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수용 난민 변호인 접견거부 위헌"

[헌재] "행정구금 절차에서도 변호인 조력권 인정해야"

2018-06-04     김진원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5월 31일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인천공항 출입국 · 외국인청장이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에 수용된 난민에 대한 변호인 접견신청을 거부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2014헌마346).

수단국적의 외국인인 A씨는 2013년 11월 20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여 난민인정신청을 했고, 난민인정심사 회부 여부 결정시까지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에 수용되었다. 인천공항 출입국  · 외국인청장(변경전 명칭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장')은 엿새 후인 11월 26일 난민인정심사 불회부를 결정했다. 계속하여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에 수용된 A씨는 11월 28일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를 제기한 데 이어 12월 19일 자신에 대한 수용을 해제해 달라는 취지의 인신보호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두 소송이 계속 중이던 2014년 4월 25일 변호사가 인천공항 출입국 · 외국인청장에게 A씨를 접견하겠다고 신청했으나 거절되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헌법 12조 4항 본문의 문언 및 헌법 12조의 조문 체계, 변호인 조력권의 속성, 헌법이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는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헌법 12조 4항 본문에 규정된 '구속'은 사법절차에서 이루어진 구속뿐 아니라, 행정절차에서 이루어진 구속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전재하고, "따라서 헌법 12조 4항 본문에 규정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행정절차에서 구속을 당한 사람에게도 즉시 보장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종래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헌법 12조 4항 본문에 규정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형사절차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출입국관리법상 보호 또는 강제퇴거의 절차에도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종전의 헌재 결정(2008헌마430)은 이 결정 취지와 저촉되는 범위 안에서 변경했다.

헌재 재판부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은 출입문이 철문으로 되어 있는 폐쇄된 공간이고, 인천국제공항 항공사운영협의회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A씨는 송환대기실 밖 환승구역으로 나갈 수 없었으며, 공중전화 외에는 외부와의 소통 수단이 없었다. 또 A씨는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 당시 약 5개월 째 송환대기실에 수용되어 있었고, 적어도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 취소소송이 종료될 때까지는 임의로 송환대기실 밖으로 나갈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 재판부는 "A씨는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 당시 자신에 대한 송환대기실 수용을 해제해 달라는 취지의 인신보호청구의 소를 제기해 둔 상태였으므로 자신의 의사에 따라 송환대기실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며 "A씨는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 당시 헌법 12조 4항 본문에 규정된 '구속' 상태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국적국의 박해를 피해 온 청구인의 구체적 · 현실적 사정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에게 출국의 자유란 실현불가능한 관념적 가능성에 불과하고, 따라서 관념상의 출국의 자유는 청구인이 송환대기실에 '구속'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할 요소가 아니다"며 "설사 그러한 출국가능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청구인은 오랜 기간 동안 송환대기실을 벗어나 환승구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청구인은 폐쇄된 공간인 송환대기실에 구금되어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접견신청 거부는 현행법상 아무런 법률상 근거가 없이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한한 것이므로,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청구인에게 변호인 접견신청을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어떠한 장애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고,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접견 장소 등을 제한하는 방법을 취한다면 국가안전보장이나 환승구역의 질서유지 등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청구인의 변호인 접견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어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는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기본권 제한 조치로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대한변협은 이날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결정은 헌법상 규정된 신체의 자유는 형사절차이든 행정절차이든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임을 이유로, 헌법 12조 4항에 규정된 변호인조력을 권리가 형사절차에서 이루어진 구속뿐만 아니라 행정절차에서 이루어진 구속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기존의 견해를 변경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환영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