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두산인프라코어 '1조원 소송' 승소 이끈 박재우 변호사

"Drag & Call 당사자 이익 균형 있게 고려한 판결"

2021-02-03     이은재

최근 선고된,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판결을 꼽으라면 단연 두산인프라코어와 재무적 투자자들 사이의 1조원대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 right) 관련 대법원 판결을 들지 않을 수 없다. 1심과 항소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오며 판결이 엇갈렸으나, 대법원이 'Drag & Call'에 관한 상세한 법리를 제시하며 관련 분쟁을 정리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리걸타임즈가 상고심에 두산인프라 측 대리인으로 긴급 투입되어 변론을 주도하고 승소판결을 받아낸 법무법인 화우의 박재우 변호사를 만나보았다. 박 변호사는 먼저 PEF들이 지분투자하며 투자금 회수를 위해 자주 활용하는 'Drag & Call'에 대해 소개하고, "이번 대법원 판결은 영미법에서 유래하는 M&A 방법인 Drag & Call에서의 투자금 회수와 관련, 계약 당사자 모두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그 밑바탕의 법리는 사적 자치를 통한 자기책임의 원칙과 법적 안정성이라고 강조했다.

투자금 회수에 유리

◇박재우

'Drag & Call'이란 소수 지분 투자자가 지분을 매각할 때 대주주에게 대주주의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동반매도요구권을 부여하되, 대주주에게는 경영권 유지를 위해 그 소수 지분을 우선매수(Call)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소수 지분의 매각은 쉽지 않고 설령 매각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저가에 매각될 수밖에 없으나, Drag along을 부여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으로 매각을 진행할 수 있어 재무적 투자자 등의 투자금 회수에 유리하다.

이 사건에서도 2011년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지분 20%를 3,800억원에 매수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은 DICC의 지분 80%를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와 투자금 회수에 관한 주주간 계약상의 'Drag & Call' 약정을 맺었다. 즉, 3년 내에 DICC의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방 당사자는 DICC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데, 이때 상대방에게 상대방 소유 주식 전부를 함께 매도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drag-along right), 상대방 당사자는 매도주주의 동반매도요구에 동의하거나(x), 매도주주가 보유한 회사의 주식 전부를 매도결정통지에 기재된 가격 또는 사전에 약정한 가격 중 상대방 당사자가 선택한 가격으로 매수하거나(y), 매도주주가 보유한 회사의 주식 전부를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새로운 제3자에게 매도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z)는 것이 DICC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두산인프라코어와 맺은 'Drag & Call'의 내용이다. 먼저 소송 경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기업공개 무산되자 동반매도 추진

IMM PE, 미래에셋 PE, 하나금융투자 PE 등 DICC의 재무적 투자자들은 DICC 지분매매계약 종결일부터 3년이 지난 2014년 4월 28일까지 DICC에 대한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자 재무적 투자자와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DICC 주식 지분 전부를 동반매각하기로 하고 이를 추진했으나, 두산인프라코어가 협조하지 않아 매수예정자 결정 등 매각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재무적 투자자들이 설립한 투자목적회사이자 이들의 지분매매계약 및 주주간 계약을 승계한 오딘2가 투자 당시 목표한 수익률을 가산한 금액인 7,093억여원에 DICC 지분 20%를 우선매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매매대금 중 일부인 10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원고 측의 DICC 지분매각절차에 있어서 매수예정자의 결정 과정을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의 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원고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에 따른 매각절차를 수인하기로 한 지위에서 매각절차에 협조할 의무가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제공 요청을 거절해 협조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주주간 계약에 따라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 오딘2 소유의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되고, 따라서 두산인프라코어는 오딘2에게 그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 두산인프라코어가 상고해 대법원 재판이 열리게 된 것이다.

1심 승소-2심 패소

박재우 변호사는 "재무적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 준 2심 판결에 따르게 되면, 영업비밀 등의 보호를 위해 매수희망자의 선의와 진의 여부를 확인하고자 관련 자료제공에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는 대주주나 주식 발행회사의 입장과 태도를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에 대한 방해행위로 보게 되고, 주주간 계약에서 대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의 권리로 약정된 우선매수청구권이나 제3의 매수인에 대한 동반매도제안권을 의무로 보게 되어, 그 결과 주주간 약정의 당사자 쌍방이 예상할 수 없었던 법률효과가 발생(매매계약의 의제)하게 된다"며 "이러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을 경우 이는 거래계 상식에 반하는 것이고, 특히 외국계 투자자의 경우 한국의 M&A를 매우 불안정한 거래나 법률관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항소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월 14일 상고심(2018다223054) 재판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적 투자자들에 대한 협조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은 인정했으나, 두산인프라코어가 재무적 투자자들의 자료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대법원은 먼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원고 오딘2가 진행하는 매각절차의 상황과 진행단계에 따라 DICC 지분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 적기에 DICC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고 DICC를 실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조할 의무가 있고, 이와 더불어 원고 오딘2 역시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할 것을 전제로 매각절차를 진행하는 매도주주로서, 상대방 당사자인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요청이 있는 경우 매수예정자가 진정으로 매수할 의향이 있는지, 인수 목적이나 의도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시기에 제공하는 등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양측 모두에 협조의무 인정

