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대리냐 무권대리냐' BYD 광고 사기사건

[김종길 변호사]

2018-10-04     김정덕

2018년 6월 26일 오후 리쥐안(李娟)이라는 33살의 상하이 여인이 803(상하이시공안국형사수사총대를 가리킴, 주소가 중산북일로 803호여서 문패에 803호라고 적혀 있기 때문에 붙은 별칭임)을 찾아갔다. 그녀는 자신의 윗선이라는 천쩐위(陳振宇)를 계약사기로 고발하면서, 자신도 관여했지만 실은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설명을 들은 803에서는 계약사기죄로 입건하기에 부족하다며 그녀를 돌려보냈다. 803을 나온 그녀는 정문 앞에서 다시 110(범죄신고전화)에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신고를 받은 파출소는 즉각 출동하여 그녀를 파출소로 데려갔고, 그녀는 파출소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고발하지만, 파출소 역시 형사사건으로 입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렇다면 할 수 없다면서 자수하겠다고 말하고, 자신에게는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1200만위안(약 20억원)의 부동산이 있다고 자백했다. 이렇게 하여 그녀는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김종길 변호사

20억 부동산 자백하고 수감

이것이 'BYD 광고 사기사건', 'BYD 광고 게이트', '리쥐안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의 시작이다. 사건의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리쥐안이라는 여자가 2015년부터 BYD의 상하이 지역 마케팅 책임자라고 하면서 수많은 광고회사들과 광고계약을 체결했고, 광고회사들은 지금까지 3년간 BYD의 광고, 프로모션 활동을 해왔다. 거기에는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날과의 합작계약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광고회사 25곳에 약 11억위안(한화 약 1800억원)의 광고료가 밀려 있다. 그런데 BYD는 리쥐안이 자신의 직원도 아니고, 리쥐안이 회사인감을 위조하고, 회사 직원을 사칭하여 광고활동을 하는 줄도 몰랐으므로 광고료를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BYD는 7월 4일자 <성명>, 7월 12일자 <리쥐안 등이 BYD 명의를 도용하여 관련 업무를 전개한 것에 관한 성명>, 7월 16일자 <매체보도에 관한 해명공고> 등을 통하여 리쥐안은 BYD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BYD는 리쥐안의 광고사기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광고업체에서 '얼굴이 두껍기로, 천하무적이다(人BY臉, 天下無D)'라는 내용의 반박글을 올리면서 관련자들 사이에 설전이 이어졌고, 단숨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버핏이 투자한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

첫째, BYD는 워런 버핏이 투자하여 큰 수익을 얻은 것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제조기업이다.
둘째, 광고 사기금액이 11억위안이라는 거액이다. 셋째, 사건의 내용이 기이하고 여러 의문점이 있다.

이번 사건은 아직 사실관계가 완전히 밝혀진 것이 아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리쥐안이 BYD에 대하여는 광고회사인 상하이위홍(上海雨虹)의 왕샤오팅(汪曉婷) 총재로 행세하고, 광고업체들에 대하여는 자신이 상하이BYD의 마케팅 총경리로 행세하여 양쪽에 모두 허위신분을 내세워 활동한 것을 보면 전형적인 사기 행태에 속한다. 그러나 3년간 광고업무를 진행하면서 11억위안의 미지급금이 발생하였지만 그녀가 얻은 금전적인 이익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또한 전형적인 사기사건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계약사기 입건 불발

이런 점 때문에 리쥐안이 803에 계약사기로 고발하고자 했을 때도, 803에서는 "계약사기로 고발하려면 먼저 두 가지 기본사실이 있어야 한다. 첫째, 계약이 허구여야 하는데, BYD의 광고활동, 아스날 합작은 모두 실제로 이루어졌다. 둘째, 계약사기로 이익을 얻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는 이유로 입건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건의 경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리쥐안은 대학을 졸업한 후, 2009년 홍콩계 부동산기업인 뤼안부동산에 입사하여 2013년까지 근무했다. 이때 리쥐안의 상사가 천쩐위이다. 리쥐안은 2013년 뤼안을 퇴사하고 소우이광고에 입사한다. 이때 그녀의 회사 동료가 상하이위홍의 총재인 왕샤오팅이다. 그 후 2015년에는 우허문화에 부총재로 스카우트된다. 우허문화에서 같이 부총재로 근무했던 사람은 징즈광고의 총재인 왕다밍(王大銘)인데, 바로 <얼굴이 두껍기로, 천하무적이다>라는 BYD의 주장에 반박하는 글을 올린 사람이다. 이런 경력을 보면 그녀는 처음에 부동산기업에서 일했지만, 2013년부터는 광고회사로 옮겨서 착실하게 광고 분야의 경력을 쌓아왔음을 알 수 있다.

