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관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구대훈 변호사]

2018-03-15     김정덕
M&A에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다수의 당사자가 관여한다. M&A에 다양한 거래구조가 있으나 가장 일반적인 주식매매 방식의 M&A를 전제로 살펴보자.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로 대상회사의 주주인 매도인, 대상회사의 주주가 되려고 하는 매수인이 존재한다. 매도인과 매수인은 각각 최소 3개 자문사를 선정한다. FA(financial advisor)로 불리는 매각자문사, 통상 로펌이 맡는 법률자문사와 회계법인이 맡는 재무 · 회계자문사가 그것이다. 매수인의 경우에는 그 외에도 환경실사, 노무실사, 컨설팅 회사 등 추가적인 자문사를 두는 경우도 있다.

거래의 객체가 되는 대상회사(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시 매니지먼트, 정규직 근로자, 비정규직과 파견업체 등)도 이해관계자가 되며, 기타 대상회사의 채권자와 계약 상대방, 소수주주도 있을 수 있다. 이하에서는 지면 관계상 이 중 매수인과 그와 같은 편이라고 생각되는 매수인의 자문사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살펴본다. 과연 이들의 이해관계는 일치하는가?

매매거래라는 것이 매도인은 팔고 싶고, 매수인은 사고 싶어서(또는 적어도 살 의향은 있어서) 거래에 뛰어든다. 서로 매매를 하고 싶은 마음은 일치하겠지만, 매도인이야 가능한 비싸게 매수인이야 가능한 싸게 사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이 서로 상반되는 이해이다. FA는 이들 양자간의 거래를 중개하고, 회계자문사와 함께 도대체 얼마에 사야 하는지 조언하며(대상회사 valuation), 매매거래에 등장하는 각종 이슈와 장애사항들을 매수인과 함께 헤쳐 나가는 역할을 한다.

이들 FA의 보수는 통상 성공보수 형태로 정해진다. 마치 부동산 매매를 중개하는 공인중개사가 여러 손님들에게 여러 물건(부동산)을 보여주지만, 실제 보수는 성사된 부동산 매매거래의 당사자에게서만 매매대금의 일정비율로 받는 것처럼, FA 역시 딜이 성사되는 경우에만 매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보수로 받는다.

성공보수 지급 원칙

매수인은 대상회사 주식을 사고 싶어서 거래에 뛰어든 것이니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측면에서는 FA와 매수인의 이해가 일치한다. 따라서 매수인이나 FA나 거래에 이슈나 장애사유가 발견되더라도 어떻게든 해결하거나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교착상태가 발생하면 풀려고 노력하며,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노력하고 중간에서 완충 역할을 하기도 한다. 뒤에서 보듯이 리스크만 말하는 법률 · 회계자문사의 존재를 고려하면 서로 대향적인 당사자간 거래에서 딜을 성사시키려는 자문사의 존재는 어찌 보면 필수요소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매수인은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딜에서 발을 빼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수 있지만, 자문사의 (적어도 단기적인) 이해는 그와 다른 경우도 있다. 또한 매수인은 딜이 성사되는 한도에서는 가능한 낮은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 이익이지만, 자문사로서는 딜이 성사되는 한도에서는 가능한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질수록 보수를 많이 받을 수 있게 된다. 적어도 단기적으로 자문보수만 놓고 보면 딜이 성사되는 것, 기왕이면 높은 가격에 성사되는 것이 자문사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물론 매수인이 인수 이후에도 만족할 수 있는 거래를 성사시켜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나 reputation 관점에서는 FA에게도 유리하겠지만, 수개월이 걸리는 M&A 거래에 인적 · 물적 리소스를 투입하고, 숱한 밤을 지내면서 자문하는 FA 입장에서 항상 장기적인 관점만 견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법률자문사는 어떠한가. 법률자문사의 역할은 거래구조에 관한 법령검토, 대상회사에 대한 법률실사(LDD)를 통해 적법하고 효율적인 거래구조, 대상회사에 존재하는 법률이슈와 우발위험을 파악하여 이를 매수인에게 고지하고, 그러한 리스크에 대한 처리방안과 대안을 파악하여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이같은 여러 자문의 가장 기초이자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해당거래나 대상회사를 둘러싼 각종 법적 위험을 식별하고 분석하여 알려주는 것, 즉 LDD(legal due diligence)를 충실히 하는 데 있다.

법률실사는 법률적 관점에서 종합검진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으나, 아무런 법률이슈나 리스크가 없는 회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사실 법률자문사의 주된 목적은 법적인 문제가 있는 부분을 파악해서 알려주는 데 있으므로 법률자문사가 고객에게 뭔가 말한다면 그것은 필시 문제 있는 부분일 것이다. 다소 거칠게 요약하면, 법률자문사가 제역할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해당거래나 대상회사의 부정적인 측면이 더 강조되고 드러나는 셈이다.

