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통하고 있는가?

[정진환 변호사]

2017-07-21     김정덕
소통이 시대의 화두로 대두하고 있다. 국민과 위정자 사이의 소통, 세대간 소통, 지역간 소통이 얘기되고 우리 국민 모두 소통의 중요함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소통은 M&A 변호사에게도 중요하다. 변호사는 법률 전문직으로서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며,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하고 있지만(변호사법 제1조 및 제2조), 적어도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법률서비스(legal services)를 제공하는 용역 제공자(service provider)에 해당되고, 모든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고객의 만족'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객관적인 법률서비스를 통해 주관적인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 내는 것이 반드시 쉽지 않을 수 있는데, 언뜻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는 양자의 접점에서 고객과 변호사를 연결시켜주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의뢰인과의 소통뿐 아니라 상대방 또는 M&A 대상회사와의 소통도 필요하고, 로펌의 법률자문 팀 내부의 소통도 중요하다.

대상회사와의 소통도 필요

먼저 의뢰인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재언을 요하지 않을 것이다.

M&A를 총괄하는 임원과의 소통뿐 아니라 실무를 담당하는 분들과의 지속적인 소통도 필요하다. 특히 M&A 과정에서 인수인을 대리하여 법무실사를 진행하는 경우 실사 내용이 실사보고서(due diligence report) 형식으로 서면 보고되는데, 실사 과정에서 실무담당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해야만 의뢰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보다 면밀히 살피고 입체적 평가가 담긴 결과물을 전달해 드릴 수 있다.

보통 인수인 입장에선 법무실사뿐 아니라 회계 · 세무실사, 운영실사 등을 함께 진행한다. 따라서 각 파트의 담당자들이 모인 회의에 참석하여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실사 진행 경과를 듣고 궁금한 사항에 대해 문의하는 것도 의뢰인에게 부가가치 있는 결과물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M&A 실사의 경우 항상 시간에 쫓겨 진행하다 보니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을 소홀히 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 원고를 작성하면서 내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VDR 방식 선호

최근의 M&A 거래에선 대상회사 또는 매각 주관사가 웹사이트에 자료를 업로드하고 변호사들은 개별적으로 access code를 부여받아 해당 자료에 접근하여 이를 살펴보는 VDR(virtual data room) 방식이 자주 사용된다. 대상회사의 입장에서는 변호사를 비롯한 다수의 인수인 관계자들이 회사를 출입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임직원의 동요나 업무상 번거로움을 예방할 수 있고, 동시에 여러 케이스를 처리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로펌 변호사로서도 시간의 효율적인 활용의 측면에서 볼 때 VDR 방식이 여러모로 편리하고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서류 검토만 가지고는 대상회사에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법률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따라서 법률실사 과정에서 주어지는 대상회사 임직원과의 대면 인터뷰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면 인터뷰 매우 중요

자문수수료 한도액이 낮거나 실사일정이 빠듯한 경우에는 인터뷰를 위해 하루, 이틀을 할애하는 것이 내키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이러한 대면 인터뷰 과정에서 서류상으로는 큰 문제로 인식되었던 사항들이 실제에 있어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정리되기도 하고, 반대로 간과했던 사항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러한 인터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처음 마주한 대상회사의 임직원들에게 어찌 보면 회사의 취약점에 해당될 수 있는 사항들을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듣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전에 제공된 서류들을 잘 살펴서 관련 문제들을 정확히 파악한 후, 대상회사 임직원들의 정서적인 면도 고려해서 질문하고, 이들 임직원들로부터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제공받는 게 중요하다. 소통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M&A 법무실사의 경우 다수의 변호사들이 팀을 이루어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파트너 변호사, 실무를 주관하는 주니어 파트너, 시니어 어소시엣 변호사, 각 분야 별로 실사자료를 검토하고 실사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는 어소시엣 변호사들 사이에 명확한 업무분장이 이루어지고, 고객의 요청 사항이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하며, 대상회사 실사 과정에서 중요 사항으로 파악된 내용들이 실사에 관여하는 변호사들 사이에서 적시에 적확하게 공유되어야만 효율적인 법무실사의 진행 및 양질의 실사보고서 작성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시로 내부회의를 열고, 개별 변호사들의 일정이 여의치 않는 경우에는 전체 업무를 총괄하거나 실무를 주관하는 변호사가 적절히 정보를 취합하여 내부 구성원과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 실사를 담당하는 로펌 내부 변호사들 사이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질의서 행간 의미도 설명

필자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바로 로펌에 입사하여 기업법무 쪽에서 일하고 있다. 필자가 처음 변호사 생활을 시작할 때도 그랬지만 신입 변호사들은 선배 변호사들로부터 업무를 배정받아 수행하게 된다.

입사 초기 선배 변호사들은 업무를 지시할 때 항상 필자를 직접 불러 주의해서 살펴보아야 할 대목을 일러주고, 사안의 배경,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이 보내온 이메일 또는 팩스 질의서에 기재된 사항들의 행간의 의미도 설명해 주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바로 이것이 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선배와의 소통이었고, 나는 선배들과의 소통을 통해 고객과 보다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어느덧 연차가 쌓여 실무를 주관하는 위치에 이른 필자 입장에서 과연 선배 변호사들이 가르쳐준 소통의 덕목과 기술을 제대로 연마해 활용하고 있는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나는 소통하고 있는가?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정진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jinhwan.chung@leeko.com)

※정진환 변호사는 M&A를 포함한 기업법무, 공정거래, 헬스케어가 주된 자문분야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 다수의 다국적 제약회사를 대리해 공정거래, 컴플라이언스, M&A 관련 자문을 제공해 왔으며, 제약 분야의 강연과 발표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조지타운대 로센터(LLM)를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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