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한의사가 약침 시술 후 CRPS 진단…한의사 책임 50%"

[대구지법] "시술상 주의의무 다하지 않아 CRPS 발생"

2023-05-18     김덕성

대구지법 김희동 판사는 5월 9일 약침 시술을 받고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진단을 받은 A(시술 당시 60세 · 여)씨와 A씨의 남편이 시술을 한 한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137287)에서 B씨의 책임을 50% 인정, "피고는 원고들에게 4,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어울림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B씨는 2019년 1월 26일 A씨의 목 뒤쪽 부위의 오른쪽과 왼쪽에 약침 시술을 했는데, A씨는 목 뒤 왼쪽에 약침을 시술할 때 '눈에 큰 번개 불이 번쩍하면서 마치 벼락에 맞아 감전되는 듯한' 강한 통증과 충격으로 잠시 기절했다가, 왼 팔에 심한 통증이 계속되고 팔과 손이 저리고 힘이 빠지고 손가락에 감각이 없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이후 A씨는 왼쪽 목, 어깨와 팔에 통증이 지속되고, 이질통과 작열통 등 증상과 징후가 동반되어 CRPS 제2형 진단을 받았다.

김 판사는 대법원 판결(2011다28939 등)을 인용, "의사의 의료행위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어 불법행위가 된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일반의 불법행위와 마찬가지로 의료행위상의 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환자 측에서 부담하지만,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의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경추 1-2번(C1-2) 부위에서 시술한 약침에 의한 척수손상이 일어나게 되면 그 부위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C5/C6/C7 신경다발이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점, 이 사건 시술 이전에 원고 A의 기왕력으로 외측상과염, 관절염, 손 그리고 손목의 기타 부분의 염좌 및 긴장 등이 있으나, 위 병명으로 장기간 진료를 받은 기록은 없고, 이러한 병명으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제2형(신경 혹은 척수손상 후 발생)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A의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증상에 관하여 시술상의 과실 이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가 시술을 함에 있어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로 시술 후 A에게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증상이 발생하였다고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B씨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다만,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경우 환자들이 호소하는 극심한 자각적 증상에 비하면 비교적 경미한 외상을 원인으로 하여서도 발생할 수 있고, 그 발생빈도가 희귀하면서도 그 위험도나 결과의 중한 정도는 대단히 높은 질병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에게 이 사건 시술로 말미암은 손해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은 공평의 이념에 반한다"며 피고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김 판사는 A씨에게 영구장해 6.72%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적용하여 일실수입을 산정한 후 여기에 지금까지의 치료비와 향후 치료비를 더한 금액에 책임비율 50%를 곱한 재산상 손해액에서 위자료 600만원을 더해 4,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