물론 법률자문사 역시 딜이 성사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중에 굳이 고르자면, 성사되는 편이 유익하기는 하다. 성사된 딜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M&A league table에 실적이 올라가는 것이 해당 로펌의 평판이나 마케팅에 긍정적이고, 특히 매수자문의 경우에는 대상회사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그 인수 후 통합(PMI) 등 후속 자문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법률자문사는 통상 자문보수를 성공보수가 아닌 타임차지 형태로 약정하긴 하나, 아무래도 딜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 고액의 자문보수 지출을 사내에서 설득해 내기 어려운 고객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적인 할인에 동의해 줄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통상 타임차지 약정

과거 한 M&A 거래자문을 할 때에 고객사 내부에서 법률자문사도 성공보수 형태로 약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해당 거래를 어떻게든 성사시키려는 의욕이 강한 매수인 담당 임원이 자문사들의 이해를 매수인 자신의 이해와 일치시키고자 하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언급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법률자문사와 같이 리스크를 파악해서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자문사에게 성공보수 형태의 약정을 하는 것은 사실 맞지 않고, 매수인 당사자의 이해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 과장을 섞으면, 병원과 종합검진 계약을 하면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검진결과가 나오면 검진료를 더 주겠다고 약정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딜이 성사되는 쪽이 자문사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의 자문계약을 해두면, 아무래도 법적 위험을 열심히 찾지 않으려 하거나, 발견한 리스크도 축소하거나 굳이 강조하지는 않을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법률자문사가 자문사로서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못하도록 유도하는 계약이 될 수 있고, 이론적으로 따지고 들면 선관주의의무 관점에서 매수인 이사들의 부정적 표지가 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은 회계자문사도 마찬가지다. 대상회사의 재무제표 검증 등 FDD(financial due diligence), TDD(tax due diligence), valuation 등을 담당하게 되는 회계자문사는, 매도인이 제시하는 근사한 숫자들과 우상향 그래프로 점철된 장밋빛 전망을 챌린지하고 우발채무를 찾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회계자문사와 성공보수 약정을 하면 어떻게 될까? 회계자문사 역시 어떻게든 딜이 성사되는 쪽으로 만들기 위해 매도인이 제안하는 높은 매매대금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를 찾으려 할지 모른다.

기업회계기준, 특히 국제회계기준(IFRS)의 경우 회계처리가 일의적으로 판단되기보다는 여러 추상적인 기준에 관하여 해석과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 많고, 실사를 하다 보면 어느 선까지 또는 어느 정도 깊이까지 추적하고 증빙을 요구할 것인지에 따라, 그리고 그에 대한 매도인 · 대상회사의 미흡한 대응으로 인해 끝내 추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의 톤으로 의견을 줄 것인지 여부에 따라 같은 사실관계를 놓고 매수인을 걱정시킬 수도, 안심시킬 수도 있는 것이 사실 자문사이다.

매수인 내부의 동상이몽

매수인 외부로 눈을 돌릴 것 없이, 사실 매수인 회사 내부에서도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가령 해당 M&A 거래가 매수인 입장에서 신사업 진출, 미래의 먹거리 창출을 위한 M&A라고 가정해 보자. 신사업을 추진하는 현업부서 입장에서는 해당 거래가 성사되어 실적을 쌓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신사업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초기에는 매수인이나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니 장기적 관점에서의 과감한 투자와 인내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재무나 법무 등 부서에서는 아무래도 생소한 분야의 노출되지 않은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걱정이 앞설 수 있고 실사가 제대로 된 것인지, valuation의 기초가 된 미래 전망은 제대로 검증된 것인지 등을 보수적인 시각에서 챌린지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매수인 내부에서도 마치 FA와 타 자문사와 같은 구도의 상충되는 시각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M&A 거래를 진행함에 있어서는 매수인이라는 하나의 주체만 놓고 보더라도 자문사들간, 내부 부서간 다양한 시각과 동상이몽 속에서 M&A 딜이 이루어져 간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은 각자의 역할과 입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 자문사와 각 부서가 각자 충실하고 치열하게 맡은 바 자기역할을 제대로 담당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가능한 한 딜을 성사시키려는 자문사 및 부서와, 딜이 성사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리스크를 알려주어야 하는 자문사 및 부서와 사이에 균형을 찾거나 리스크 테이킹을 하는 것 등은 어디까지나 그다음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한 리스크는 감수하고 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이는 매수인 당사자가 의사결정 할 몫이지만, 감수할 리스크를 리스크가 아닌 것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자문사 스스로의 판단에 의하는 경우든 매수인의 요구에 의한 경우든 분명 문제다.

동상동몽?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에서 선수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을 많이 보았다. 스케이트는 몸을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발을 앞으로 내밀지 않는다. 스케이트를 신은 발을 진행방향의 좌우, 즉 옆으로 밀어야 몸이 앞으로 나간다.

자문사들 또는 매수인 내부 부서들의 역할은 겉으로는 서로 상충되어 보이고 때로는 거래성사에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이고, 때로는 해서는 안 될 딜을 억지로 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매수인 이사들이 거래 및 대상회사의 긍정적, 부정적 모든 측면을 알고 의사결정(소위 informed decision)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경영판단의 법칙적용 내지 선관주의의무 준수라는 일치된 목표를 위해 각자 다른 역할과 기능을 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위 일치된 목표는 각자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낼 때 달성 가능한 목표가 된다.

구대훈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daehoon.koo@leek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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