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준 러시아 변호사

"기업체 등 러시아 진출때 중앙정부 허가 꼭 챙겨야"최신 법제 동향 소개 '러시아법률 뉴스레터'도 발간

2007-06-12     김진원
"러시아는 연방국가입니다. 에너지 사업과 같은 특정 사업의 경우 주정부 허가외에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주정부 허가가 나왔다고 인허가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생각했다간 큰 코 다치는 수가 있지요."

방위사업청 법무지원팀에서 육군 법무관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화준 중위(28)는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러시아 변호사다. 국내엔 이 변호사 외에 서너명의 러시아 변호사가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초등학교때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러시아로 간 그는 그곳에서 초, 중, 고교를 마치고 모스크바국립대(MGU) 법학부를 나와 러시아 변호사가 됐다. 1980년대말 러시아의 페레스트로이카를 이끌었던 고르바초프(Gorbachev)도 MGU 법학부 출신이다.

2005년 떠들썩했던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도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다가 문제가 된 경우라는 게 이 변호사의 진단이다. 그는 "국내 기업체 등이 러시아에 진출할 때는 러시아가 연방국가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하나 러시아는 세금이나 환경문제 등 공장 설립 등에 관련된 법규가 매우 빠른 속도로 제 · 개정되고 있어 러시아 진출에 앞서 관련 법규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얼마전부터 인터넷 E메일 서비스의 형식으로 제공되는 '러시아법률 뉴스레터'를 발간하고 있는 것도 러시아에 진출하는 기업들에 자문하면서 이런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

그는 러시아의 최신 법제 동향을 소개하는 '러시아법률 뉴스레터'를 2006년 12월 창간해 격주로 발행하고 있다. 얼마전 8호가 나왔다. 약 900명이 뉴스레터를 받아 볼 만큼 인기도 제법 있다고 한다. 외교통상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부처의 러시아 관련 업무 담당자들과 KOTRA,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 등의 러시아 사업 담당자들이 이 뉴스레터의 단골 독자들이다.

2003년 6월 MGU 법학부를 최우등(Summa Cum Laude)으로 졸업한 그는 곧바로 영국계 로펌인 '클리포드 챤스' 모스크바 사무소에서 8개월간 영국, 독일 등과 관련된 일을 처리했다. 이어 2004년 9월부터 2005년 1월 군에 입대하기까지 김&장법률사무소에서 기업체 등의 러시아 진출이나 수리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러시아 선박 관련 일 등을 처리했다.

육군 법무관으로서 방위사업청에서 그가 주로 담당하는 일은 해외로부터의 무기도입 등과 관련된 법률검토와 계약지원 업무다. 노태우 정부때 러시아에 나간 경협 차관을 무기 등 현물로 돌려받는 이른바 '불곰사업'에도 적극 관여하고 있다.

MGU 법학부의 학사 · 석사 통합과정을 마친 그는 미국 로스쿨로 치면 일종의 J.D.를 한 셈이라고 한다. 수학기간도 5년이다. 러시아에선 국가인증졸업시험에 통과해야 법대를 졸업할 수 있으며, 이 시험에 합격하면 졸업과 동시에 변호사 자격이 주어진다. 러시아 최고의 대학인 MGU 법학부의 경우 이 변호사가 졸업할 때 모두 210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그러나 1992년 이후 40여명의 한국인 학생이 MGU 법학부에 입학했으나, 5년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학생은 이씨가 4번째일 만큼 졸업이 쉽지 않은 곳이 이곳이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과 비슷한 변호사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나, 철저한 대륙법 국가인 점이 우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변호사 자격 보다도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를 더욱 중시하며, 3M으로 불리는 MGU 법학부, 모스크바 법률아카데미,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국제법학과 출신이 가장 인기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90년대초 러시아에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학생들에게 법대와 상대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변호사는 러시아에서도 인기있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군복무를 하며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서 국제거래법을 연구하고 있는 이 변호사는 유창한 러시아어 실력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법조계 인사 등이 방한했을 때 단골 통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2006년 2월 레베데프(V. Lebedev) 러시아 연방 대법원장이 이용훈 대법원장을 예방했을 때도 이 변호사가 통역으로 참여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구 소련 국가 등에 대한 교역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법률 수요도 엄청나다고 듣고 있습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의 고문변호사이기도 한 이 변호사는 "2008년 3월 군 복무를 마치면, 러시아 변호사로서 이들 국가에 진출하는 기업들을 더욱 체계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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