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장조사 대응 유의사항

[신사도 변호사]

2018-03-18     김정덕
I. 들어가는 말

최근 공정거래 분야에서는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하던 법집행권한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일부 폐지 내지 대폭 완화, 피해자에 의한 법위반행위의 금지청구소송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소비자 집단소송제 도입 등이 적극적으로 검토되는 등 공정거래 분야에서의 법 집행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나아가 공정위 스스로도 대부분의 기업의 업무 환경이 디지털화 · 전산화되고 있는 점에 대응하여 최첨단 포렌식(forensic) 조사팀의 인력 및 장비를 대폭 확충하는 등 기업에 대한 현장조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디지털포렌식 조사를 중심으로 한 공정위 현장조사의 동향 및 대응 유의사항을 실무적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II. 공정위의 디지털포렌식 조사 강화

디지털포렌식은 주로 경찰 또는 검찰에서 수사를 위해 활용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등 많은 정부기관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공정위 또한 2010. 6.경부터 카르텔조사국 내에 디지털포렌식팀을 설치 · 운영하다가 2017. 9. 이를 경쟁정책국 산하 디지털조사분석과(이하 '디지털조사과')로 정식 직제화하여 인력 및 장비를 충원하였다. 갈수록 담합이 디지털 매체를 통해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 및 디지털 매체에 저장되었던 업무활동을 복구 · 검색함으로써 부당한 지원행위 등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법') 위반행위의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이처럼 확충된 포렌식 인원 및 장비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거의 모든 현장조사에 포렌식 전문가를 필수적으로 참여시키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기업으로서는 디지털증거의 수집 및 분석과 관련된 법규를 숙지하여 대응함으로써 불필요한 조사방해 등의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한편 자칫 법에서 부여한 권한 밖의 과도한 조사에 대해서는 정당한 항변권을 행사함으로써 피조사기업으로서의 권리를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III. 최근 공정위의 현장조사 동향

최근에는 법 위반 혐의의 입증을 위해 디지털증거의 수집 · 분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①대부분의 현장조사에 포렌식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있는데, 사건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통상 3~5명으로 구성되는 현장조사팀에 포렌식 전문가가 지원하는 형태로 참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한 최근 공정위는 ②법 위반 혐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부서 이외에, 해당 업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부서에 대한 조사까지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사범위의 확대가 정당한 조사권한 내의 조사인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공정위의 이러한 조사경향으로 인해 피조사업체는 예상치 못한 자료들의 제출을 요구 받을 수 있다.

한편 공정위는 2017년 반기부터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에 대해 강도 높은 현장조사를 진행해 오고 있는데, ③이러한 내부거래 현장조사는 기업집단국 전체 인력 및 다수의 포렌식 전문가가 동원되어, 여러 계열회사에 대해 동시에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공정위는 최근 이와 같은 기획조사를 진행하며 다수의 조사공무원 및 포렌식 전문가를 동시에 투입하여 적극적으로 디지털자료를 수집하고 있는데, 피조사업체도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려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은 채 조사목적 이외의 많은 자료들을 임의로 제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기업들로서는 현장조사와 관련된 법령의 내용, 디지털증거의 수집 등과 관련된 공정위 내규 등을 검토하여 그 범위와 절차, 한계 등을 숙지함으로써, 추후 공정위 현장조사가 이루어지더라도 조사목적과 무관한 자료들이 지나치게 많이 제출, 영치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IV. 디지털포렌식 조사 방법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의 디지털증거 수집은 이미징을 원칙으로 한다(공정거래위원회 조사절차에 관한 규칙, 이하 '조사절차규칙' 제20조 제1항).

PC 하드디스크 등 저장매체에는 데이터가 저장된 영역 이외에도 시스템 영역, 사용되지 않는 영역, 삭제 영역 등이 존재하는데, 사용자가 삭제한 데이터들은 실제로 저장매체에서 완전히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상 삭제된 것으로 인식될 뿐이다. 이에 다른 데이터가 해당 영역에 중첩하여 저장되지 않는 한 삭제된 자료 역시 여전히 저장매체 내에 보존되어 있고, 복구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복구 ·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삭제 영역 자료까지 수집

