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00억원' 클럽

2018-02-02     김정덕
얼마 전 인사혁신처가 올해 퇴직하는 공직자가 재취업할 때 심사를 받아야 하는 취업제한 로펌 34곳을 고시했다. 2016년도에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린 이른바 잘 나가는 로펌들로, 이중엔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란 이름으로 한국에 상륙한 영국의 클리포드 챈스, 미국 로펌인 클리어리 가틀립과 쉐퍼드멀린 등 외국 로펌 3곳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번 선정은 연매출이 많게는 수조원대에 이르는 해당 영미 로펌 전체의 매출이 아니라 파트너가 많아야 3~4명에 불과한 서울사무소 한 곳의 매출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법문의 정확한 표현은 '연간 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인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다.

이들 외국 로펌 3곳에 퇴직 공직자가 취업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100억원 이상 클럽'에 드는 영미 로펌이 3곳으로 늘었다는 사실은 결코 가벼운 뉴스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발표에서 법률시장 개방의 시간과 단계가 진전되며 서울에 사무소를 열고 진출한 영미 로펌들의 한국 관련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모두 27곳으로 늘어난 영미 로펌끼리 서로 시장을 뺏고 빼앗기는 그들끼리의 경쟁도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외국 로펌들의 한국 시장에서의 매출은 상승 중에 있다. 2014년과 2015년 감소했던 외국 로펌에 대한 법률서비스 지출은 2016년도에 다시 증가세로 반전, 서울사무소 매출 100억원 이상 로펌이 3곳으로 늘어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또 취업제한 로펌에 선정되었다고 그 지위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해마다 매출을 보고해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100억원 이상 외국 로펌은 2016년 1곳, 2017년 2곳, 올해 3곳으로 순증하고 있다.

서울사무소에 상주하는 변호사 숫자도 크게 신경 쓸 게 못된다. M&A와 자본시장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클리어리 가틀립은 서울사무소의 변호사들이 직접 이들 업무를 수행하는 실병력 사무소이지만, 상당수의 영미 로펌에서 실제로 소송, 국제중재, 금융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는 미국이나 영국의 본사 등에 위치한 현지 변호사들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 등을 대리해 미국에서의 소송 등 분쟁업무를 많이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쉐퍼드멀린 서울사무소만 해도 김환 미국변호사가 워싱턴으로 돌아가며 서울사무소의 파트너가 4명에서 3명으로 줄었으나 발전을 계속하고 있다.

영미 로펌의 한국에서의 성과는 100억원 이상 클럽에 누가, 몇 곳이 들었는가를 보면 된다. 1년 후엔 또 몇 개의 외국 로펌이 이 클럽에 이름을 올릴까.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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