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구상금채권 발생 전이라도 개연성 높으면 사해행위 취소 대상"

[대구지법] "피보전채권 될 수 있어"…기술보증기금에 승소 판결

2023-01-21     김덕성

구상금채권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구상금채권이 성립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면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기술보증기금은 A사와 2012년 5월과 2015년 5월 보즘금액이 2억 7,000만원과 1억 2,750만원, 9,500만원인 3건의 보증약정을 각 체결하고, A사의 대표이사인 B씨가 A사의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각 보증약정에 기한 채무를 연대보증했다. 3건의 보증약정에 따르면, A사가 보증기간 내에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기술보증기금이 그 채무를 대위변제한 경우, A사는 기술보증기금에 그 대위변제금에 대해 기술보증기금이 정한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과 채권의 보전 · 집행을 위해 기술보증기금이 법적 절차에 소요한 비용을 지급하기로 했다.

A사는 위 3건의 보증약정에 따라 기술보증기금이 발급한 보증서를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는데, 대구은행이 실행한 대출금과 관련해 2021년 5월 원금연체의 보증사고를, 부산은행이 실행한 대출금에 대해선 2021년 6월 신용관리등재의 보증사고를 발생시켰다. 기술보증기금은 같은해 9월 대구은행에 1억 3,000여만원을 대위변제하고 같은날 140여만원을 회수하였고, 부산은행에 대해서는 같은해 10월 3억 5,100여만원을 대위변제하고 360여만원을 회수했다. 기술보증기금은 또 A사에 대한 구상금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법적절차비용으로 790여만원을 지출하고 250여만원을 회수했다.

그런데 A사와 B는 2020년 8월부터 2021년 6월까지 B 소유의 부동산 4건과 A사 소유 부동산 1건에 대해 C씨 등 3명과 각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C 등 3명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이 당시까지는 기술보증기금이 대위변제를 하기 전이라 아직 구상금채권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으나, 기술보증기금은 사해행위라며 C 등 3명을 상대로 각 부동산 매매계약의 취소와 각 매도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의 각 말소등기절차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2021가합210410)을 냈다.

대구지법 민사13부(재판장 엄성환 부장판사)는 12월 19일 사해행위를 인정, "B와 피고들이 체결한 B 소유의 4건의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00다37821 등)을 인용, "비록 각 매매계약이 체결된 때에는 원고의 A에 대한 구상금채권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그 당시 이미 구상금채권의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인 각 보증약정과 그에 기한 대출은 이미 이루어져 있었고, 각 매매계약 체결일 및 위 각 보증사고일에 비추어 각 매매계약 당시 가까운 장래에 위 구상금채권이 성립된다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으며, 그 후 원고가 A의 채무를 대위변제하여 A에 대한 구상금채권을 취득함으로써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원고의 구상금채권 482,440,074원은 각 매매계약과의 관계에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1 매매계약 체결일인 2020. 8. 13. 기준 B의 적극재산의 가액은 제1, 3, 4, 5 부동산 시가 합계 970,000,000원이었지만 이는 B가 2021. 6. 8.경까지 피고들과 제1, 3, 4, 5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순차적으로 감소한 사실, 위 각 매매계약이 체결될 무렵 B의 소극재산으로는 원고에 대한 구상금채무 482,440,074원 및 북대구농협에 대한 576,229,089원 내지 758,139,658원의 채무가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B는 위 각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이고, B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 소유의 위 각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들과 사이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원고를 비롯한 일반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라 할 것이며, 수익자인 피고들의 악의는 추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A사 소유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에 대해선, 매매계약 체결 무렵 이미 해당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부 채무 등 우선변제권 있는 채무액이 해당 부동산의 시가를 초과해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재산이 사해행위로 양도된 경우에 그 사해행위는 그 재산의 가액, 즉 시가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 성립하고, 피담보채권액이 그 재산의 가액을 초과하는 때에는 당해 재산의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다70090 판결 등 참조).

법무법인 영남이 기술보증기금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