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한겨울에 군수와 함께 연륙교 답사 후 심근경색 사망 읍장…공무상 재해 아니야"

[대법] "고혈압 등 기저질환…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2018-04-11     김덕성
고혈압과 협심증을 앓던 읍장이 한겨울 군수와 함께 연륙교 주변을 답사한 후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으나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3월 13일 전남 신안군의 읍장으로 재직 중 숨진 박 모(당시 56세)씨의 부인이 "유족보상금 부지급 결정을 취소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두58410)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992년 신안군청에 임용되어 2014년 9월부터 읍장으로 근무한 박씨는 2015년 2월 10일 오전 10시 30분쯤 신안군수 등과 함께 1시간가량 연륙교 주변 해변을 답사한 뒤, 오전 11시 30분쯤 사무실로 돌아온 직후 목과 가슴, 허리 등에 심한 통증과 답답함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으나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이에 박씨의 부인이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사망 당일 신안군수에게 현황보고를 하고 연륙교 주변 해변을 답사하였는데, 이는 박씨가 기존에 해오던 업무였을 뿐만 아니라 신안군수는 임자면으로 이동하는 도중 잠시 지도읍에 방문한 것이어서 그 업무 부담이 컸다고 보기 어려워 과중한 공무를 하였다거나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공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박씨가 비록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 고혈압 등을 잘 관리하고 있었지만, 10년 이상 고혈압으로 치료받았고 여러 차례 협심증 진단 하에 진료받은 적이 있어, 심근경색 발병의 기저 질환을 갖고 있다"며 "박씨가 업무상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추위나 온도 변화로 심근경색이 유발되었거나 기존 질환이 자연 경과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렀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2005년 6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본태성 고혈압 치료를 56회, 2006년 5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협심증 치료를 23회 받았다.

박씨의 부인은 항소심에서 "설령 박씨의 주된 사망 원인이 기존질환인 고혈압 등이라고 보더라도, 겨울철 아침 신안군수를 수행하여 연륙교 주변 해변을 답사하면서 체감온도 영하의 날씨에 1시간 가량 노출되었다가 따뜻한 사무실로 돌아오는 가운데 박씨가 겪게 된 급격한 온도변화가 기존질환인 고혈압 등의 진행을 급속도로 악화시켰으므로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박씨의 공무원 재직기간, 읍장으로 근무한 기간, 읍장이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 내용 등을 고려할 때 박씨는 읍장으로 6개월 가량 근무하여 업무에 적응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신안군수에 대한 현황보고, 1시간 가량의 현장 답사 등 박씨가 사망할 무렵 수행하였던 업무는 읍장으로서 통상적으로 수행해 오던 업무로 보이는 점, 박씨의 사망 무렵 근무시간이 이전에 비하여 특별히 늘어난 사정이나 스트레스가 가중될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 점, 박씨가 사망 당일 읍장으로서 의당 해야 할 통상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온도변화가 고혈압 등 발생 · 악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이를 박씨가 당일 수행한 공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보태어 볼 때, 박씨가 사망 당일 겪었던 온도변화를 고려하더라도 제출된 증거들만으로 박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박씨의 사망이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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