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 등의 제공과 이용자 차별

[방성현 변호사]

2018-03-15     김진원
국내 통신시장은 가입자 유치를 위한 사업자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통신사업자가 가입자 확보를 위해 일정 금액의 경품 등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영업의 자유의 일환으로 허용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일정 금액을 넘는 경품 등의 지급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당한 이용자 차별로 금지되어야 하는가?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는 전기통신사업자가 공정한 경쟁 또는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일정한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별표 4 '금지행위의 유형 및 기준'에 의하면 "전기통신서비스 또는 결합판매서비스의 요금, 번호, 전기통신설비 또는 그 밖의 경제적 이익 등을 다른 이용자에 비하여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거나 이를 제안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통신사업자가 이용자간에 차별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이러한 행위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 되는 것이다.

방통위 처분 취소 판결

이와 관련하여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통신사업자가 일정 상한을 넘은 경품 등을 지급한 것이 부당한 이용자 차별에 해당한다고 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현재 위 사건은 방통위가 항소하여 서울고등법원에 계속 중이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이익 저해행위 중 이용자 차별 행위에 관해 판단한 법원의 판결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위 판결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이하에서는 위 서울행정법원 판결의 대상이 된 사실관계, 법원에서 제시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살펴보고, 해당 판결 이후 방통위의 고시 제정 움직임 등 위 판결이 갖는 의미에 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사실관계

방통위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통신사 A의 경품 등의 지급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되는 부당한 이용자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방통위는, "통신사 A가 조사대상 기간(2015. 1. 1.~2015. 9. 30.) 동안 초고속인터넷 단품 또는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VoIP),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IPTV), 이동전화 서비스의 전부 또는 일부를 결합하여 가입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1)결합상품 제도개선안의 상한기준을 초과하여 경품 등(경품 및 약관 외 요금감면을 말함)을 지급함으로써 이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하고, (2)직접 유통채널을 통해 모집한 가입자 군과 간접 유통채널을 통해 모집한 가입자 군 간, IPTV를 포함한 가입자 군과 IPTV를 포함하지 않는 가입자 군 간, 그리고 단품상품 가입자 군과 각 결합상품(2종 내지 4종) 가입자 군 각각의 내부 개별가입자 간 경품 등을 차별적으로 제공(일부 가입자에게는 상한기준을 훨씬 미달하였고, 일부 가입자에게는 상한기준을 초과하여 제공하였음)함으로써 이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한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금지행위)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2조 제1항, 별표 4, 제5호 (마)목의 1)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방통위는 '이용자 차별' 판단

방통위의 '결합상품 제도개선안'은 경품 등의 지급 상한을 정하고 있는데, 초고속인터넷서비스 단품의 경우 19만원, 2종 결합의 경우 22만원, 3종 결합의 경우 25만원, 4종 결합의 경우 28만원으로 정하고 있으며, 사업자가 위 기준을 초과하여 경품 등을 지급한 경우 방통위는 부당한 이용자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2. 서울행정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방통위가 위 기준을 적용하여 상한을 초과한 경품 등의 지급이 곧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면서 방통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였다(2017. 11. 17. 선고 2017구합53668판결). 서울행정법원에서 위와 같이 판단한 주요 논거는 아래와 같다.

우선 법원은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기본적으로 사업자들의 영업의 자유(경쟁의 자유)는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제한할 때에는 명확한 법령의 규정에 근거하여야 하며,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 제3항과 같은 일반조항에 근거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방통위는 '결합상품 제도개선안'에서 정한 지급 상한을 넘은 경우는 부당한 이용자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나, 법원은 이용자에게 지급된 경품 등의 액수가 상한기준을 초과하는지 여부는 이용자 차별 행위의 존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이용자들에게 골고루 상한기준을 넘는 경품 등을 지급한 경우, 또는 일부 이용자들에게는 상한기준을 약간 상회하는 경품 등을 지급하면서 다른 이용자들에게는 상한기준 보다 약간 낮은 수준의 경품 등을 지급하는 행위를 차별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고, 반대로 상한 기준을 넘지 않더라도 그 차이규모나 경위 등을 살펴 차별행위라고 보아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경품비용 증가→요금인상 아니야

한편 법원은 동일한 가입자 군 내부의 가입자들 사이에 경품 등의 액수를 다르게 지급하는 것이 차별행위라고 볼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그것이 어떻게 공정한 경쟁 또는 다른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는지에 관한 실질적인 증명이 없다는 점도 중요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방통위가 제시한 근거 중 경품 등을 지급하는 비용이 증가함으로써 요금의 인상으로 연결되거나 요금인하경쟁을 저해하는지에 관하여, 법원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하면 주무관청은 사업자의 요금인상에 대한 인가권이 있으므로 사업자가 경품 등의 비용 증가를 이유로 요금을 인상하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경품 등의 지급 비용의 증가로 인해 요금인상 또는 요금인하경쟁 저해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법원은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상한기준을 초과하여 경품 등을 지급하는 것만으로 이용자 차별 행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이용자들 사이에 경품 등의 액수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정한 경쟁 또는 다른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부당한 차별행위라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였다.

3. 판결의 의미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사업자들의 경품 등의 지급행위에 관해 과거부터 여러 차례 조사를 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상당한 과징금을 부과해 왔지만, 경품 등의 지급행위가 부당한 이용자 차별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다투어진 경우는 거의 없고 이러한 이유로 법원이 이에 관해 판시한 사례는 찾아 보기 어렵다. 앞에 소개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경품 등의 지급이 이용자 차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결합상품 제도개선안'에서 정한 상한 기준을 초과한 경우를 일률적으로 부당한 이용자 차별행위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명확하게 의견을 밝혔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경품 항상 허용 의미 아니야

다만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의하더라도, 경품 등의 지급이 항상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며, 판결은 경품 등의 지급기준 상한과 무관하게 비록 이를 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차이규모나 경위 등'에 따라 차별행위라고 보아야 할 경우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위 법원 판결에 따라 방통위는 경품 등의 지급 상한 기준을 넘는 경우를 일률적으로 위반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고 이용자 차별이라고 볼 수 있는 사정에 대한 실질적인 입증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올 상반기 시행 예정

위 서울행정법원 판결 이후 방통위는 2017년 12월 '경제적 이익 등 제공의 부당한 이용자 차별행위에 관한 세부기준' 제정(안)을 마련하여 발표하였으며, 이는 행정예고, 관계부처 협의, 규제심사를 거쳐 2018년 상반기 중에 시행될 예정이다. 위 제정(안)에서는 경품 등 경제적 이익의 지급 ‘상한’을 정하지는 않고 ‘기준금액’을 정하여 기준금액 초과 제공 건수와 정도, 이용자간 차별 여부와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용자차별 여부를 판단하도록 정하고 있다.

향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과 위 고시(안)의 제정방향에 따라 통신사업자의 경품 등의 지급 관행과 방통위의 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변할지 상당히 기대되는 시점이다.

방성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