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적 경정청구

[이종혁 변호사]

2017-10-06     김정덕
납세자가 세금을 신고하다 보면 원래 신고해야 할 금액보다 더 많이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 세법이 워낙 복잡하고 어렵다 보니 세액을 잘못 산정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세법 규정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없는 상태에서 일단 신고하면서, 나중에 확인된 정당세액보다 더 많이 납부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납세자는 법률이 정한 세액을 납부할 의무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법률이 정한 세액보다 더 많이 납부한 세액을 반환받을 권리 또한 보장받아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조세법률주의의 모습이다.

필자는 이전의 글에서, 납세자가 세금을 더 많이 낸 경우에 구제받는 방법으로 경정청구제도를 소개하였다. 경정청구란 납세자가 세금을 더 많이 신고하였을 경우 법에서 정한 세금의 신고기한으로부터 5년 안에 과세관청에 대하여 세금을 줄여줄 것을 청구하는 구제수단이다. 만약 과세관청이 세금을 줄여주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경정을 거부한다면, 납세자는 경정거부를 처분으로 보아 그 취소를 구할 수 있다. 이전에는 경정청구기간이 3년으로 짧았는데, 과세관청의 부과제척기간이 5년인 것에 비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2015년 초를 기준으로 3년의 경정청구기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는 5년으로 연장되었다.

경정청구기간 5년으로 연장

이러한 경정청구제도가 있기 때문에, 세법 규정에 대해서 명확한 해석이 어려운 경우에는 보수적으로 세액을 많이 신고하는 방법을 권하게 된다. 적게 신고했다가 나중에 과세관청이 세금을 부과하면 가산세까지 추가로 물어야 하는 반면, 많이 신고했다가 경정청구를 통해 돌려받으면 가산세의 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환급가산금까지 함께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납세자가 세금을 신고할 당시에는 정당한 금액이었는데, 나중에 사정이 바뀌어서 결과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낸 것이 되는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예컨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대해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였는데, 나중에 법원의 판결로 위 매매계약이 취소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이 경우 아직 경정청구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경정청구를 하면 된다. 그런데 납세자가 사정이 바뀐 것을 확인하고 경정청구를 하려고 하는데, 이미 5년의 경정청구기간이 지났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이 정한 경정청구라는 구제수단의 시한이 지난 이상 더 이상의 구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경정청구기간을 지난 것에 납세자의 잘못은 없고, 단지 사정변경이 늦게 일어났을 뿐이다. 이때에도 납세자에게 구제수단을 주지 않는다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부과제척기간 지나도 인정

다행히 세법은 경정청구기간이 지난 후에 사정이 바뀐 경우에도 납세자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후발적 경정청구'라는 제도를 마련해 두었다. 납세자는 그와 같은 사정변경을 알게 된 날부터 3개월 안에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고, 그 효력은 통상의 경정청구와 같다. 간혹 과세관청은 후발적 경정청구에 대해서 부과제척기간을 지났다는 이유로 감액경정도 할 수 없다고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판례는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는 태도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2006. 1. 26. 선고 2005두7006 판결).

다만 단순히 사정변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법은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로 몇 가지를 규정해두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①세금 계산의 근거가 된 거래나 행위가 판결이나 그와 같은 효력을 갖는 화해 등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을 때, ②과세관청의 세금 결정 또는 경정으로 인하여 다른 과세기간에 세금을 더 납부한 결과가 되었을 때, ③세금 계산의 근거가 된 거래나 행위에 관한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해 해제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해제 또는 취소된 경우 등이 있다. 여기서 '세금 계산의 근거가 된 거래나 행위'는 세금을 발생하게 한 거래나 행위로 이해하면 쉽다 . 예컨대 부동산을 양도하여 법인세나 소득세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 그 부동산 양도거래가 '세금 계산의 근거가 된 거래'에 해당한다. 이처럼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는 세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규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라고 다소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납세자를 구제해 주어야 할 후발적 사유를 사전에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탄력적인 적용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이해된다.

최근에 후발적 경정청구에 관하여 몇 가지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들이 선고되었다. 그 중 납세자들이 알아두면 유용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몰수 · 추징 소득 경정청구 허용

첫 번째 판결은 위법소득의 몰수 · 추징에 관한 후발적 경정청구 사례이다. 과거 대법원 판례는 형사사건에서 몰수나 추징을 당한 경우에도 범죄수익을 여전히 소득으로 보아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존의 견해를 변경하여 몰수나 추징된 소득에 대해서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해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 직전에 대법원은 "납세의무 성립 후 소득의 원인이 된 채권이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하다"고 하여(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두18810 판결) 후발적 경정청구의 범위를 넓히려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나아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서까지 후발적 경정청구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번째 판결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연장선상에서 몰수나 추징을 당한 경우에 후발적 경정청구의 기산일을 언제로 볼 것인지를 다루었다. 이 사안에서 납세자는 2014년 8월에 추징금을 모두 납부한 상태였고,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2015년 8월에야 비로소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였다. 대법원은 법령에 대한 해석이 변경되는 것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후발적 경정청구기간은 '해당 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안 날', 즉 '추징된 사실을 안 날'부터 시작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7. 8. 23. 선고 2017두38812 판결). 즉 추징당할 당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아니었고 이후에 판례가 변경되어 비로소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게 되었더라도, 추징으로 인한 후발적 경정청구기간이 정지되거나 그 기산일이 늦춰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사안의 납세자는 간발의 차로 변경된 판례의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세 번째 판결은 과세관청이 부동산 양도거래에 대해 양도대금이 납세자가 신고한 금액보다 크다고 보아 세금을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고, 납세자가 그 처분에 대해 경정청구로 다툴 수 있었음에도 다투지 않았다가, 나중에 납세자가 신고한 금액이 실제 양도대금이라는 민사판결이 확정된 후에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였던 사안이다.

양도세 관련 경정청구 인정

위 판결에서는 통상적 경정청구로 다툴 수 있었음에도 다투지 않다가 추후 관련 민사판결이 확정되자 후발적 경정청구로 다투는 것이 허용되는지가 다투어졌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은 후발적 경정청구는 당초 세금을 신고하거나 과세관청이 세금을 부과할 당시 없었던 후발적 사유에 대해서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달리 관련 민사판결에서 확정된 내용을 통상적 경정청구에서 다툴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로 후발적 경정청구가 제한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1740 판결). 대법원이 후발적 경정청구가 허용되는 범위를 보다 넓게 판단한 것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후발적 경정청구기간은 바뀐 사정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이다. 사실 3개월은 긴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이를 놓치기 쉽다. 그리고 이를 놓치면 위 2017두38812 판결의 사안과 같이 소득이 줄었더라도 세금은 그대로 내야하는 억울한 결과가 생기게 된다. 번 돈이 없는데도 세금을 내는 것만큼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세금을 낸 후 무언가 사정변경이 생겨 당초 세금신고의 전제가 바뀌었다면,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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