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연대보증계약서에 '직접 서명' 안 했다면 무효"

[대법] 대부업체에 패소 판결

2017-12-28     김덕성
대출 연대보증인이 보증계약서에 직접 자필로 된 서명을 하지 않았다면 연대보증계약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2월 13일 대부업체인 D사가 조 모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청구소송의 상고심(2016다233576)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는 6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D사는 2015년 4월 대출중개업자를 통해 '이 모씨가 800만원을 대출이율 연 34.9%로 정하여 대출받기를 원하고, 조씨가 대출채무를 연대보증한다'는 내용의 대출신청을 받았다. 이씨가 채무자로, 조씨가 연대보증인으로 기재되어 있고 이씨와 조씨의 이름이 적힌 대부거래계약서와 연대보증계약서, 이씨와 조씨의 개인정보제공동의서, 조씨의 주민등록증 사본 등을 팩스로 넘겨받은 D사 직원은 조씨와 직접 통화해 연대보증계약서를 자필로 작성했다는 점을 확인받은 뒤 대출을 실행했다. 조씨는 D사 직원과의 통화에서 '연대보증계약서와 신용정보동의서를 자필로 작성하여 팩스로 보낸 것이 맞다'는 내용으로 답변하였고, 이씨에 대한 대출에 대하여 연대보증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말에 "예"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 후 D사가 연대보증계약서를 다시 작성해달라고 요구하자, 조씨는 '대출중개업자의 안내를 받아 그대로 전화통화에 응했을 뿐이고 보증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씨가 2015년 11월 이후 원리금 상환을 지체하자 D사가 미상환 원금 64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조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서명은 기명날인과 달리 명의자 본인이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을 의미하는데, 보증인의 서명에 대해 제3자가 보증인을 대신하여 이름을 쓰는 것이 포함된다면, 보증인이 직접 자신의 의사표시를 표시한다는 서명 고유의 목적은 퇴색되고 사실상 구두를 통한 보증계약 내지 보증인이 보증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보증계약의 성립을 폭넓게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이는 경솔한 보증행위로부터 보증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구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2015. 2. 3. 법률 제131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입법취지를 몰각시키게 된다"고 전제하고, "구 보증인보호법 3조 1항에서 정한 '보증인의 서명'은 원칙적으로 보증인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을 의미하며 타인이 보증인의 이름을 대신 쓰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서가 피고의 서명에 의한 보증계약서로서 보증의 효력이 발생하려면, 원칙적으로 피고 본인에 의한 서명이어야 하며 타인에 의한 서명으로는 부족하고, 따라서 막연히 연대보증계약서의 연대보증인란에 피고의 이름으로 된 서명이 있다는 사실만 가지고 피고의 서명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피고가 직접 서명한 것인지 아니면 타인이 피고의 이름으로 서명한 것인지를 명확히 가려야 하며, 피고가 직접 서명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보증의 효력을 주장하는 원고가 증명책임을 진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비록 피고가 원고의 직원과의 통화에서 연대보증계약서를 자필로 작성하였다고 답변하였지만, 그 후 피고가 대출중개업자의 안내에 따라 응한 것일 뿐이라고 하여 답변 내용을 다투어 왔고 원고 스스로도 이 통화 후 다시 피고에게 연대보증계약서의 작성을 요구한 것은 연대보증계약서만으로는 피고의 서명에 의한 보증계약서로서의 효력이 문제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실제로 연대보증계약서의 연대보증인란에 적힌 피고 이름이 피고의 필체와 다르다고 보이는 사정까지 있음에 비추어보면, 과연 피고가 직접 연대보증계약서에 서명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연대보증계약서의 연대보증인란에 기재된 조씨 이름의 필체는 맨눈으로 보더라도 조씨가 스스로 작성한 것이라며 제출한 고소장의 필체와 다르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연대보증계약서의 작성경위가 어떠한지, 특히 피고가 이에 직접 서명하였는지에 대하여 제대로 심리하지 아니한 채, 연대보증인란에 피고의 이름으로 된 서명이 있어 연대보증계약으로서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에는 구 보증인보호법 3조 1항에서 정한 보증인의 서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구 보증인보호법 3조 1항은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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