저장매체를 단순히 복사하면 삭제영역에 보관된 데이터는 수집되지 않으나, 저장매체의 모든 물리적 데이터를 파일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하면 삭제 영역에 보관된 자료까지 수집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을 '이미지 추출' 또는 '이미징'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파일은 저장매체 원본과 완전히 동일하여 그 해시값(Hash Value)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공정위 현장조사는 이와 같은 저장매체를 이미징하여 영치해 간 후, 포렌식 솔루션을 통해 삭제된 자료를 복구, 선별하여 법 위반 증거를 찾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의 사무소 출입 · 조사권 및 현장조사 시 자료 · 물건의 제출명령 · 영치권을 근거로 현장조사를 진행하며 저장매체의 제출을 요구하고, 해당 매체를 이미징하여 영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하여는 '저장매체 자체'가 아닌 '저장매체 내에 보관되어 있는 자료'가 제출명령 및 영치의 대상으로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으나, 현장조사 근거 규정에 '전산자료, 음성녹음자료, 화상자료'가 조사대상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 현장조사 공무원이 "특정 직원이 사용하는 PC 하드디스크에 보관된 특정 업무 관련 자료 일체(과거에 삭제한 자료 포함)를 제출하라"는 취지로 자료 제출명령을 내리는 경우 어차피 해당 PC의 하드디스크를 제출하여 관련 자료가 저장된 영역에 대해 이미징을 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실무상 그 논의의 필요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디지털 저장매체 전체에 대한 이미징은 기업의 영업비밀 등 공정위의 조사목적 이외의 자료들까지 광범위하게 수집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쉽게 위조 · 변조되거나 손상될 수 있으므로, 조사절차규칙은 적법절차 준수, 필요 최소한의 원칙, 디지털증거의 진정성 · 무결성 보장 등 디지털포렌식의 기본원칙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같은 규칙 제18조).

그러나 디지털 저장매체에 대한 이미징은 그 특성상 조사목적 이외의 자료들까지 광범위하게 수집될 수 있는 반면, 어느 범위까지 '조사 목적상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피조사업체는 공정위의 디지털 자료 수집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디지털 자료가 제출 · 영치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V. 현장조사 진행 초기의 유의점

사업자가 공정위 현장조사 대응을 위한 인원, 연락망 등을 사전에 점검해 놓지 않으면, 공정위 공무원이 피조사업체의 사무소 또는 사업장 입구에 도착하여 현장조사를 위한 출입을 요구하는 경우 우왕좌왕하며 지나치게 절차를 지연하거나, 조사목적 외의 불필요한 자료들을 너무 많이 제출하여 조사를 진행하는 공무원이나 피조사업체에게 서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사업자는 공정위의 현장조사 목적에 맞는 자료와 내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인원을 미리 생각해 두어,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나오는 경우 해당 인원이 즉시 공정위 공무원들을 응대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신속한 조사 진행과 적절한 자료 제출이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변호인 도착때까지 대기 요청 필요

또한 사업자는 현장조사 대응인원, 연락망을 사전에 점검하여 공정위 공무원이 사무소 등 출입을 요구하는 경우 즉시 대응인원과 변호인에게 연락이 되도록 하는 한편 대응인원을 통해 사전면담을 진행하며 공무원 신분증과 조사공문의 내용을 먼저 확인하여야 한다. 공정위 공무원들도 원칙적으로 신분증과 조사공문의 제시 없이는 조사를 실시할 수 없으므로, 이는 적법한 피조사 절차에 해당한다.

만일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변호인이 도착할 때까지 조사를 개시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공정위 조사공무원이 현장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사업자의 건물에 도착하였으나 연락을 받은 직원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약 48분간 출입이 제한된 사안에서, 법원은 "연락을 받은 직원들이 대리에 불과하여 공정위 조사에 의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업자의 경영진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데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하고, 약 48분 정도라면 그 보고 내지 지시를 받는데 필요한 시간으로 과다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해당 사업자의 조사방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1. 29.자 2011라658 결정).

조사절차규칙에서 변호인의 현장조사 참여를 인정하고 있는 점, 변호인이 피조사업체의 연락을 받고 이동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점 및 위와 같은 법원의 결정 취지를 고려하면, 피조사업체가 변호인의 참여를 이유로 조사개시를 한두 시간 정도 유보하더라도 조사방해로 판단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때 변호인의 도착 전까지 피조사업체가 조사공문상 조사대상이 되는 자료를 임의로 은닉, 폐기하지 않아야 함은 당연하다.

