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익 변호사의 '기업과 법'⑮

주식회사의 감사 · 감사위원회 제도"이상과 현실 사이 간극 좁혀졌으면"

2018-01-10     김정덕

외국 고객들과 일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회사 제도나 회사의 기관들에 대해 설명해주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외국 고객, 그 중에서도 특히 영미권 고객에게 설명하기 제일 어렵고 그들도 낯설어 하는 것이 주식회사의 감사 제도인 것 같다.

미국 법제에서는 우리와 같이 회사의 독립된 필요적 상설기관으로서의 감사를 두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신에 이사회 내의 내부감사기구로서 감사위원회를 두는데, 그것도 일반적으로 강제되는 제도는 아니라고 한다. 영국도 우리처럼 감사를 필요적으로 두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미법제엔 감사 없어

영미권 고객에게 '감사', 즉 auditor라고 하면 그들은 당장 우리나라의 '외부감사인'을 생각하곤 한다. 외부감사인은 아니고 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내에 있는 기관이라고 설명하기 위해서 외부감사인, 즉 'outside auditor'가 아니라 법에 정해진 필수기관이라는 측면에서 'statutory auditor'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외부감사인과 구별해 주기도 한다.
 

그 역할과 관련해서도 회계감사를 하는 외부감사인과 구별하기 위해 필자와 같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가 '왓치독(watchdog)'이다. 감시자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영어 단어인데, 감사가 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사한다는 점에 기반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감시견'이라는 본래의 뜻 때문에 이 영어 단어에 대해서 기분 나빠하실 감사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설명을 해도 제대로 이해하시는 외국 고객분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여러 회사법 교과서들에서는 감사 제도가 우리나라와 일본 등 소수의 국가에만 있는 제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감사 제도도 사외이사 제도처럼 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이상과 현실과의 간극이 큰 회사 제도 중의 하나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일반 주식회사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수많은 공공기관, 정부출연기관 등의 감사직에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들이 논공행상에 따라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것을 보면 그런 기관에서의 감사 제도는 일반 주식회사의 감사 제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호에서는 주식회사의 감사  감사위원회 제도에 관한 몇 가지 이슈를 살펴보려고 한다.

1. 감사 vs 감사위원회

우리나라는 소위 IMF사태 이후 국제금융기구의 권고에 따라서 1999년에 상법을 개정하면서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하였다. 기존의 감사 제도가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인데, 필자가 보기에는 회사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법 규정만 복잡하게 할 뿐 실제로는 회사나 주주에게 거의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사회의 하부위원회 성격

감사는 이사회로부터 독립하여 대등한 지위에 있는 기관이지만 감사위원회는 이사로 구성되는 이사회의 하부위원회의 성격을 가진다. 이런 점에 근거하여 회사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에 소속된 이사들 중 일부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어떻게 이사들의 업무집행을 감사할 수 있겠느냐는, 즉 '자기감사'라는 모순을 지적하면서 감사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비판하는 견해도 많다.

이러한 비판이 논리적으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사회와 독립된 기관인 감사도 감사위원회 못지않게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니 단순히 감사위원회가 이사회의 하부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다고 하는 비판은 정확하게 초점을 맞춘 비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필자도 비상장회사의 감사도 해 봤고 현재도 상장회사의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회 위원장이지만 제대로 역할을 수행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끄럽게도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극단적인 예(하지만 사실 극단적인 예라기 보다는 오히려 소규모 비상장회사에서는 일반적인 예라고 할 수도 있겠다)로 필자의 아버님이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실 때 그 법인의 감사는 필자의 어머니셨다. 이런 상황 하에서는 감사라는 제도는 그냥 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고 법률이 상정하고 있는 여러 역할이나 기능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것이 되고 만다.

다행스럽게도(?) 현재는 비상장회사는 자본금 총액이 1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감사나 감사위원회 같은 감사기관을 아예 두지 않을 수 있다.

제도가 도입된 후 몇 번의 법률 개정이 이루어진 현재의 감사위원회 제도는 너무나도 복잡하다. 예를 들어 감사위원회의 설치 및 구성, 감사위원의 선임과 자격 등과 관련해서는 아래와 같이 네 가지 카테고리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진다.

제1군: 비상장회사

제2군: 최근 사업연도 말의 자산총액이 1천억원 미만인 상장회사

제3군: 최근 사업연도 말의 자산총액이 1천억원 이상 2조원 미만인 상장회사

제4군: 최근 사업연도 말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

이 내용들은 너무도 복잡해서 법률전문가가 아닌 한 자세히 알기도 어렵다. 법률전문가조차도 조항을 일일이 확인해 보아야 제대로 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가장 기초되는 내용 한 가지만 설명하자면,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되어야 하며, 사외이사가 위원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

2. 업무감사 vs 회계감사

감사기관의 역할은 크게 업무감사와 회계감사로 나눌 수 있다. 업무감사란 이사들의 업무집행의 적법성을 감사하는 것이고, 회계감사란 회사의 회계장부 등이 회사의 재무상황이나 경영실적을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는지를 감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감사나 감사위원들이 회계감사를 하는 것은 회계나 재무전문가가 아닌 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이 회계 또는 재무전문가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3. 내부감사 vs 외부감사

많은 국가에서 상장회사의 경우 업무감사는 내부 감사기관에, 회계감사는 외부기관에 맡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법제에서는 내부 감사기관인 감사나 감사위원회가 업무감사뿐만 아니라 회계감사까지도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감사나 감사위원이 회계나 재무전문가가 아닌 한, 그리고 회사의 규모가 비교적 작지 않는 한, 감사나 감사위원이 회사의 회계감사까지 제대로 수행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산, 부채, 종업원 수를 기준으로 일정한 규모의 주식회사에 대해서는 외부감사인에 의한 회계감사가 강제되고 있다.

