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허위 시력 기재된 신체검사서 제출해 6년간 근무한 국립대병원 청원경찰 임용 취소 유효"

[대구고법] "신의칙 등 위반 아니야"

2022-05-07     김덕성

왼쪽 눈의 교정시력이 0.025 이하임에도 마치 1.0인 것처럼 기재된 허위의 신체검사서를 제출해 채용된 국립대병원 청원경찰의 임용을 취소한 것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진성철 부장판사)는 9월 15일 대구에 있는 B국립대병원에 청원경찰로 채용되어 약 6년간 근무하다가 임용취소된 A씨가 "임용취소는 무효"라며 B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1나21372)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전상훈 변호사가 B병원을 대리했다.

2012년 6월부터 B병원의 임시직 청원경찰로 근무하던 A씨는, 2013년 6월 B병원의 신규직원 공개채용 공고에 따라 B병원에 입사지원서와 함께 '시력(교정) 좌 1.0, 우 1.0,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서 규정에 의하여 위와 같이 판정하였음'이라고 기재된 신체검사서를 제출해 청원경찰로 채용됐다. 그러나 당시 A씨는 왼쪽 눈이 교정시력이 1.0이 아니라 0.025 이하였으므로 위 신체검사서는 허위였다. A씨는 입사지원서에 신체사항 중 시력을 기재하지 않았고, 병역항목의 미필사유란에 '제2국민역(시각장애)', 기타사항 항목의 장애번호 란에 '시각장애 6급'이라고 기재했다.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에 따른 처분사항을 통보받은 B병원이 2019년 5월 A씨의 임용을 취소하자 A씨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 기본적으로 그 법적 성질이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고(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 이는 징계처분 또는 징계처분적 성질을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소정의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11689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또 "근로자의 채용시의 허위경력기재행위 내지 경력은폐행위를 징계해고사유로 규정하 는 취업규칙 등은 허위사항의 기재가 작성자의 착오로 인한 것이거나 그 내용이 극히 사소하여 그것을 징계해고사유로 삼는 것이 사회통념상 타당하지 않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까지에도 적용되지 않는 한, 정당한 해고사유를 규정한 것으로 유효하고 이에 따른 징계해고는 정당하다(대법원 2000. 6. 23. 선고 98다54960 판결 참조)"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는 원고가 제출한 허위의 신체검사서를 믿고 원고가 청원경찰법 시행규칙 제4조 제2호 소정의 '시력(교정시력을 포함한다)은 양쪽 눈이 각각 0.8 이상일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원고를 청원경찰로 임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가 원고를 임용한 것은 인사규정 제8조 소정의 '사무의 착오 또는 허위서류 제출로 임용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니,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A의 임용취소는 유효하다는 것.

2013년 6월 피고의 신규직원 공개채용 공고에는, '기재사항 중 허위, 착오, 연락불능으로 인한 불이익은 응시자의 책임으로 한다, 서류미비 또는 허위사실이 발견된 경우 추후에라도 합격 또는 임용을 취소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피고의 인사규정 제8조는 '인사발령은 취소할 수 없다. 다만, 사무의 착오 또는 허위서류 제출로 임용된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가 채용 당시 원고에게 제출한 서류에 '허위'의 기재가 있고, 피고가 위 허위서류 제출로 인하여 원고를 임용하였을 경우, 피고는 원고에 대한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원고는 "시각장애 상태에서 임용되었으나 임용 이래 장기간 정상적으로 청원경찰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임용취소는 비례의 원칙, 금반언 원칙과 신의칙에 반하므로 효력이 없다"는 주장도 했으나, 재판부는 "임용취소가 신의칙 등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청원경찰법은, 임용결격 사유, 임용자격, 당연퇴직 사유를 규정하고, 의사에 반한 면직사유를 제한함으로써, 청원경찰의 신분을 보장하고 그 업무의 공공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이러한 신분 보장은, 청원경찰이 임용 당시 임용자격을 갖추었을 것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청원경찰이 임용자격인 시력조건에 미달하였을 경우에는 신분이 보장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청원경찰의 임용조건, 직무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록 원고가 시력조건에 미달한 상태에서 임용된 이후 현재까지 청원경찰의 임무를 이상 없이 수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장래에도 계속하여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