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병원서 필러 데모시술 받던 여성 실명…필러 판매업체도 25% 책임"

[중앙지법] "필러 용해제 준비 안 해"

2018-01-16     김덕성
필러를 수입 · 판매하는 업체가 주최한 제품설명회에서 성형외과 의사로부터 필러 데모시술을 받던 여성이 실명했다. 법원은 의사의 잘못이 75%, 필러 용해제를 준비해 두지 않은 필러 판매업체엔 25%의 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부(재판장 김은성 부장판사)는 11월 23일 성형외과 의사 최 모씨, 최씨가 보상한도액을 1억원으로 정해 보험에 든 현대해상화재보험이 필러를 수입 · 판매한 D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청구소송의 항소심(2017나53189)에서 최씨의 과실을 75%, D사의 책임을 25% 인정, "D사는 최씨에게 3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던 김 모씨는 D사가 2012년 10월 16일 개최한 히알루론산 성분 필러인 '퍼펙타 덤 서브스킨'의 제품 설명회에서 최씨로부터 필러 시술을 받았다. 필러 시술은 주름을 개선하거나 볼륨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시술이다. 이날 필러 시술 · 교육을 담당하기로 한 최씨는 김씨의 코끝에 1㎜ 정도의 구멍을 낸 다음 약 20초간 필러를 주입했고, 이어 김씨가 근무하는 이비인후과 원장도 김씨의 코에 필러를 주입했다.

이후 최씨가 이비인후과 원장으로부터 다시 주사기를 받아 약 1분 동안 필러를 주입했으나, 김씨는 시술 직후 심한 통증과 함께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시력이 회복되지 않았다. 이에 김씨가 어머니와 함께 최씨와 현대해상, D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1억 2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승소판결이 확정됐다. 2016년 3월 김씨에게 각각 6600여만원, 8200여만원을 지급한 최씨와 현대해상이 "D사도 시술 현장에 필러 용해제를 비치해두지 않은 과실이 있으므로, 1억여원을 분담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1심 판결을 인용, "히알루론산 성분의 필러가 혈관에 주입될 경우 혈관 폐쇄와 그로 인한 시력 상실, 뇌경색, 외안근마비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미간 부위에 분포하는 말단 분지 동맥에 손상이 가해지면 필러 물질이 안동맥과 그 분지 동맥들로 이동하면서 혈류 장애 및 망막동맥 폐쇄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시술자인 최씨로서는 필러 주입과정에서 캐뉼라(필러 시술시 몸 속에 삽입되는 의료기구)를 피부속으로 너무 깊이 침투시키지 않도록 하고 주사기를 역류시켜 필러 주입 전 주사바늘 끝이 혈관 내에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할 의무, 필러가 과도한 압력으로 주입되거나 과다한 양이 주입될 경우 주변 혈관을 누를 수 있으므로, 최소의 양을 소량씩 천천히 주입하고, 주입과정에서 통증 등의 증상이 있는지 시술대상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씨의 미간까지 캐뉼라를 삽입한 후 주사 바늘이 혈관 내에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필러 주입을 시작했다"고 지적하고,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최씨의 시술상 과실이라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제품설명회의 주최자인 D사도 제품설명회에서 시술받은 자원자를 모집하면서 자원자들에게 시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안내하지 않았고, 강연자(최씨)에게 부작용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거나 안전한 시술을 위해 준비할 부분을 문의하지 않았으며, 제품설명회 장소에 응급처치에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필러 용해제를 준비해 두지 않았다"며 책임 분담비율을 최씨 75%, D사 25%로 보았다.

재판부는 다만 "D사가 최씨에게 지급해야 할 3700여만원이 최씨가 스스로 지출한 6600여만원에 미달하는 이상 최씨의 보험자인 현대해상은 D사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현대해상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