하며 대응방안에 대하여 논의하였고, 피고들과도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협의를 했다. 원고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3일이 지났고 사고에 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21. 3. 5. 원고 명의로 피고들과 사이에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보육교사 2명에 대한 합의도 일괄적으로 진행했으며, 원고가 피고들에게 보육교사 2명에 관한 합의금도 지급하면서 피고들이 향후 일체 민 ·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약정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 동기 및 경위, 그 구체적인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어린이집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원고 및 어린이집의 원장, 담임 보육교사 등 모든 관련자들과 피고들 사이의 사고에 관한 민 · 형사상 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관련자들의 형사처벌의 정도를 가볍게 하려는 의도에서 합의를 하였다고 보이며, 원고에 대한 기소 또는 유죄판결이 합의의 전제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C, 보육교사 2명은 수사단계에서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 아동에 대한 폭행을 고의적으로 방치하였는지 여부는 법적 평가의 문제로서의 측면도 있는바,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가 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관하여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피해자 측에게 손해배상조로 합의금을 지급하고 피해자 측으로부터 처벌불원의사를 받는 것은 일반적인 방어방법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합의 당시 합의당사자들이 원고 또는 어린이집의 원고 측 관련자들에게 형사상 책임이 존재한다는 점을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 삼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들이 피해 아동에 대한 폭행을 고의적으로 방치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원고, C, 보육교사 2명의 피해 아동에 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책임 등이 전혀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