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비노조원이더라도 정리해고 하려면 근로자 집단 또는 본인과 협의해야"

[부산고법] S&T重 비노조 해고자 2명에 승소 판결

2018-02-12     김덕성
노조원이 아니더라도 이들 근로자가 포함된 근로자 집단 또는 근로자 본인과 협의하지 않은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창원민사1부(재판장 강경구 부장판사)는 2월 8일 S&T중공업의 소재사업부문 제품 생산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해고된 정 모, 황 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의 항소심(2017나22776)에서 이같이 판시, S&T중공업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들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S&T중공업은 2013년경부터 생산설비의 노후화 등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 환경 관련 규제의 강화 등으로 인하여 소재사업부문의 경영상태가 악화되자, 2013년 9월경 소재사업부문 생산라인을 도급으로 전환하고 2014년 9월 정씨 등을 포함한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휴업휴가를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계속된 경영악화로 결국 2015년 5월 소재사업부문을 폐쇄했다. 이어 2015년 12월 정씨 등 4명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해 해고하자 정씨와 황씨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정씨는 1991년 11월경 S&T중공업에 입사해 전기보수 및 배전 업무를 담당해 왔으며, 1987년 2월경 입사한 황씨는 보일러 및 위험물 관리 업무를 담당해 왔다. S&T중공업은 1999년경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정씨 등을 해고했다가 1999년 7월경 정씨 등과 사이에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여 다시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계속하여 정씨 등과의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왔으나, S&T중공업과 전국금속노조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상 정씨 등은 비조합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S&T중공업은 정씨 등과 같은 지위의 근로자들을 '촉탁직' 사원으로 지칭하고 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인용, "근로기준법 24조에 의하여,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하는데,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 ·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 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는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대법원 판결(2001다29452 등)을 인용, "근로기준법 24조 3항이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 및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그 노조,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근로자대표)에 대하여 미리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고 하여 정리해고의 절차적 요건을 규정한 것은 같은 조 1항, 2항이 규정하고 있는 정리해고의 실질적 요건의 충족을 담보함과 아울러 비록 불가피한 정리해고라 하더라도 협의과정을 통한 쌍방의 이해 속에서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노조 또는 근로자대표와 정리해고에 관하여 협의한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S&T중공업은 이에 대해 정씨 등이 S&T중공업의 유일한 노조인 전국금속노조 S&T중공업지회의 조합원이 아니므로, 해고에 관하여 노조와 협의할 사항이 아니거나, 정씨 등과 이해가 상반되므로 협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들이 노조의 조합원이 아닌 사실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그 사실만으로 피고가 노조와 해고에 관한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면책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에도 노조 가입 자격이 없는 근로자 집단에 대한 정리해고시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의한 신의칙상 배려의무에 따라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집단의 대표와 협의를 하거나, 대표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 불이익을 받는 당해 근로자와 협의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며, 당해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할 근로자 집단이 구성되어 있지 아니한 만큼 당해 근로자와의 협의는 실질적이고 성실한 것이어야 할 것"이라며 "피고와 원고들 본인 사이에 해고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성실한 협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를 인정하기 어려워 받아들이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정씨 등에 대한) 해고와 관련하여 긴급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며 노조 또는 근로자대표와의 협의 내지 이를 대체할 만한 원고들 본인과의 실질적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해고는 근로기준법 24조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여는이 원고들을, S&T중공업은 법무법인 세움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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