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정규직' 구인공고 보고 입사한 아파트 관리소장 1년 만에 근로계약 종료 무효

[서울행법] "계약 갱신 정당한 기대권 인정돼"

2018-04-09     김덕성
'정규직'으로 기재된 구인공고를 보고 입사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에게 1년 만에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3월 29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J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전 관리사무소장 정 모씨에 대한 근로계약 종료 통보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78735)에서 입주자대표회의의 청구를 기각했다.

정씨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에서 J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정규직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해 2015년 10월 근로계약기간을 2015. 10. 1.부터 2015. 12. 31.까지로 정한 근로계약을 맺고 이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입사했다. 원고는 2015년 12월 22일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별도로 거치지 않고 않고 근로계약간을 2016. 1. 1.부터 2016. 12. 31.까지로 해 정씨와 다시 근로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계약 만료 1달쯤 남은 2016년 11월 원고가 정씨에게 문서로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한 데 이어 2017년 1월 4일 정씨에게 근로계약 만료 통보서를 발송, 정씨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으나 기각되자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 중노위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원직 복직과 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의 지급을 명하자 원고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07두1729)을 인용,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 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근로계약 · 취업규칙 ·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둔 경우 또는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서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계약기간을 2016. 1. 1.부터 2016. 12. 31.까지로 명시한 원고와 정씨와의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라고 보았다. 2016년 12월 31일까지로 근로계약의 기간을 정한 것을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

재판부는 그러나 "▲정씨는 원고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채용한다는 내용의 구인공고를 보고 원고에 입사하게 된 것인데, 이 구인공고에는 고용형태가 '정규직'으로 기재되어 있었던 점 ▲원고의 모든 근로자는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동일한 계약서 양식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왔고, 그중 대부분의 근로계약이 반복적으로 갱신되었으며, 20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도 동일하게 1년 단위의 근로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하여 왔고, 정씨의 전임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도 1년 단위의 근로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하여 약 17년 정도 근무했고, 정씨의 근로계약 역시 종전 근로계약에 이어 다시 체결된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정씨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근로계약을 갱신 거절하는데 있어 합리적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별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 않고, 원고의 정씨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원고의 정씨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며 "결국 정씨에게는 근로계약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데, 원고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조치를 했으므로, 원고의 근로계약관계 종료 조치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부당해고를 인정한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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