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항쟁은 새롭고 복합적인 시민주권의 행사"

양건 교수, 《헌법의 이름으로》 출간

2018-07-24     김진원

국민권익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이어 감사원장으로 활동했던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양건 교수는 2013년 8월 감사원장 퇴임 후 '법은 확정적인가?', '법학은 허학(虛學)인가?'라는 주제를 천착하면서 비로소 법학 교수를 넘어 법학자가 되었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얼마 전 법학자나 실무 법률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을 위한 헌법책인 《헌법의 이름으로》를 펴냈다.

◇양건

50년간 헌법을 연구해온 양 교수는 머리말에서 한국이 이제 선진적인 '헌법화'가 되었다며 현행 헌법인 '87년 헌법'에 주목했다. 6월 시민혁명이 탄생시킨 87년 헌법은 '살아 있는 헌법'이 되었고, 헌법재판 결과에 따라 시민의 작은 일상에서부터 국가적 대사에 이르기까지 그 향방이 바뀌었다고 갈파했다.

영화검열이 사라지고(1996년), 공무원시험에서 제대군인을 우대하는 여성차별이 금지(1999년)되었으며, 말 많던 간통죄(2015년)가 폐지되었다. 그뿐 아니라 동성동본 금혼제(1997년)와 호주제(2005년)가 폐지되더니 마침내 현직 대통령이 탄핵(2017년)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이 '헌법의 이름으로' 일어난 변화라는 것이다.

"헌법의 역사, 현실, 논리를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은 책에서 저자는 헌법이 반영 또는 극복하려 했던 현실을 돌아보고, 특히 현재의 대한민국 헌법을 지탱하고 있는 법논리의 구조를 분석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는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촛불항쟁을 시민주권의 행사라고 불렀다. 혁명이라는 호칭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경찰과 법원의 결정을 준수한 집회시위 등 모든 과정이 기존의 법절차를 따랐고, 민주적 법절차 준수에 하자가 없었는데다 혁명적 변혁이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촛불항쟁이 '다른 합법적인 구제 수단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저항권의 행사로 보기도 어렵다고 하고, 그대신 새롭고 복합적인 주권행사 방식이었다고 규정했다. 누구의 주권행사인가? 그는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 그리고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도 이들에 공감한 시민들에 의한 주권행사라고 했다. 

양 교수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의 영토조항과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4조의 통일 조항의 관계에 대한 헌법적 검토도 전개했다. '북한 불법단체설', '정치적 선언설', '헌법변천설' 등 이에 대한 견해에 따라 통일 방식에 대한 법적 평가도 달라진다.

그는 "통일 문제에 관한 헌법해석을 하노라면 항상 불편한 느낌이 남게 마련"이라며 "현실 세계에서 어떤 장면에는 법을 뛰어넘는, 또는 법이 부재하는 듯한 순간들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고, 때때로 역사의 어느 순간은 법의 공백 상태에서 법을 창조해내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또 "법규범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힘 있는 자의 가슴 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사실의 세계에서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묻고, "시간의 어느 시점에서 사실로부터 규범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사실에는 규범을 생성하는 힘이 있다"고 적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