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도 임금 삭감 폭 크면 무효"

[중앙지법] "정년 2년 늘었지만 직전 연봉의 45~70%…합리적 이유 없어"

2023-05-18     김덕성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도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직원의 임금 삭감 폭이 크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회일 부장판사)는 5월 11일 KB신용정보 전 · 현 직원 4명이 "임금피크제는 무효이니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지급했을 임금과 퇴직금에서 기지급액을 뺀 차액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2020가합575036)에서 KB신용정보의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5억 3,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기덕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KB신용정보는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KB신용정보 임금피크제 무효"

KB신용정보는 2016년 2월 노조와 임금과 단체협약을 맺고 직원의 정년을 기존 만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만 55세부터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성과등급에 따라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연봉의 45~70%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먼저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건의 대법원 판결(2017다292343)을 인용,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고 전제하고,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위 대법원 2017다292343 판결의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법리이나,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하나의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을 감액하는 것이므로,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선임직원들은 성과등급에 따라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연간 보수 총액 대비 45% 내지 70%를 연 보수로 지급받게 되어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서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KB신용정보의 근로자는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만 55세에 도달한 이후부터 정년인 만 58세에 도달할 때까지 3년간 기존 연간 보수 총액 대비 약 300%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에는 임금피크제 적용기간인 5년 동안 성과평가에서 마케팅업무 직군의 경우 최고 등급인 S등급을 1번 이상 달성하거나 두 번째 등급인 A+등급을 2번 이상 달성한 경우에만, 행정업무 직군의 경우 모두 S등급을 달성한 경우에만 기존 연간 보수 총액 대비 300% 이상의 임금 총액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선임직원 운영지침에서 성과평가는 절대평가의 방식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A+ 또는 S등급을 달성한 선임직원의 비율을 알 수 없고, 선임직원 운영지침에 나타난 상대평가 적용시 구성비율에 따르면 S등급을 달성할 수 있는 선임직원은 10%에 불과하며 S등급과 A등급을 합치더라도 25%에 불과하다. 또 만약 근로자가 선임직원 전환 후 매년 최저 등급의 성과평가를 받게 된다면 받을 수 있는 5년간의 임금 총액은 기존 연간 보수 총액 대비 225%에 불과하다.

재판부는 "피고의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었다고 볼 수 있고,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근무 기간이 2년 늘어났음에도 만 55세 이후로 지급받을 수 있는 임금 총액은 오히려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손해의 정도도 결코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임금피크제로 인해 근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 중 하나인 임금의 삭감이라는 불이익이 초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선임직원들의 업무량이나 업무강도를 저감하는 등 불이익에 대한 대상조치를 적절하게 마련하였다고 보이지는 않고, 달리 피고가 55세 이상 근로자들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임금 삭감한 조치를 정당화할만한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