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열풍과 금융규제

[유정한 변호사]

2017-08-10     김정덕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가상화폐 거래소 통계사이트인 코인힐스(www.coinhills.com)에 따르면, 7월 초 기준 하루에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규모가 65만 비트코인(BTC)을 상회하고 있다. 최근 시세에 따라 1 비트코인을 한화 300만원으로 환산해 보면, 하루에 한화 2조 1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가상화폐가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이루어진 비트코인 거래 규모는 7조원에 육박하고, 최근 우리나라 3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 코인원, 코빗)의 합산 거래량은 전 세계 거래량의 25%에 달한다. 우리나라 거래소에서 작년 6월에 65만원 안팎으로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7월 현재 300만원 이상으로 폭등했다.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전 세계적으로 약 700개의 가상화폐가 유통되고 있다(이하에서는 가상화폐 중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설명하기로 한다).

연간 비트코인 거래 7조원 육박

비트코인은 발행 총량이 일정하게 제한되어 있는 암호화된 가상화폐로서,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을 기반으로 거래된다. 블록체인이란 거래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한 기관이 관리하는 중앙집중형 서버가 아닌) P2P(peer-to-peer) 네트워크에 분산하여 참가자가 상호 공유하면서 공동으로 관리 · 갱신하는 분산형 네트워크를 말한다. 모든 비트코인 거래는 블록체인에 시간 순서대로 추가 · 연결되어 모든 당사자에게 공개되고, 거래마다 네트워크 시스템상 정해진 함수에 따라 승인된 후 블록체인에 추가되므로, 동일한 비트코인을 이중으로 사용하거나 블록체인 자체를 위 · 변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록체인 위 · 변조 불가

그리고 비트코인 계정을 만들 때 부여되는 공개키(전체 네트워크에서 공유되는 주소 또는 계좌번호에 해당하며, 암호키와 구별됨)를 제외하면 특별히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거래시 익명성도 일정 정도 보장된다. 이와 같은 블록체인의 이중지급 방지기능, 보안성, 익명성 덕택에 비트코인은 새로운 지급 · 결제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그 자체로도 훌륭한 투자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비트코인을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하고 취급할지에 대하여는 논의가 분분하고, 아직 통일적인 규율체계가 정비되어 있지 않다. 우선 비트코인이 일정한 지급 · 결제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통화와 동일하게 취급하기는 어렵다. 통상적으로 법정통화는 한 국가의 정부가 인정하는 발행주체가 존재하고 강제통용력이 인정될 것을 개념적 징표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한국은행권(원화)만이 법정통화로서 강제통용력이 인정된다(한국은행법 47조, 제47조의2 제1항, 제48조).

이를 감안하면, 별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 한 비트코인에 대하여 (내국통화에 대응하는) 외국통화의 지위를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트코인을 금융투자상품(증권, 파생상품)으로 보기도 어렵다. 금융투자상품은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재 또는 장래의 특정 시점에 금전, 그 밖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취득하는 권리로서, 그 권리를 취득하기 위하여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금전 등의 총액이 그 권리로부터 회수되었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전 등의 총액을 초과하게 될 위험이 있는 상품을 말한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즉 금융투자상품은 계약상의 권리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데,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서 교환가치의 저장수단 또는 지급수단의 일종이지 계약상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역거래 대상 상품의 일종

결국 현행 법령체계 내에서는 비트코인을 무역거래 대상인 상품(전자적 형태의 무체물)의 일종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이다. 금융당국도 최근 (향후 어떻게 규율체계를 정비할지 논의 중이라는 것을 전제로) 비트코인은 통상 가상통화로 일컬어지는 가격이 변동하는 '디지털 상품'으로서 법정화폐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 전자화폐 또는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국세청은 2014년에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통용되는 경우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재화로서 거래되는 경우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참고로 금융당국은 작년 11월에 가상화폐의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자금세탁, 탈세, 불법거래, 유사수신 등 범죄가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T/F를 구성하여 가상통화를 제도화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규제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과 관련하여, 일부 시중은행은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방안이 나오기 전까지 비트코인 매입대금의 해외송금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송금을 해 주는 경우에도 지급증빙서류로 어떤 것을 제출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거래를 하기 위해 무슨 신고를 해야 하는지, 세금납부와 회계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이용하거나 비트코인을 목적으로 한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마약거래대금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한 일당 80여명이 검거되었다. 올해 6월 중순에는 해커의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리눅스 서버기 300여대 가운데 153대(웹사이트 3400여개)가 감염 피해를 입은 웹호스팅업체인 인터넷나야나가 해커로부터 랜섬웨어 복구 암호키를 전달받는 것을 조건으로 397.6비트코인(당시 시세로 13억원 상당)을 해커에게 지급했다.

6월 말에는 국제해킹그룹 아르마다 콜랙티브(Armada Collective)가 국내 시중은행들에게 비트코인을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디도스 공격을 하겠다고 협박해서 금융권을 긴장시켰다(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7월에는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직원 PC가 해킹을 당해 전체 고객의 3%인 3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마약대금 비트코인으로 결제

이를 감안하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 나아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감독 및 인적 · 물적 규제, 고객의 투자자금 및 개인정보 보호장치 도입이 시급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가상화폐 영업인가제 도입,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과세근거 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 개정안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금융당국, 외환당국, 과세당국이 초기부터 긴밀하게 협조해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장참여자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시장의 흐름에 부합하는 적정한 규제가 조속히 도입되어 투자자들이 가상화폐거래를 보다 안전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영위하게 되고, 나아가 가상화폐 시장도 더욱 활성화되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격변의 디지털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유정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jhyoo@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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