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돈 빌린지 14년 지나 면책허가 확정…채권자목록에 기재 안 했어도 면책 유효"

[전주지법] "공시송달로 전소송 진행…고의 누락으로 보기 어려워"

2023-03-04     김덕성

A씨는 2002년 8월 B씨에게 220만원을 빌려준 것을 시작으로 거래를 해 오다가 2003년 4월 B에게 500만원을 대여하고 이에 대해 2003년 11월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했다. A는 B가 이 500만원을 변제하지 않자 2012년 10월 B를 상대로 대여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냈고, 전주지법이 B에 대한 송달을 공시송달로 진행하여 2012년 11월 'B는 A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이후 B가 2014년 5월 전주지법에 파산과 면책을 신청, 2015년 6월 B에 대해 파산이 선고되었다. B는 2016년 1월 면책허가결정을 받아 2017년 3월 면책허가결정이 확정되었다. A로부터 500만원을 빌린지 약 14년이 지나 면책허가결정이 확정된 것. A는 전소 판결로 확정된 대여금 채권의 시효 중단을 위해 2022년 3월 B를 상대로 재판상 청구 확인소송(2022가단6647)을 냈다.

전주지법 김영희 판사는 그러나 2월 8일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의 소는 B에 대한 면책결정의 확정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며 소 각하 판결했다.

김 판사는 종전의 대법원 판결(2010다3353, 2015다28173)을 인용,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제423조는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은 파산채권으로 한다', 제566조는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청구권에 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파산채권은 그것이 면책신청의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단서의 각 호에 해당하지 않는 한 면책의 효력으로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전제하고, "이처럼 파산채무자에 대한 면책결정이 확정되면, 면책된 채권은 통상의 채권이 가지는 소 제기 권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에서 보면, 피고가 2014. 5. 14. 전주지방법원에 파산 및 면책신청을 하여 2015. 6. 18. 피고에 대하여 파산이 선고되었고, 피고가 2016. 1. 28. 면책허가결정을 받아 2017. 3. 7. 확정되었으며, 원고의 피고에 대한 대여금 채권은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으로서 파산채권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단서의 각 호에 해당하지 않는 한 대여금 채권에 대한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의 소는 면책결정의 확정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A는 이에 대해 "B가 파산 및 면책절차에서 악의로 원고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채무자회생법 566조 단서 7호에 따라 원고의 대여금채권에 대하여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B가 파산과 면책신청 당시 제출한 채권자목록에 A에 대한 채무는 기재되지 않았다. 채무자회생법 566조 단서 7호는 비면책채권의 하나로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을 들고 있다.

김 판사는 그러나 "피고가 파산 및 면책신청을 한 것은 피고가 돈을 차용한지 11년 이상 경과한 후이고 전소 판결의 확정일로부터도 1년 5개월 이상이 경과한 때인 점, 전소 진행이 공시송달로 진행되어 피고는 원고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파산 및 면책신청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하면서 원고의 채권을 고의로 누락할 별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에 대한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악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채무자회생법 566조 단서 7호의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이란 채무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며,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비록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더라도 위 법조항에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이와 달리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과실로 채권자목록에 이를 기재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법조항에서 정하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을 면책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는,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자가 있을 경우 그 채권자로서는 면책절차 내에서 면책신청에 대한 이의 등을 신청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 채무자회생법 제564조에서 정한 면책불허가사유에 대한 객관적 검증도 없이 면책이 허가, 확정되면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할 책임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위와 같은 절차 참여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불이익을 받게 되는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