둘째, 리쥐안은 2015년 11월경 소위 상하이BYD에 입사한다(다만, 리쥐안이 입사한 회사는 상하이BYD와는 관련이 없고 사칭한 것이라고 하므로 이하에서는 궈진빌딩에 사무실이 있어 '궈진BYD'로 부르기로 한다).

리쥐안에 따르면, 뤼안 퇴사 후 연락이 없던 천쩐위에게서 연락이 와서 만났더니 놀라운 제안을 해왔다고 한다. 천쩐위는 본인이 BYD의 '숨은 주주'이며, BYD본사 부총재인 리커(李柯)와 가깝다고 말했다. 리커는 BYD의 동사장인 왕촨푸(王傳福)의 처이자, BYD북미자회사의 CEO이다. 그와 리커는 BYD본사 마케팅부서의 업무수행에 불만이 있어 물갈이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상하이에 별도의 마케팅팀을 비선조직으로 운영하다가, 향후 적절한 시기에 회사로 정식 편입시키려고 하는데, 리쥐안에게 그 일을 맡아달라고 한 것이다.

상하이BYD 인감과 일치

셋째, 리쥐안은 궈진BYD에 직원을 40명가량 두고, 옛 동료들이 운영하는 광고회사인 상하이위홍, 징즈광고 등에 BYD의 광고 발주를 시작했다. 왕샤오팅, 왕다밍은 모두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녀가 일한다는 상하이BYD에 대한 배경 조사를 먼저 하였고, 상하이BYD의 법정대표자가 왕촨푸이며, 주소지는 상하이 송장(松江)으로 되어 있어 궈진BYD의 사무실과 주소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리쥐안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리쥐안은 공장은 송장에 있지만 마케팅부서는 업무편의상 시내에 나와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공상국에 등록된 상하이BYD의 인감과 리쥐안이 사용하는 인감을 대조해본 결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여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광고발주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결제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다만, 결제는 직접 상하이BYD에서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다른 회사로 하여금 대리지급하게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리쥐안은 상하이BYD의 계좌가 소송으로 압류되어 있어 부득이 별도회사를 통하여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쥐안의 BYD 광고업무는 날로 확장되어 3년 만에 상하이의 30여 광고회사와 거래를 하게 되었다(주로 중소 광고회사이지만 그 중에는 상장 광고회사도 1곳이 있고, 4A급 광고회사도 2곳이 있다). 리쥐안이 발주한 광고는 옥외광고, C급, D급 오토쇼 참가, 시승 등 이벤트행사, 방송사와의 공동기획프로그램 등이었다.

넷째, 이 기간 동안 상하이위홍은 BYD본사의 협력업체 명단에 들어가고, 상하이위홍과 리쥐안은 프리미어리그 축구클럽인 아스날과의 합작계약을 성공시켰다. 4500만위안(일설에는 5000만위안)을 지급하고 3개 시즌 동안 아스날 경기장 내에 LED 광고를 하고, 의자 중 일부에 BYD 로고를 붙이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2018년 5월 8일 아스날과의 계약 체결식에는 BYD 본사의 리웨이(李巍) 브랜드PR 총경리가 참석하기도 했다.

배후인물과 연락 끊겨 자수

다섯째, 2018년 들어서부터 리쥐안이 광고회사들에 대한 결제를 제때 하지 못하자 광고회사들로부터 지급독촉이 심해졌다. 리쥐안은 배후인물에게 들은 대로 본사에서 해외공장 건설에 자금을 투입하는 바람에 마케팅비용의 지급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해명했고, 지급기일을 120일, 150일, 180일, 210일로 계속 늦추었다. 이 기간 동안 리쥐안은 왕샤오팅과 다른 광고회사 직원들을 데리고 BYD를 방문하기도 하고, BYD의 동사회 비서 리첸(李黔) 및 본사 심사처에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6월 8일 이후 배후인물과의 연락이 끊기자 결국 스스로 공안을 찾아간 것이다.