대법원은 그러나 "DICC 주주간 계약에 따르면, 지분매매거래 종결일부터 3년 내에 DICC의 기업공개가 실행되지 않을 경우 일방 당사자는 그 지분을 매도할 수 있고, 이때 매도주주가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가장 유리한 매각금액과 거래조건을 제시한 매수예정자가 결정되어 있어야 하고, 매수예정자가 결정된 다음 매수예정자와 정식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상대방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매수예정자와 매도가격 등 거래조건이 기재된 매매계약서 양식이 첨부된 매도결정통지를 하여야 하는데, 위 계약에서는 매도주주가 DICC 주식을 매도할 경우에 원칙적으로 복수의 매수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입찰절차를 실시하도록 하면서도 상대방 당사자가 협조하지 않는 등으로 입찰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이 결정되지 않으면 어떠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지에 관해서는 어떠한 내용도 정하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설령 신의칙에 반하는 협력의무 위반이 있어서 조건 성취를 의제하려고 하더라도 매도주주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만으로는 실제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그 소유의 DICC 주식을 매도하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매각금액이 얼마인지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고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을 의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재우 변호사는 통상 회사 지분 매각을 위한 M&A 절차가 약 15단계에 이르는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말하자면 원고 측에선 4번째 단계에서의 '협조의무 불이행'에 불과한 '자료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를 13단계인 본계약 협상 완료 후에야 비로소 행해지는 '매수예정자 및 매각금액 결정'에 대한 방해행위와 동일시하여 매매대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한 것이라며, 대법원은 그러나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의제하는 것을 차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15단계로 M&A 절차 진행

그에 따르면, 회사 지분 매각을 위한 M&A 절차는 ①매도대상의 확정, ②매각주간사 · 법률자문사 선정, ③내부적 법률문제 사전 검토 및 거래구조 검토, ④투자소개서(IM)와 입찰안내서 작성, ⑤예비실사를 위한 Data Room 준비, ⑥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비밀유지약정(Non Disclosure Agreement, 약칭 NDA)을 체결한 매수희망자를 대상으로 투자소개서와 입찰안내서 배포, ⑦위 매수희망자들의 예비실사 진행, ⑧매수희망자들이 매수희망금액과 매수조건 등을 기재한 예비입찰서(Non Binding Offer)를 제출하는 예비입찰절차 진행, ⑨예비입찰서를 심사하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⑩우선협상대상자와 양해각서(MOU) 협상 및 체결, ⑪본실사(상세실사) 진행, ⑫최종인수제안서 제출 및 가격조정절차 진행, ⑬본계약 협상, ⑭본계약 체결, ⑮거래종결 등의 단계로 진행된다.

대법원은 "이와 같이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을 특정할 수 없는 이상, 조건 성취 방해에 따른 조건 성취를 의제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매도주주와 상대방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정할 수 없고,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원고 오딘2에 입찰절차 진행에 필요한 투자소개서 작성을 위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행위만을 이유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조건 성취로 인한 법률효과를 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 원고 오딘2 소유의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고 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이 사건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의 결정이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의 조건이고, 동반매도요구권의 행사 결과 원고 오딘2가 갖는 권리가 선택채권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아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서 원고 오딘2 소유의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의제된다고 한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조건, 민법 제150조 제1항에서 정한 조건성취 방해행위와 그 유추적용, 선택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민법 150조 1항의 해석

박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의 핵심적인 이유는 FI들의 그 보유 지분 매각절차가 잠정적인 매수의사를 밝힌 매수희망자들로부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인수의향서만을 제출받은 상태에서 중단된 것인데, 그 과정에서 일부 자료제공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더라도 이를 신의칙에 반하는 조건 성취 방해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와 달리 해석하거나 판단할 경우 매각금액은커녕 매수자가 누구인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에 따른 효과를 의제하게 되더라도 FI와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 어떠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 정할 수 없고, 나아가 두산인프라코어의 권리인 우선매수청구권이나 제3의 매수인에 대한 동반매도청구권을 의무로 해석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조건부 법률행위에서의 조건, 민법 제150조 제1항에서 정한 조건 성취방해행위와 그 유추적용, 선택채권에 관한 법리 등 주로 민법총칙의 여러 쟁점에 관하여 원칙과 법리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M&A 거래 약정에 관한 거래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와 기대 및 신뢰에 부합하는 판결을 선고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에 따른 매매계약 체결 의제를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FI들은 다시 매수희망자를 찾고 매각금액을 정해 두산인프라코어에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두산인프라 측에 일정한 범위의 협조의무는 존재한다는 것이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박재우 변호사는 누구=2015년 11월 서울중앙지법에 1심 소장이 접수되며 시작된 이번 'Drag & Call' 분쟁은 법무법인 세종이 1심부터 재무적 투자자 즉, 오딘2를 대리하고, 두산인프라코어는 김앤장과 법무법인 기현, 신필종 변호사 등이 1심부터 대리했으나, 대법원 상고심에서 이인복 전 대법관이 대리인으로 선임되며 법무법인 화우와 한누리가 가세해 로펌간 대리전으로도 주목을 끌었다. 상고심에 긴급 투입된 박재우 변호사는 화우 팀의 여러 변호사 중 한 명으로, 상고이유보충서 작성 등 'Drag & Call' 법리의 전개와 관련해 주도적인 역활을 했다는 후문이다. 2013년 수원지법 판사를 끝으로 화우에 합류한 박 변호사는 기업 관련 민 · 형사 소송, 법률위험관리(CRM), 경영권 분쟁, 노동, 행정사건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 때인 2002년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