유한회사도 외부감사 받아야

2017. 9. 국회에서 위 법률의 개정안이 통과되어 이제는 법률의 명칭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로 변경되었다. '등'이라는 단어가 추가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식회사뿐만 아니라 유한회사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유한회사에 존재하였던 50인 이하 사원수 제한 규정도 폐지되고 지분 양도도 자유롭게 허용함으로써 유한회사의 경제적인 실질이 주식회사와 거의 비슷해진 점, 그리고 많은 다국적기업의 국내 자회사가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한 개정이었다. 다만 일정한 유한회사에 대한 외부감사 강제는 2019 사업연도에 대한 감사부터 적용된다. 위 개정안은 또한 외부감사 대상 기업 선정 기준에, 기존에는 없던 매출액 기준을 추가하였다.

4. 적법성 감사 vs 타당성 감사

주식회사 감사기관의 업무감사권이 적법성 감사를 포함한다는 것에는 의문이 없으나 나아가 이사들(경영진)의 업무수행의 타당성까지 감사할 수 있느냐에 관해서는 견해가 나뉜다.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타당성 감사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적법성에 대해서만 감사할 수 있다는 견해가 다수설이다. 일반적으로 감사기관은 경영정책에 속하는 문제에 관하여는 당부를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가정해야 하고, 이러한 문제에까지 관여한다면 감사의 경영판단이 이사회의 경영판단과 충돌하게 되어 이사회와 감사기관을 구별해 놓은 기본취지에도 반한다는 것이 주된 논거인 것 같다.

그러나 형식논리에 치우친 해석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업과 관련된 수많은 위법행위, 부적절한 행위, 비리행위가 거의 대부분 지배주주의 전횡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는 현실, 즉 이사회의 자기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애써 무시하고 법률이 상정하고 있는 이상향만을 그리고 있다는 아쉬움이 많이 드는 해석이다. 적법여부와 타당여부의 경계도 불분명할 뿐 아니라 기업들의 많은 문제행위들이 적법의 탈을 쓰고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이사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감사기관의 감사권의 범위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감사권 확대' 방향 해석 바람직

예를 하나 들어 보자. 다국적기업의 국내 상장 자회사가 자산을 매각하게 되어 큰 자금이 회사에 유입되었다. 그 자금을 사용하는 여러 방안 중에서 경영진이 택한 방안은, 국내 자회사와 모그룹의 다른 계열회사가 합작하여 국내에 설립한 비상장회사의 계열회사 지분을 매수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방안을 택한 것에는 그 비상장 합작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누리기 위한다는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계열회사의 지분을 매수해 줌으로써 결국 모그룹의 국내 투자금에 대한 엑시트(exit)를 원활하게 해 준다는 감춰진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보여졌다. 이런 경우 상근감사가 회사의 자금 이용 방안에 대해서 감사권을 발동해서, 합작회사의 지분매수가 시급하거나 적절한 것인지, 매수 지분에 대한 평가는 적절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자금 매수에 따른 재무적인 또는 경영상의 이득과 그 자금을 다른 곳에 사용함으로써 얻게 될 이득은 어떻게 비교될 수 있을는지, 등등을 살펴보는 것을 단순히 타당성 감사라는 이유만으로 감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제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참고로 경영진의 위와 같은 업무집행에는 아무런 위법사항이 없었다.

5. 일괄선출방식 vs 분리선출방식

상장회사에서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일단 이사를 선임한 다음에 그렇게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다시 주추총회에서 선임한다. 이를 일컬어 '일괄선출방식'이라고 한다. 먼저 이사를 선임할 때는 소위 '3%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지 않고 다음에 이사들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만 3% 의결권 제한이 적용된다. 그렇다 보니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함으로써 대주주의 영향에서 벗어나 보다 더 자유롭게 감사기관을 선임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3% 의결권 제한'의 실익이 크지 않다. 이런 이유로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처음부터 주주총회에서 따로 분리하여 선출하는 방식(분리선출방식)으로 상법을 개정하는 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아직 개정되지는 않고 있다.

6. 기타 몇 가지 이슈들

감사가 여러 명이 있는 경우에는 각 감사가 각자 독립하여 개별적으로 감사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참고로 2인의 감사가 있는 회사에서 A감사가 어느 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B감사가 취하하였던 바, 대법원은 B감사의 소송 취하행위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2017년도에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감사 역시 이사와 마찬가지로 주주총회에서의 선임결의만 있으면 대표이사와 별도의 임용계약을 체결하였는지와 관계없이 감사로서의 지위를 취득한다.

감사도 회사 또는 제3자에 대해서 이사와 동일한 책임을 진다. 비상근감사라고 하여 상근감사보다 책임이 경감되지는 않는다. 특이한 점은 감사의 책임에 관한 판결 중 많은 것들이 저축은행(또는 예전의 상호신용금고)의 감사 책임에 관한 판결들이다.

효성 감사위원 선임 안건 부결

최근 들어 대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도 회사 측이 제안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되는 사례가 생기기 시작했다. 소액주주들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최대주주에게는 3%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둘이 맞물려서 발생한 사례들이다. 2017년도 (주)효성의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yichoi@nexusla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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