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 양곤 사무소 고세훈 변호사해외근무 자원한 로스쿨 출신 1호

"미얀마는 아시아의 마지막 보고"

2018-02-13     김정덕
한국 로펌의 해외 진출이 꾸준히 진전되며 해외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법무법인 지평의 미얀마 사무소에서 활약하는 고세훈(39) 변호사는 해외사무소 근무를 자원한 로스쿨 출신 1호 변호사쯤 되는 주인공으로, 가장 성공한 해외근무 한국변호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2013년 3월 지평 미얀마 사무소에 부임해 2014년 말까지 근무한 후 서울본사로 복귀했다가 2016년 중반 미얀마 투자가 증가하며 다시 미얀마로 들어가 수석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그를 인터뷰했다.

-미얀마 근무는 자원한 것인가.



"그렇다. 정확하게는 해외근무를 자원했다. 지평이 때마침 미얀마에 진출하면서 미얀마로 가게 되었다. 지평에 입사하면서 해외에 근무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평의 해외전략과 죽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로힝야족 사태 영향 없어

-요즈음 미얀마에 대한 투자 분위기는 어떤가. 미얀마 정부군의 박해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이동한 로힝야족 사태는 영향이 없나.

"법률시장은 나쁘지 않다. 처음 진출하는 투자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고, 성격상 투자 성숙기에 발생하는 분쟁도 여러 건 있다. 인수합병이나 투자허가, 특정 사업분야에 대한 영업 라이선스 취득, 합작투자 협상 및 합작회사 설립에 대한 자문과 현지에서의 사업체 운영에 관련된 법률 및 조세 자문, 노무 자문이 많다. 한때 미얀마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뜨는 분위기였는데 요즈음은 그 분위기를 다 이어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2016년 하반기부터 투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2015년에 본사로 복귀해 서울과 미얀마를 왔다 갔다 하며 일을 보았는데 일이 늘어나며 그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 해서 다시 나온 것이다. 특히 2018년 들어 일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로힝야족 사태는 투자 등 법률시장 경기에 전혀 영향이 없다. 미얀마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고, 경기에 영향이 있으려면 서방국가의 제재 등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다."

-미얀마가 한국의 기업 등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미얀마는 한반도의 3배가 되는 넓은 영토에 인구가 5800만명이다. 특히 이 나라는 2012년 미국이 제재를 풀기 시작할 때까지 서방국가의 제재에 묶여 한 번도 개발을 한 적이 없다. 풍부한 자원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고, 평균연령이 낮은 양질의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얀마에서 생산해 선진국 등으로 수출할 경우 관세 등에서 매우 유리한 GSP(일반특혜관세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한국의 봉제사업체 등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

미얀마의 양곤엔 지평 외에 법무법인 율촌, 태평양도 사무소를 두고 있으나 가장 먼저 진출한 지평이 가장 성공적으로 자문에 나서고 있다. 지평이 2013년 사무소 개소 이후 지금까지 자문한 것만 600여건.

외국기업 상대 자문도 많아

지평은 특히 일본기업과 중국, 독일, 태국, 말레이시아 기업 등 외국기업들에게도 미얀마 투자 등과 관련해 활발하게 자문하고 있다. 그만큼 지평의 자문역량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얘기로, 고 변호사는 "일본기업을 예로 들면, 미쯔이, 이토추 등 일본의 대형 상사와 중소기업 등을 상대로 법인 설립부터 세무, 회계 등에 관한 다양한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에 따르면, 미얀마에 일본 로펌들도 진출해 있지만 일본 로펌 대신 지평에 자문을 의뢰하는 일본기업이 적지 않다고 한다.

고 변호사는 또 "우리는 전통적인 법률자문뿐만 아니라 세금도 대신 납부해주고, 등기도 해주는 등 고객의 미얀마 비즈니스에 필요한 여러 업무를 도와주고 있다"며 "이를 위해 한국에서 파견된 2명의 변호사와 회계사, 자문위원 등 4명의 프로 외에도 4명의 미얀마 변호사와 2명의 미얀마 회계사, 회계 전문인력 등 모두 15명의 전문가가 포진해 법률과 조세 자문을 동시에 수행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체계가 미비한 나라에서는 경험이 장땡 아닌가요. 600건이 넘는 사건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자문경험을 축적한 지평에선 불법영업이 아니라면 어떠한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최적의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법인세 면제

