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대문 없는 집에 돈 돌려받기 위해 마당 가로질러 들어갔어도 주거침입 무죄"

[제주지법] "경계 쉽사리 넘을 수 있어…주거침입죄 객체 아니야"

2022-06-02     김진원

대문이 따로 없는 집에 돈을 돌려받기 위해 허락없이 마당을 가로질러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할까.

제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방선옥 부장판사)는 5월 3일 주거침입과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2021노565)에서 주거침입은 무죄라며 폭행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주거침입도 유죄가 인정된 1심에서의 형량은 벌금 200만원. 주거침입죄는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A씨는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피해자 B씨가 9년 전 쯤 A의 집 물받이 공사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하여 당시 지불한 공사비 중 일부를 변제받아야 된다고 생각하여 이를 받기 위하여 2020년 12월 29일 오후 1시쯤 서귀포시에 있는 B의 집 앞에 이르러 B의 허락을 받지 않고 대문이 없는 진입로를 통해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돈을 요구하면서 화가 나 손에 들고 있던 줄이 달린 작은 천가방으로 B의 왼쪽 뺨 부위를 2회 때리고, 한쪽 어깨 부위를 1회 때려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먼저 주거침입죄의 법리와 관련, "주거침입죄에서 침입행위의 객체인 '건조물'은 주거침입죄가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점에 비추어 엄격한 의미에서의 건조물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그에 부속하는 위요지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나, 여기서 위요지라고 함은 건조물에 인접한 그 주변의 토지로서 외부와의 경계에 담 등이 설치되어 그 토지가 건조물의 이용에 제공되고 또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며 "따라서 건조물의 이용에 기여하는 인접의 부속 토지라고 하더라도 인적 또는 물적 설비 등에 의한 구획 내지 통제가 없어 통상의 보행으로 그 경계를 쉽사리 넘을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의 객체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14643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피고인이 피해자 주거에 들어갔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피해자의 주거를 침입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해자 집으로 이어지는 진입로 및 마당은 시멘트가 깔려있고 그와 연결된 도로는 아스팔트로 되어 있을 뿐, 그 경계에 담, 연석, 출입을 차단하는 시설 등이 없고, 통상의 보행으로 진입로 및 마당을 쉽사리 넘을 수 있다. 또한 위 진입로 입구에는 초인종이 없고 현관까지의 거리도 상당하였다.

재판부는 "이에 피고인은 실제로 아무런 어려움 없이 단순히 걸어서 진입로를 거쳐 마당에 이르렀고 거기서 피해자를 불렀고, 그러자 피해자의 집에 공동거주하는 피해자의 처가 현관문을 열어주었다"며 "피고인은 열린 현관문 안쪽으로 들어가 피해자를 대면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나 피해자의 처가 피고인을 제지하였다거나 피고인이 이를 무시하거나 밀치고 들어갔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 ·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라고 전제하고,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