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주행거리 속이고 중고차 교환계약 체결…70% 배상책임 인정

[대구지법] "매매가액 산정 시 중요한 고려요소"

2022-04-17     김덕성

중고차 소유자가 차량의 주행거리를 속이고 중고차 교환계약을 체결했다가 손해의 70%를 물어주게 됐다.

대구 서구에 있는 중고자동차 매매회사의 대표로 2016년형 소렌토 차량의 소유자인 A씨는, 2020년 1월 10일 2010년형 소렌토 차량의 소유자인 B씨와 서로 차량을 교환하고 그 차량가액을 각각 산정해 그 차익금액만 지급하기로 하는 교환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A씨가 B씨 차량의 주행거리를 물어보자 B씨는 주행거리 계기판에 '64,025km'로 찍혀 있는 사진을 문자메시지로 A씨에게 전송했다. A씨는 1월 15일 자신의 소렌토 차량을 2,050만원에 B씨에게 매도하고 B씨로부터 B씨 차량을 900만원에 매수하는 교환계약을 체결한 후, B씨로부터 차량을 인도받고 B씨에게 자신의 차량을 인도했다. 교환계약서에는 B씨 차량의 주행거리가 약 63,000km로 기재되어 있었다.

A씨는 그러나 다음날인 1월 16일 B씨 차량의 실제 주행거리가 2017년 4월 27일 기준 223,436km가 넘는 일명 '주행거리 불명 차량'이라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B씨에게 항의하고,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자동차등록정보확인서에는 B씨 차량의 주행거리가 '63,939km'로 기재되어 있는 반면, 차량등록사업증에는 실주행거리가 '200,000km'가 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 소송의 항소심(2021나312082)을 맡은 대구지법 민사1부(재판장 김태천 부장판사)는 4월 8일 "피고는 교환계약 체결 당시 피고 차량의 실제 주행거리가 2017. 4. 27. 기준 '223,436km'가 넘는 일명 '주행거리 불명 차량' 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행거리가 약 63,000km라고 원고를 속였다고 봄이 옳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 1심과 마찬가지로 B씨의 책임을 70% 인정해 "피고는 원고에게 3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교환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 차량의 주행거리를 '약 63,000km'로 기재하였고, 교환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로부터 피고 차량을 인도받으면서 원고 차량을 인도한 다음 날인 2020. 1. 16.에서야 피고에게 피고 차량이 '주행거리 불명 차량'임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항의한 점에 비추어 원고는 교환계약 체결 당시 피고 차량이 '주행거리 불명 차량'임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주행거리는 중고자동차를 매매하는 경우 매매 대상 자동차의 주행거리가 매매가액 산정 시에 중요한 고려요소 중 하나로, 만일 피고가 원고에게 피고 차량이 '주행 거리 불명 차량'임을 고지하였다면 원고가 이 사건 교환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교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4다 48515 판결 등에 따르면, 중고차 거래에 있어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액의 산정과 관련, "실제 주행거리가 2017. 4. 27. 기준 '223,436km'가 넘는 일명 '주행거리 불명 차량'의 2020. 1. 15.경 적정 가격을 4,000,000원으로 보고 교환계약상 피고 차량의 매매대금 9,000,000원과의 차액인 5,000,000원을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재산상 손해액으로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는 중고자동차 매매회사의 대표자로서 중고자동차 매매 업무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교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피고 차량의 자동차등록원부 등을 확인하는 등 실제 주행거리를 면밀히 조사 · 확인한 후 거래를 해야 하는데도, 이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며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사기 유죄 확정

B씨는 A씨에게 자신의 차량이 '주행거리 불명 차량'이라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A씨를 기망해 교환계약을 체결하고, 시가 2,050만원 상당의 A씨 차량을 교부받았다는 사기 혐의로 기소돼 2020년 7월 부산지법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그대로 확정됐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