통산 약 4년 정도 미얀마에서 근무했다는 고 변호사는 기억에 남는 케이스로, 한-미얀마 이중과세방지협약을 확인하여 미얀마에서 최초로 법인세를 환급받았던 일(2015년)과 신한은행을 대리한 한국계 최초의 외국 은행 지점 인허가(2016년 초), 주 미얀마 한국대사관과 공조하여 2013년 말 마무리한, 한국 투자자가 100% 지분을 보유하며 진출한 포워딩 사업 인허가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위 건은 100%의 지분으로 진출한 마지막 포워딩 사업으로, 이후 아세안 국가인 미얀마에서의 포워딩 사업은 외국인투자자가 70%까지만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2015년 1억 2000만원의 법인세를 환급받은 케이스는 2012년 한국과 미얀마 사이에 이중과세방지협약이 체결되었음에도 미얀마 세무서가 이를 따르지 않고, 공무원들도 아예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안으로, 이미 납부한 세금의 환급은 물론 앞으로 더 이상 법인세를 내지 않게 된 미얀마 국세청 최초의 사례다. 고 변호사는 "고객 회사의 해당 영업이 협약상 법인세면제사업이라는 사실을 확인, 미얀마 헌법이 인정하는 조세협약상 한국 고객의 법률상 지위는 미얀마에서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의 법인세 환급 및 법인세 면제지위 확인 신청서를 미얀마 국세청에 제출하여 1년 이상 소요된 끝에 이미 납부한 법인세 전액을 돌려받았다"며 "권리 위에 잠자는 고객의 니즈를 깨워 그 권리를 보호받게 해주는 것이 자문변호사의 역할 아니냐"고 힘주어 말했다.

-2018년의 미얀마 법률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투자의 증가와 함께 자문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1914년 식민지 시대에 제정되었던 회사법이 거의 100년 만에 전면 개정된 현대 회사법 체계가 오는 8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자유롭게 내국인 회사의 지분을 35%까지 취득할 수 있게 되었는데, 시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관련 자문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또 1948년 독립 후 헌정 사상 최초로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콘도미니엄법이 제정되어 2017년 12월 시행령 공표까지 마쳤다. 건물의 25%까지 외국인 소유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 외적으로는 처음 해외투자를 시도하는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에 진출했던 기존의 투자자들이 미얀마에 투자를 문의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미얀마는 사람들의 손기술이 좋고 착하고 순하다. 인건비가 저렴한데다 자원이 풍부해 미얀마를 아시아의 마지막 보고라고들 하는데, 회사법 개정으로 외국인 투자환경이 변하는 등 미얀마 투자에 다시 한 번 길조가 보이고 있다. 하이테크 산업을 많이 유치하려고 하는데 아직 많지는 않다."

고 변호사는 이어 "지평 입장에선 전형적인 주식 · 영업의 인수합병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설립과 같은 조직구조 변경(restructuring)에 관한 자문 등을 기대하고 있다"며 "금융시장 개방에 맞춰 금융업 라이선스 취득, 영화 제작 · 배급업 등의 인허가 취득 등에 대한 자문도 늘여갈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로스쿨 진학 전 5년간 회사 다녀

로스쿨에 진학하기 전 기업체에서 5년간 근무하기도 한 고 변호사는 기업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시쳇말로 공장용어를 써가며 소통에 나서 기업 관계자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특히 "서울 본사의 미얀마팀과 미얀마 현지사무소를 연계해 자문의 연속성을 담보하는 것이 지평의 장점"이라며 "고객사의 미얀마 주재원이 한국으로 복귀해도 자문을 맡고 있는 지평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신임 주재원이 지평 미얀마를 통해 인수인계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새로 부임한 주재원보다 자문사가 고객사의 현지 사정을 더 잘 알고 있다는 얘기인데, 그만큼 자부심을 갖고 미얀마 사무소를 운영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미얀마 진출을 검토하거나 미얀마에서 사업하는 분들에게 조언할 것은 없을까.

고 변호사는 "미얀마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잘 하면 거의 다 된다'고 해석하고 이를 기회로 보는 것이 맞다"는 말로 얼른 답을 내놓았다.

"기회와 위험 공존"

"미얀마엔 수십 년간 계속된 군부의 행정 관행과 2015년 선출된 최초 민주정부의 도전이 공존하고 있어요. 비즈니스에도 기회와 위험이 공존합니다."

그러나 위험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고 적절히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면서 낮출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위험을 잘 통제해서 아시아의 마지막 땅 미얀마에서 성공의 기회를 잡으라"고 고무적인 접근을 반복해 강조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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