공정위 조사는 임의조사

공정위 현장조사 시 고의적으로 현장진입을 저지하거나 자료를 은닉하는 등으로 조사를 거부ㆍ방해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는 있으나, 공정위의 조사는 원칙적으로 임의조사이므로 조사공무원이 물리력을 동원하여 강제로 사무소 등에 출입하거나 자료를 영치할 수 없다. 이에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은 디지털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도 저장매체의 임의 제출 및 이미징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고 있는데, 특히 현장조사 초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여 되도록 많은 자료들을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저장매체 전체를 이미징하는 경우 영업비밀이나 조사목적과 무관한 다수의 자료들까지 제출될 수 있으므로, 이에 동의하기 전에 해당 자료가 법규에 따라 조사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Ⅵ. 각 상황별 유의사항

(1)PC 등 저장매체 검토 및 이미징 동의 요구 시 유의사항

공정위 조사공무원이 조사목적 및 대상을 밝히며 관련 업무 담당자의 PC나 노트북, 기타 디지털 저장매체(이하 'PC 등')를 조사하겠다고 하는 경우, 현장조사 자체를 거부할 의도가 아니라면 그 조사 자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만일 이를 거부하였는데 다른 자료들을 통해서 해당 PC 등에 법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접근거부를 통한 조사방해가 인정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파일 작성경위 등 설명 바람직

이 경우 PC 등 사용자는 조사과정에 동석하여 조사공무원이 확인하고자 하는 자료의 저장경로, 파일의 내용 및 작성경위 등을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신속하게 조사가 진행되도록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사목적과 무관한 자료가 불필요하게 확인 · 제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조사공무원이 문의 · 확인하는 내용을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사의 쟁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조사공무원의 요구에 따라 PC 등에 있는 데이터의 이미징에 동의하는 데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PC 등 사용자는 해당 저장매체의 이미징이 필요한 구체적인 이유를 문의하고, 사전 검토를 거쳐 조사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만을 요청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필요 최소한의 원칙 주장). 이를 통해 조사목적과 관련된 자료가 특정된다면, 해당 폴더에 대하여만 부분 이미징을 하는 방안을 조사공무원과 협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PC 등에 대한 사전 검토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이로 인하여 현장조사 기간이 연장될 수 있고, 피조사업체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자료가 다수 제출되는 것보다 현장조사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입는 직 · 간접적 불이익이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①우선 저장매체 전체를 이미징 하되, ②조사공무원과 피조사업체가 함께 그 이미지파일을 봉인한 채 현장조사를 마무리하고, ③별도 협의한 일정에 피조사업체 관계자 및 변호인이 공정위를 방문하여 해당 봉인을 해제한 후, ④ 조사목적과 무관한 자료들을 선별하여 배제하고 나머지 자료들만을 제출 · 영치하는 방안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피조사업체는 자료선별 과정에 포렌식 전문가를 참여시켜 신속하고 효율적인 자료 검색 · 선별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2)내부전산망 접속권한 요구 시 유의사항

내부전산망 조사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법 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피조사업체의 내부전산망을 통하여 전달 · 보관되고 있다는 의심을 가지게 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조사공무원이 그 자료를 찾기 위해 내부전산망에 대한 접근 권한을 얻어 무제한적으로 이를 열람할 권한까지는 부여되어 있지 않고, 이러한 무제한적인 열람권 행사는 필요 최소한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4. 10. 30.자 2010마1362 결정).

따라서 공정위 조사공무원이 내부전산망 접속을 위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요구하는 경우, 이를 조사공무원에게 알려주기 보다는 현장에서 업무담당자가 직접 내부전산망에 접속하여 열람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내부전산망 조사는 폭넓은 자료 열람이 가능하므로 가급적 변호인 참여 하에 자료 열람을 진행하고, 조사목적과 무관한 자료에 대하여는 그 성격을 설명하며 적극적으로 열람 중단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3)기타 유의사항

전술한 바와 같이 현장조사 시 조사공무원이 USB 접속기록이나 파일 사용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장조사가 개시된 이후 다수의 자료들을 확인 · 삭제한 내역이 발견된다면 그 자료의 내용과 무관하게 불필요한 조사방해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현장조사가 개시된 이후에는 임의적인 자료 삭제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조사대상자가 일상적인 업무 이외의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대응인원 또는 조사공무원에게 그 취지를 미리 설명하여 조사방해 혐의가 제기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신사도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sado.shin@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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