리쥐안이 그동안 광고업체들에게 설명한 내용과 자신이 작성한 진술서를 종합해보면 (1)배후인물인 천쩐위와는 사업시작 때 만난 이후로 직접 만나지는 않았으며, 이후에는 계속하여 SNS를 통하여 연락해왔다. (2)그동안 리쥐안은 BYD의 누구를 만날지, 어떤 신분으로 만날지(상하이위홍의 왕샤오팅 총재를 사칭한 것), 무슨 말을 할지도 모두 배후인물이 지시하는 대로 했다. 배후인물이 시키는 대로 BYD의 지역총판이나 각 부서들과 연락하면 각종 이벤트행사에 필요한 차량, 인원 등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3)상하이BYD의 인감(법인인감, 계약인감, 중영문인감 등)은 모두 배후인물이 택배로 보내준 것이다. (4)회사 운영자금은 배후인물이 송금해준 돈 이외에 광고업체에게 프로젝트를 담보로 대지급하게 하거나, 선부담하게 하는 방법으로 마련했으며, 배후인물이 금년에 송금해준 1200만위안으로 자신의 주택을 구입했다. 자금출처가 불분명하다며 자수한 바로 그 주택이다. (5)자신은 그동안 천쩐위와 리커를 위하여 일하는 줄 알았는데, 배후인물과의 연락이 끊기면서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공안을 찾아갔다는 것이다.

배후인물이 송금한 돈으로 주택 구입

그리고 BYD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1)BYD는 리쥐안의 활동을 모르고 있다가 2017년 초에 한 직원이 심양공항에서 BYD 광고를 봤는데, 로고와 차량모델이 잘못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본사에 보고했다. 본사에서 조사를 개시하여 심양공항으로부터 해당 광고는 상하이위홍이 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2)리쥐안은 상하이위홍의 명의로 2017년 5월초 BYD에 이메일을 보내 사전허가없이 광고활동을 한 것에 사죄하고, 면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리쥐안은 상하이위홍의 왕샤오팅을 사칭하며 나타나서 자체 자원으로 BYD를 위하여 무상광고를 해줄 테니 시험적으로 일을 맡겨봐 달라고 요청했다. (3)그 후 리쥐안은 여러 건의 무상광고 활동을 BYD에 제공했고, 아스날과의 합작계약과 관련하여서는 BYD로부터 120만위안을 지급받기로 계약했다. (4)리쥐안이 광고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여러 광고업체들이 BYD에 직접 항의하게 되고, BYD는 자체조사를 통해 리쥐안이 상하이에 사무실을 열고 상하이BYD를 사칭하며, 계약서에 위조된 상하이BYD의 인감을 날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형사고발했다.

인감 위조 발견하고 형사고발

이에 대해 광고업체들은 BYD의 주장을 반박했다.

첫째, 리쥐안이 3년 동안이나 공항광고, TV행사, 오토쇼, 시승행사 등을 해왔는데 BYD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둘째, 더구나 광고활동에 BYD는 시승할 차량을 제공하고, 광고내용에 대한 요구사항을 제시했고, 광고프로젝트에 대하여 본사 직원이 직접 서명하여 확인해주기도 했다. 지역행사에는 지역총판의 책임자가 참석했고, 아스날과 합작할 때에는 본사의 브랜드PR 총경리인 리웨이가 참석했다. 셋째, BYD는 리쥐안이 무상으로 광고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하는데, 상하이위홍 같은 소규모의 광고회사가 BYD로부터 광고물량을 전혀 받지 않으면서 3년 동안 11억위안에 상당하는 규모로 무상광고를 제공하는데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였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건과 관련하여, 사람들은 리쥐안의 단순사기라고 보기 보다는 BYD가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사람은 BYD 내부 권력투쟁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고 보기도 하고(리쥐안과 천쩐위의 말대로), 또 어떤 사람은 최근 들어 BYD의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므로, 비용이 들어가는 부서를 회사외 조직 혹은 비공식조직을 통하여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회사의 재무에 일시적으로 부담을 줄이려고 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 사건이 향후에 어떻게 진행될지는 현 단계로서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법률가들의 관심을 끄는 법률이슈가 하나 있는데 바로 '표현대리'이다. 광고업체들이 BYD로부터 광고대금을 지급받으려면 리쥐안의 행위가 표현대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여 입증하여야 한다.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광고업체의 변호사들은 향후 광고대금청구소송을 제기할 경우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고 리쥐안과 BYD가 주고받은 이메일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BYD의 주장에 따르면, 상하이위홍의 왕샤오팅(실제는 리쥐안)에게 무상광고 활동을 허락하고 제공받은 사실은 있지만, 리쥐안이 상하이BYD의 이름으로 광고프로젝트를 발주한 사실은 전혀 몰랐다는 것이므로, 결국 BYD가 리쥐안의 이러한 무권대리행위를 알면서도 묵인했다고 볼 수 있을 만한 증거가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 사건이 리쥐안의 황당한 일인사기극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배후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질 것인지, 배후인물이 존재한다면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인 것인지 많은 사람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종길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jgkim@donginla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