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배달앱 배달원도 산재보험법 적용 가능"

[대법] "근로자 아니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여부 따져봐야"

2018-05-09     김덕성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 음식을 배달해온 배달원이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다가 사고가 나 다친 경우 산재를 당한 근로자처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면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4월 26일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는 박 모씨가 "배달원은 근로자가 아닌데, 산재로 인정해 휴업급여 등을 지급하고 나에게 징수통지를 한 것은 잘못"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두49372)에서 산재보험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서울 광진구에서 'S배달'이라는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는 박씨는 음식점 등의 가맹점에 배달대행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주고, 이 앱을 설치한 배달원들을 통해 배달영업을 했다.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돈은 월 10만원의 프로그램 사용료. 배달원에겐 배달 건당 2500원~4500원 정도의 배달수수료를 지급했으나, 별도로 고정급이나 상여금 등을 지급하지는 않았다.

2013년 10월부터 자신의 스마트폰에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배달 업무를 수행한 공 모씨는 2013년 11월 26일 오후 8시 30분쯤 군자역 근처에서 친형 소유의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배달을 하다가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하여 등뼈 골절 등을 입었다. 공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와 휴업급여 등을 신청, 근로복지공단이 공씨에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이종요양비, 휴업급여, 진료비 등 5000여만원의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를 지급한 후 박씨에게 공씨에게 지급한 산재보상보험급여액의 50%에 해당하는 2500여만원의 징수통지를 하자 박씨가 공씨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공씨를 포함한 박씨 사업장 소속 배달원들은 가맹점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배달 요청을 할 경우 그 요청을 선택할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으며, 배달 요청을 거절하더라도 박씨로부터 특별한 제재는 없었다. 또 프로그램에는 위성항법장치(GPS) 기능이 없어 박씨가 배달원들의 현재 위치와 배송상황 등을 관제할 수 없었으며, 배송지연으로 인한 책임을 박씨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도 아니었다.

박씨는 배달원들의 업무시간이나 근무장소를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배달원들은 박씨 사업장 소속으로 수행하는 배달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다른 시간대에 다른 회사의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가능했고, 다른 사람에게 배달 업무를 대행하도록 할 수도 있었다. 박씨는 배달원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배달원들이 지급받는 수수료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으며, 배달원들을 근로자명단에 포함시켜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에 들지도 않았다.

1심은 "공씨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원고에게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어 근로기준법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공씨에 대한 요양급여 승인처분 등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항소심에서 "설령 공씨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산재보험법 125조, 같은법 시행령 125조 6호에서 규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하나인 택배원에 해당하므로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의 주장을 배척하고, 근로복지공단과 피고보조참가한 공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박씨의 사업장은 음식점이 아닌 배달대행업체이고, 이 사업장에서 공씨가 수행한 업무는, 가맹점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요청한 배달요청 내역을 확인하고, 요청한 가맹점으로 가서 음식물 등을 받아다가 가맹점이 지정한 수령자에게 배달하는 것이고, 이는 한국표준직업분류표의 세분류에서 '음식배달원'의 업무보다는 '택배원'의 업무에 더 잘 부합한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박씨의 사업장에서 배송업무를 수행한 공씨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125조 6호에서 정한 '한국표준직업분류표의 세분류에 따른 택배원'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원심이 사업장에서 공씨가 수행한 업무를 한국표준직업분류표의 세분류 중 '음식배달원'의 업무라고 단정한 나머지 공씨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며  "공씨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서의 구체적 요건을 충족하였는지에 관하여 더 나아가 심리 ·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공씨가 산재보험법이 적용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지 여부를 따져 산재보험법 적용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산재보험법 125조 1항은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서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고,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않는 자'(1, 2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은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125조 6호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하나로 '한국표준직업분류표의 세분류에 따른 택배원인 사람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주로 하나의 퀵서비스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배송 업무를 하는 사람'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공씨가 원고의 지휘 · 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이 공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