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치킨가게에서 오토바이 배달' 안 알렸어도 보험설계사가 설명 안 했으면 보험금 줘야

[서울고법] "보험금 못 받는다면 보험 안 들었을 것"

2018-07-11     김덕성

치킨가게에서 오토바이로 치킨을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생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보험에 가입하면서 아들의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법원은 그러나 아버지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더라도 아들의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험사가 미리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28부(재판장 이강원 부장판사)는 5월 29일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A의 아버지 B씨가 "사망보험금 5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나2035357)에서 보험사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보험금 5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B씨는 치킨가게에서 아르바이트로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 업무를 하던 고등학생 아들 A를 피보험자로 하여 2015년 5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메리츠화재가 판매하는 상해사망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당시 메리츠화재 소속 보험설계사는 B씨에게 아들의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경우 보험계약이 해지되어 보험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고, B씨는 보험계약서의 청약서를 작성하면서 청약서에 첨부된 '계약 전 알릴의무사항' 중 '(아들이) 현재 운전을 하고 있습니까? 차종 : 자동차, 승합차, 화물차, 오토바이(50cc 미만 포함)'라고 되어 있는 질문항목의 답변란 중 '아니오' 란에 '√' 표시를 하고 서명 란에 성명 등을 기재했다.  

보험에 가입한 지 얼마 안 지난 2016년 3월 4일 오전 5시 40분쯤 A는 빗길에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부산 수영구에 있는 길을 직진하던 중 연석을 들이받고 넘어져 사망했다. 이에 B씨가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메리츠화재가 "보험계약에 가입하기 전부터 이륜자동차를 주기적으로 운전하였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며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각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 A가 오토바이를 주기적으로 운전하고 있었음에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보험자인 피고 측에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고,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만 아니라(상법 651조의2), 피보험자가 주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의 인수조건에 차이가 있으므로(피보험자가 주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할 경우에는 특별약관이 부가된다), 'A의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은 원고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 보험자인 피고 측에 고지하여야 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A의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과 관련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상의 중요한 사항을 설명할 때에는, 통상 일반인들이 보험계약의 내용 및 그 효력에 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그 설명할 사항의 내용과 법률적인 효과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상세하게 설명하여야 할 것이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A가 주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지 여부가 보험의 인수조건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고지의무의 존재와 그 효과에 관하여는 상법 651조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항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지는 각 보험계약의 내용과 관계에서 개별적으로 정해지는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이를 당연히 알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보험자인 피고의 보험설계사로서는 (원고와)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A가 오토바이를 주기적으로 운전하고 있는 경우에는 특별약관이 부가되어야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 A의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은 보험계약의 인수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으로서 피고에게 고지되어야 하고, 이를 고지하지 않을 경우 보험계약이 해지되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따라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더라도 A가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점 등까지 상세하게 설명하여, 보험계약자인 원고가 이를 충분히 납득 · 이해하고 보험계약에 가입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원고는 A의 잦은 오토바이 사고에 대비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원고의 입장에서는 각 보험계약의 내용 중 오토바이 사고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하는지 여부가 가장 본질적인 사항이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는 A가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사고를 당하더라도 각 보험계약으로는 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계약 전 알릴의무사항'이나 '상품설명서 수령확인서'의 기재만으로는, 보험설계사가 각 보험계약 체결 당시 원고에게 '오토바이 운전과 관련된 사항', 즉 'A가 주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할 경우에는 특별약관이 부가되어야 한다는 사실', 'A의 오토바이 운전 여부는 각 보험계약의 인수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으로서 피고에게 고지되어야 한다는 사실', '이러한 사항에 대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각 보험계약의 해지 등으로 인하여 보험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 등에 관하여 그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A의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에 관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설계사가 '오토바이 운전과 관련된 사항'에 관하여 그 명시 ·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이상, 보험계약의 보험자인 피고로서는 원고가 A의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계약에서 정한 사망보험금 5억 5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전경근 변호사가 원고를, 메리츠화재는 법무법인 민주가 대리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