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둔기 든 대리기사 집행유예, 반격한 차주는 실형

[동부지법] "소극적 방어 넘어…정당방위 아니야"

2018-09-12     김덕성

대리운전 기사가 차를 세우고 둔기를 휘두르자 이를 빼앗아 반격한 차 주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차주를 폭행한 대리기사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장동민 판사는 8월 31일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차주 A(39)씨에게 징역 8월을,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대리기사 B(52)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2018고단565).

B씨는 2017년 9월 22일 오전 3시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뉴코아백화점 인근에서 A씨로부터 대리 호출을 받고 A씨 부인 소유의 아우디 승용차를 운전하여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A씨의 집으로 가던 중, A씨가 "과속을 하지 말라"고 여러 번 말한 것에 화가 나 같은날 오전 5시쯤 서울 광진구에 있는 뚝섬유원지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웠다.

B씨는 A씨에게 "따라 와"라고 말하고 차에서 내린 후, A씨가 따라 내리자 "주머니에서 손 안 빼, 이××야"라고 말하며 주변에 있던 길이 1m의 쇠파이프로 A씨의 얼굴을 툭 치고, A씨가 이 쇠파이프를 뺏어 돌아서자 다시 주변에 있던 길이 1m의 패들(노)을 주워 패들로 A씨의 등 부분을 1회 때리고, 반격하는 A씨의 허벅지와 왼쪽 팔 부분을 다시 패들로 각각 1회씩 때린 혐의(특수폭행)로 기소됐다.

A씨는 B씨가 패들로 자신을 때리는 것에 격분하여 B씨로부터 빼앗은 쇠파이프로 B씨의 머리를 1회 때리고, 쓰러진 B씨의 몸 위에 올라 타 주먹으로 B씨의 배 부위를 3~4회 때려 전치 6주의 외상성 뇌지주막하출혈, 두개골 · 늑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상해)로 기소됐다. B씨는 현재까지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약을 복용하고 있다.

B씨는 이에 앞서 A씨와 과속 문제로 시비가 일어 한강대교 부근 갓길에 차량을 정차했고, A씨가 112신고를 하여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하였으며, 경찰관들이 출동한 이후에도 2시간 가량 계속 실랑이를 벌이다가 경찰관의 중재로 다시 B씨가 A씨를 목적지인 주거지까지 데려다 주기로 하고 출발했으나, A씨의 주거지가 아닌 뚝섬유원지 주차장으로 차량을 몰고 가 싸움이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 A씨 측은 B씨를 쇠파이프 등으로 때린 행위는 B씨의 폭행과 위협으로부터 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장 판사는 그러나 "B씨가 쇠파이프 등으로 A씨를 위협하면서 폭행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으로 B씨가 입은 상해의 부위와 정도, 당시의 상황 등을 종합해 보면, A씨의 행위는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B씨의 부당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B씨에 대항하여 가해행위를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같은 싸움의 경우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또 당시 술에 취해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으므로 책임이 조각되거나 감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장 판사는 "A씨가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거나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도 보이지 아니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 판사는 "범행의 도구와 B씨의 상해 부위와 정도 등에 비추어 죄책이 가볍지 않고, 이 사건으로 B씨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중하며, 현재까지 B씨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B씨의 부당한 공격에서 비롯된 사건이어 범행 경위에 있어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B씨를 위해 1000만원을 공탁한 점, 또 A씨는 2018. 1. 25.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 2.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특수상해 범행과 형법 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동시에 판결을 선고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점 등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장 판사는 대리기사 B씨에 대해서는, "범행의 도구와 범행의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죄책이 가볍지 않고, B씨가 먼저 A씨를 위협하면서 폭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러나 이 사건으로 B씨도 중한 상해를 입어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고, A씨가 B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