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 실정법으로 달 수 없어"

임재도씨, '퍼펙트 크라임' 출간형사소송 절차 따라 그려낸 본격 법률소설

2008-01-06     김진원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날, 검사 출신의 당선자가 잔인하게 살해된다. 특수부 검사는 상대 후보의 보좌관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전격 체포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인물이 유력한 용의자로 나타나고, 검사와 변호사의 치열한 법정공방을 통해 피살자와 관련된 비밀이 하나 둘 드러나는데…"

국회의원 당선자의 살해사건을 수사와 재판 등 형사소송 절차를 따라가며 묘사한 본격 법정소설이 나왔다. 법률사무소의 사무장 출신의 임재도씨가 본격 법률소설인 '퍼펙트 크라임'(세창미디어)을 펴냈다. 미국의 경우 변호사 출신의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인 존 그리샴이 쓴 작품을 비롯해 수많은 법률소설이 있지만, 우리 문단엔 이런 소설이 매우 드물다. 임씨의 소설이 주목받는 이유다.

임씨는 10년 전 법률사무소에 근무할 때부터 이런 종류의 소설쓰기를 꿈꿔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법률을 소재로 한 제대로 된 소설 하나쯤은 있어야겠다는 안타까움과 소망이 이 소설을 쓰게 된 가장 큰 동기라고 한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법률사무소에서 15년 남짓 근무한 그가 보고 느낀 법의 모습도 물론 소설의 소재가 됐음직하다. 그는 후기에서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며 조금만 더 양보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면 자신도, 마주한 그 타인도 행복할 수 있을 텐데, 끝까지 자기의 이기심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정작 법률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따르지 않아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느꼈다"고 적고 있다.

또 법률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여 일반 사람들은 물론 법학을 전공한 사람들조차도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점, 그래서 일반 사람들이 어려운 법률을 쉽게 이해하고, 친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게 임씨가 밝히는 두 번째 집필 동기다. 법률사무소에 근무했던 저자는 '법률의 대중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누구나 형사 사건에 휘말리면 겪게 되는 과정을 법적 절차를 따라가며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범죄의 발생→수사→체포→기소→공판→선고로 이어지는 형사소송절차가 소설의 전개에 따라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피의자신문조서 ▲증인신문 ▲구속적부심사청구서 ▲보석허가청구서 ▲변론요지서 등도 법조 실무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양식과 내용을 따랐다. 임씨는 "소설을 통해 형사재판에서 변호할 수 있는 실무지식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면 그만한 복이 없겠다"고 저자로서의 바람을 밝히고 있다.

소설에선 증오와 복수, 용서와 진실이 난무하고, 미궁 속으로 사라지는 범인의 행각이 반전을 거듭한다. 또 진범을 찾기 위해 뛰는 검사와 범죄의 원인을 추적하는 기자가 등장하고, 주인공들의 사랑과 우정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서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완전범죄를 의미하는 '퍼펙트 크라임' 밑에 붙은 부제는 '빛은 저울로 달 수 없다.' 저자는 "인간의 내면에 있는 고유한 신성(神聖)의 빛은 실정법이라는 저울로 심판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이런 부제를 달았다"고 했다.

임씨는 이 소설에 이어 분쟁→소의 제기→변론(공격과 방어)→선고의 과정을 거치는 민사소송절차에 따른 새로운 소설을 집필 중에 있다고 한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심주엽 기자(sjy@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